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학길 칼럼] '잔해'에서 출범한 신정부, 국민만 생각하라

2022. 5. 9. 18: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문재인 대통령의 5년 임기가 끝났고 윤석렬 대통령의 신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나 구속, 탄핵이 되풀이 되는 비극적인 격동의 세월을 살아왔다. 한국의 경제는 선진국에 진입하고 있지만 정치와 사회의식은 아직도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떠난 대통령, 물러간 정부 관리들에 대해서는 그래도 그동안 수고하셨다는 덕담을 건네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2년간은 정부가 정부로서의 기능을 다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위로의 말씀을 전달하고 싶다. 그러나 우리는 물러선 정부와는 달리 의회를 다수당으로 지배하며 '검수완박'이라는 마지막 자기보호 지뢰를 설치하는 광경을 목도하고 있다. 또 한번 비극적인 '전 정부 때리기'의 예고편을 보는 것 같다.

문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탄생되었기 때문에 사회통합과 갈등의 치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정치·경제·사회면에서 비정상적인 편가르기 보다는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통합시키는 '대연합(Grand Alliance)'의 정치가 필요하였다. 그러나 문 정부는 촛불민심이 자신들한테만 머물 것이라는 커다란 착각 속에서 결국 '조국 사태', '부동산정책 실패', '대장동 사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신정부 출범에 맞춰 문 정부 실패의 과정을 반추해보는 이유는 역사는 언제나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또한 문 정부가 출범할 때의 상황이었던 대통령 탄핵 이후의 정치·경제적 후유증은 윤석렬 정부도 고스란히 떠안을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우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정치, 안보, 국제경제의 상황은 5년 전 문 정부 출범 때보다도 악화되어 있다. 우크라이나전쟁 발발로 에너지·곡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고,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전쟁 복구비에 천문학적 재원이 소요되어 전후 인플레 압력이 가중될 것이다. 지금 현재로는 우크라이나전쟁이 수습되기보다 몰도바 등 인근국으로 확전될 위험 하에 있다. 북한의 계속적인 미사일 도발과 핵무기 위협은 한국과 일본의 군비확장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3~4일(현지시간) 열린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75%~1.0%로 0.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해 제1차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 조치를 단행하였다. 이러한 '빅스텝' 조치는 2000년 5월 이후 22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연이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현재 1.5%에서 2.0%대로의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 결과 주택담보 대출금리는 13년만에 7%대로 진입하게 되고 환율은 달러당 1300원대로 하락할 것이 예상된다.

국내 정치는 물론이고 현재의 국내 경제 상황도 문 정부 때보다 훨씬 악화되어 있다. 당시에는 촛불정국 이후 탈탄핵정국의 상황에서 정부는 압도적 다수의 집권여당을 등에 업고 있었다. 이번에 출범한 신정부는 '여소야대'라는 질곡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태다. 국내 경제상황도 문 정부가 출범할 때는 부동산 문제도 없었고 뚜렷한 악재가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신정부는 문 정부가 만들어 놓은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잔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지난 5월 3일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10대 국정과제 선정을 발표하였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표방한 것이다. 경제의 중심을 '기업'과 '국민'으로 전환하여 민간의 창의와 역동성, 그리고 활력 속에서 성장과 복지가 공정하게 선순환하는 경제시스템 구축을 지향하고 있다. 말하자면 신정부는 문 정부의 정부 공공기관 중심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에서 민간기업 중심의 '투자주도 성장정책'으로의 전환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득주도 경제성장 정책이 만들어낸 수많은 '잔해'를 어떻게 '되돌려 놓을 것인가(undoing)'하는 문제다. 특히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관련법과 노동관련법들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신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덕담으로 일관하기에는 한국 경제의 대내외 환경이 너무나 어려운 상태에 있다. 신정부도 국민들에게 '장미빛 전망'만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우리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지 않으면 안된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