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연의 이 'B컷'은 왜 영정사진이 됐을까
유족이 18년 전 화보사진 요청
당시 안 실린 정면 응시 컷으로
연기 인생 53년. 찍히는 게 업(業)이었던 배우 강수연(56)의 마지막을 함께 한 영정 사진은 빨강·하양 줄무늬 상의를 입은 채 팔로 목을 감싼 모습이었다. 머리카락 한 올 남김 없이 뒤로 넘겨 완벽한 달걀형 얼굴 선을 또렷이 드러낸 사진. “아련한 눈빛으로 작별 인사 하는 것 같다” “너무 슬퍼 보인다. 왜 이 사진이었을까”…. 사진을 둘러싼 궁금증이 인터넷을 달궜다.
“강수연은 눈으로 말을 거는 피사체였다. 여배우의 고독과 애절함이 눈동자에 묻어 있었다. 그 눈빛을 담겠다고 찍은 사진이 영정으로 쓰이게 되다니….” 수화기 너머 사진가 구본창(69)이 한숨을 내뱉었다. 강수연의 장례식장에 들렀다가 막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영정 사진은 그가 지난 2004년 패션 잡지 ‘바자’ 화보용으로 찍었다가 실리지 않은 B컷이었다. 구본창은 “강수연씨가 돌아가신 날 여동생이 급히 영화사 관계자를 통해 연락했다. 내가 찍은 빨간 스웨터 입은 언니 사진을 영정으로 쓰고 싶다더라”고 했다.
원래 유족이 요청한 사진은 잡지에 실린 사진이었다. 강수연이 고개를 비스듬히 돌린 채 시선을 아래로 향한 모습이었다. “그 사진은 얼굴이 잘 안 보여 영정으로 쓰기엔 적당하지 않았다. 18년 전 그날 찍은 사진 파일을 몽땅 뒤져 보니 정면을 응시한 사진이 딱 한 장 있었다. 그걸 보내줬다.” 강수연도 살아생전 보지 못한 B컷이 인화돼 빈소에 걸렸다.
구본창은 사진을 순수 예술로 승화시킨 1세대 사진가 중 하나.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대우에 입사했다가 퇴사, 1979년 독일 함부르크조형미술대에서 유학했다. 1985년 귀국 후 대학 동문 배창호 감독과의 친분으로 영화 포스터 작업을 시작했다.
강수연과의 인연은 35년 됐다. 첫 만남은 1987년 이규형 감독의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포스터 사진 촬영 때였다. 이후 ‘아제 아제 바라아제’ ‘경마장 가는 길’ ‘그 후로도 오랫동안’ 등 강수연이 주연한 영화 포스터 작업을 여럿 했다.
강수연은 구본창의 작품을 소장한 컬렉터이기도 했다. “돌이켜 보니 내가 막 귀국해 한창 열심히 작업할 때가 강수연의 전성기였다. 배우로서의 열정이 늘 넘쳤는데 다 쏟아붓고 가지 못한 것 같아 정말 안타깝다.”
구본창이 기억하는 강수연은 “시원시원하고 강단 있지만 외로움도 깊었던 배우”였다. 2004년 화집 제목은 ‘Timeless Beauty(영원한 아름다움)’. 강수연은 모두의 마음속에 ‘영원한 아름다움’을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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