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문재인의 귀향

이기수 논설위원 2022. 5. 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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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9일 오후 청와대 정문에서 걸어나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6시 청와대를 걸어나왔다. 집무실에서 관저로 가던 퇴근길이 오늘은 바깥세상을 향했다. 국정의 짐을 내려놓은 마지막 날, 청와대 정문 앞에선 박수와 꽃다발이 그를 맞았다. 이것으로 5년 전 촛불혁명과 대선을 거쳐 인수위도 없이 시작한 ‘문재인 정부’는 마무리됐고, 세상은 여야가 바뀌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 날 회견에서 “(새 정부가) 성공하는 대한민국 역사를 이어나가길” 기대했다. “저의 퇴임사는 위대한 국민께 바치는 헌사”라며 고마움도 표했다. 그리고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한 촛불광장 요구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응했는지 숙연한 마음”이라고 했다. 해외가 먼저 인정한 선진국 진입과 코로나19 방역이 공(功)이라면 부동산 가격 폭등은 명백한 과(過)이다. 한반도 평화와 권력기관 개혁은 평이 엇갈리고, 탄소중립과 지역균형발전은 이제 씨앗만 뿌려졌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문 대통령의 마지막 주 직무평가 긍정률은 한국갤럽이 45%, 리얼미터가 41.4%였다. 역대 최고다. 1987년 이후 직선 대통령 7인의 ‘5년 지지율 곡선’에서도 문 대통령은 임기 초 ‘하나회’를 쳐내던 YS, 외환위기를 조기졸업하고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3년차 DJ에게 잠시 추월될 뿐, 줄곧 맨 위에 있었다. 그럼에도 5년 만에 정권을 잃고 청와대를 나오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만은 없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잊혀진 삶”이 되길 원했다. 현실 정치와 멀리하고 특별히 주목받지 않는 삶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통계는 꽤 오래 소환되고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귀향길에 오른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 후 KTX를 타고 양산 평산마을의 사저로 향한다. 손짓과 표정 하나에도 카메라가 따라갈 것이다. 그리고 시민의 삶으로 돌아간다. 청와대 나올 때와는 또 다를 귀거래사(歸去來辭)가 있을까. 그는 “노을처럼 살고 싶다”고 했다. 아무런 계획이 없는 것이 계획이라고 했다. 시골에 가면 나무 가꾸고 잡풀도 매며 의외로 할 일이 많고, 부인과 맛난 것 먹으며 여기저기 다니겠다고 했다. 뜻대로 건강하고 여유 있는 은퇴자의 삶이길 바란다.

이기수 논설위원 k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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