"방망이나 치지 그래" 17년 전 핀잔 들었던 박병호, 말 안 듣고 홈런왕 됐다

김태우 기자 2022. 5. 9. 21: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건재한 힘을 과시하며 올해 홈런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는 kt 박병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안치용 ‘스포츠타임 베이스볼’ 크루는 2002년 LG에 입단한 뒤 2010년 트레이드로 팀을 떠날 때까지 LG 소속으로 뛰었다. 2005년 LG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박병호(36‧kt)의 프로 초창기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안치용 위원은 “입단할 때부터 덩치는 컸던 선수”라고 박병호를 떠올리면서 재밌는 이야기 하나를 꺼냈다. 당시는 웨이트트레이닝의 개념이 아직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은 시기였다. 외국인 선수들이 하는 것을 보고 조금씩 따라하던 수준이었다. 지금에 비하면 웨이트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선수가 훨씬 적었다.

그런데 박병호는 신인 때부터 웨이트트레이닝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당시 신인 중 이렇게 훈련하는 선수는 없었다. 자연히 코칭스태프나 선배들의 눈에 확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일부 선배들이 핀잔 아닌 핀잔을 줬다는 게 안 위원의 회상이다. 안 위원은 “일부 선배들이 ‘공을 맞히지도 못하면서 무슨 웨이트트레이닝이냐, 차라리 그 시간에 방망이 들고 타격 연습을 하라’는 이야기를 박병호에게 하곤 했다”고 했다. 이미 힘은 충분한 것 같은데, 정확성을 높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조언이었다.

그러나 박병호는 굴하지 않았다. 안 위원은 “그래도 박병호는 기술 훈련보다는 오히려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하게 했다. 아마추어 지도자들의 지시인지, 아니면 스스로 방법을 찾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했다고 하더라”고 놀라워하면서 “그 결과 몸이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미국에 다녀오면서 몸 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더 쌓인 모습이고, 그것이 지금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안 위원은 “KBO리그가 웨이트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게 2005년 정도부터다. 외국인 선수들의 영향이 컸다. 30분 타격훈련을 하고, 2시간 동안 웨이트를 하더라. 당시 우리 선수들로서는 충격이었다”면서 “외국인 선수들은 ‘20살이 넘으면 기술적인 발전은 끝난다. 장기 레이스에서 기술을 발휘하려면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선수들은 ‘이것이 신세계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박병호는 이미 그것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박병호는 리그에서 가장 성실하게 운동을 하는 선수다. 안 위원은 “박병호의 힘은 선천적인 것도 있겠지만 후천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완성될 수 없었다”고 단언한다. 2011년 히어로즈 이적 후 폭발해 2012년 첫 홈런왕(31개)에 오른 뒤에도 박병호는 결코 현재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았다. 훈련, 특히 웨이트트레이닝에는 타협이 없었다는 게 주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그런 박병호의 훈련을 보면서 김하성이 자랐고, 또 이정후가 컸다.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그의 힘은 아직도 건재하다. 올해 kt로 이적한 박병호는 30경기에서 타율 0.283, 10홈런, 26타점을 기록 중이다. 10개의 홈런은 리그 최다로 홈런왕 복귀 페이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에이징커브라는 말을 듣기 싫다”던 박병호, “박병호는 아직 전성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kt 모두가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10개의 홈런 중에서도 5일 수원 롯데전에서 기록한 1회 만루홈런은 의미가 적잖았다. 30대 후반으로 가고 있음에도 박병호의 힘이 아직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줘서다. 당시 타이밍이 다소 늦은 상황에서도 힘으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괴력을 보여줬다.

안 위원은 “포인트가 빨라 엉덩이가 빠지면서도 타구를 넘기는 건 많다. 하지만 반대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는 건 힘과 기술이 겸비가 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박병호의 여전한 힘을 놀라워했다. 17년 전 방망이보다는, 웨이트 기구와 씨름한 게 지금의 박병호를 만들었다. 여전히 잠실구장을 반으로 쪼갤 수 있는 힘을 가진 이 선수는 어쩌면 KBO리그의 숨은 선구자일지도 모를 일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