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다 했더니" 월급 75만원 받고 열일하는 직원 정체가

일본 캐릭터 회사 산리오가 일본 통신사 NTT동일본과 공동 개발한 ‘헬로키티 로봇’을 소개하고 있다. [마이네비재팬 홈페이지]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저희 호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은 저 ‘키티’가 안내합니다!”

호텔 로비에 도착했는데 안내 데스크에 사람이라곤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낯익은 얼굴에 익숙한 목소리가 대뜸 안내를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캐릭터 ‘헬로키티’다.

1974년 헬로키티 캐릭터를 처음 선보인 일본 회사 산리오는 최근 통신사 NTT동일본과 공동 개발한 ‘헬로키티 로봇’을 공개했다. 우선 호텔 로비에서 손님 응대와 접수 등을 담당하는 헬로키티 로봇의 모습을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키 33㎝, 무게 약 1190g인 헬로키티 로봇은 특유의 목소리와 몸짓으로 손님들과 실시간 대화가 가능해 기존에 사람이 하던 업무를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캐릭터 회사 산리오의 ‘헬로키티 로봇’이 호텔을 찾은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안내하고 있다. [산리오 유튜브]

산리오에 따르면 헬로키티 로봇 가격은 5년간 리스 계약할 경우 한 달에 7만5900엔 수준이다. 우리 돈으로 약 75만원의 월급만 받고 그동안 사람이 하던 일을 헬로키티 로봇이 모두 수행하게 되는 셈이다. 호텔뿐만 아니라 기업의 안내 데스크, 식당, 커피숍, 박물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종일 근무’가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헬로키티 로봇에는 NTT그룹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집약됐다. AI가 헬로키티의 목소리 데이터를 약 2시간에 걸쳐 학습한 결과 실제 헬로키티 캐릭터와 비슷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헬로키티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크게 반길 만한 점이다.

‘헬로키티 로봇’이 카페 손님의 체온측정과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산리오 유튜브]

산리오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카페 손님이 체온측정 스크린 앞에 서자 헬로키티 로봇이 곧바로 인식하고 “저희 매장에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발열체크를 한 뒤 고열 손님을 인지하면 바로 직원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기업의 안내 데스크에선 외부 손님이 미팅을 위해 방문하면 신분을 확인하고 사내 담당자에게 손님의 도착 사실을 바로 고지한다. 이밖에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거나 레크레이션 강사 역할까지 모두 헬로키티 로봇이 수행할 수 있다고 산리오는 강조했다.

‘헬로키티 로봇’이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의 학습을 돕고 있다. [산리오 유튜브]

산리오 측은 최근 일본 내 노동력 감소 등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 확대에 따라 헬로키티 로봇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헬로키티가 어른과 아이 모두 좋아하는 장수 캐릭터인 만큼 각종 사업장에서 손님을 끌어모으는 역할까지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식 출시일은 오는 8월 18일이다. 첫 해 판매목표는 100대다.

산리오는 향후 헬로키티가 아닌 다른 캐릭터로 로봇을 만드는 것도 고려 중이다. 일본어 외 다른 언어 버전도 검토 중이라고 밝혀 헬로키티의 인기가 높은 한국 등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일 전망이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