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국방부 2·5층서 첫 집무..'구중궁궐' 靑과 차별, 열린경호도

한기호 2022. 5. 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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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 2·5층 오가며 '소통'강화
집무실 외곽은 담벼락 낮출 계획
靑 이전 TF, 관리비서관과 협업
취임식 직후 청와대 전면 개방
제20대 대통령 취임을 하루 앞둔 9일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의 모습.<연합뉴스>
[그래픽] 용산 대통령 집무실 조성 계획.<연합뉴스 그래픽>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용산 대통령실 시대'가 개막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당일인 10일 오후부터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5층에 마련된 새 집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기존 청와대는 이날 오전 11시 취임식이 끝난 뒤 곧바로 일반시민에 전면 개방한다.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조직 구조도, 일하는 방식도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대통령실을 만들겠다"고 공약했고, 당선 이후로도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인식을 드러내며 청와대 개방과 집무실 이전을 관철했다.

'구중궁궐' 청와대가 자유민주주의 원리에 역행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고 보고, 일종의 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청와대 정부'로까지 불리던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는 물론 '역사 청산' 성격이 짙다는 후문이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광화문 시대' 공약처럼 정부서울청사에 집무실을 두고 출퇴근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경호와 보안 취약점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용산 국방부 청사를 대안으로 세웠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가 총대를 멨고, 윤 당선인은 한사코 청와대 입주를 거부하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집무실 이전 예비비 승인 등을 놓고 문 대통령 측과 신경전까지 불사했다.

새 관저도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을 쓰는 것으로 일단락지었다.

윤 당선인은 국방부 청사 2층의 주 집무실과 5층의 보조 집무실을 오가며 일을 시작한다. 2층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사무실과 부속실, 경호처 관계자들이 쓰는 일부를 제외하면 대통령 업무 공간으로 꾸며진다. 비서실 중추를 이루는 '5수석' 대부분과 일부 비서관들은 집무실 바로 윗층(3층)에 입주하며, 집무실 바로 아래층인 1층 전체는 기자실 및 기자회견장으로 운영돼 대통령과의 일상적 소통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나머지 4층부터 10층까지는 비서실·경호처·민관합동위원회가 골고루 포진한다. 지하 2·3층에는 각종 재난과 유사시에 대비한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설치돼 이미 시험 가동 중이다. 민관합동위는 분야별 외국인 포함 민간인 전문가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국가적 의제 발굴을 함께 한다는 취지로 신설된다.

윤 당선인은 또 정책실을 없애고 비서실장 직속 경제수석실과 사회수석실에 국장급 공무원들을 비서관으로 들여 한 공간에서 '부대끼며' 국정을 논의한다는 구상이다. 대통령 전용 엘리베이터도 따로 두지 않는 등 업무 스타일 측면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자연스럽게 해체하겠다는 것이다.

집무실 외곽은 기존 높은 담벼락을 철거하고, 미국 백악관을 모델 삼아 안이 들여다보이는 2.4m 높이의 울타리를 칠 계획이다. 주한미군 용산기지 부지를 반환받고, 공터를 시민 공원으로 탈바꿈시켜 누구나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친근한' 집무실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새 집무실 우측과 남측 전면은 용산공원으로 조성된다. 앞서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말 확정한 용산공원 부지 면적은 300만㎡다. 대통령 집무실을 중심으로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대규모 녹지공원이 생기는 것이다.

집무실 밖을 나오면 바로 공원이기 때문에 대통령 집무실에서 창가 너머로 공원을 오가는 시민들을 볼 수 있고, 공원을 찾는 시민들 역시 대통령 집무실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윤 당선인 측 구상이다.

설치될 울타리 상단도 뾰족한 표창 형태가 아닌 산봉우리처럼 둥근 모양을 채택하고, 봉황문양 등 기존 청와대의 권위를 상징하는 장식은 배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위를 최대한 내려놓고 소통과 개방성을 추구하는 취지다.

평범한 오피스 건물에서 일하며 국민과 거리를 좁힌다는 윤 당선인의 구상에 따라 경호 패러다임도 '열린 경호'로 바뀐다. 집무실 울타리 주변과 용산공원에 무장 경호원 대신 사복 경호원을 배치하고, 무인 인공지능(AI) 경호 시스템을 가동해 시민들이 특별한 검문검색 없이 공원 등을 드나들 수 있게 한다.

다만 청와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중심을 옮겨야 할 방어·경계·감시체계 조정은 숙제로 남아 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은 집무실 이전에 따른 청와대 특정경비지구에 있는 무기체계와 감시장비 등을 용산 중심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 체계로서, 수도권에 총 4군데 배치된 패트리엇 포대 일부도 위치 조정이 검토되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청와대 앞 포대는 재배치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나머지 기존 3개는 현 위치 그대로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을 따라 남하하는 비행금지구역 운용이나, 윤 당선인이 당분간 출퇴근하는 경로 운용도 국민 불편을 초래할 소지를 안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우선 9일부터 약 60일간 용산 집무실 반경 2노티컬마일(3.7㎞)을 한시적으로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노탐'(NOTAM·안전운항을 위한 항공정보)을 운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반경 1노티컬마일에도 노탐이 설정됐다.

대통령실,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의 연쇄 이동 역시 풀리지 않은 과제다. 국방부에서 기획·정책·인사업무를 총괄하는 요직 부서는 합참청사 내 유휴공간으로 이동했다. 합참은 국방부의 '입주'를 위해 핵심업무 지원부서가 방을 뺐다. 1차 이동은 일단락됐으나 앞으로 장기간에 걸쳐 국방부와 합참의 추가 이전, 각종 부대의 근무지와 시설 조정이 예상된다. 이종섭 국방장관 후보자는 새 정부는 합참 청사 이전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새 정부는 합참을 서울 남태령 수방사내 부지로 이전하는 안을 검토 중이며, 합참 새청사 건립에는 1200억원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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