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의 시대정신

임광복 2022. 5. 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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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9일이면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된다.

지난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LH사건 이후 급물살을 타고 제정된 후, 1년의 경과기간을 거쳐 마침내 시행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2015년 제정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이나 오는 19일 시행되는 '이해충돌방지법'은 1990년대 이후 그런 시대 의식의 소중한 결과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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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9일이면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된다. 지난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LH사건 이후 급물살을 타고 제정된 후, 1년의 경과기간을 거쳐 마침내 시행되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서울의 강남이 처음 개발되던 1960년대 말 정부에서 강남 개발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더니, 발 빠른 기자들은 은행 대출을 받아 강남으로 달려가고 시류에 영합하지 못한 기자들만 기사를 쓰러 신문사로 갔다는 얘기가 있다.

기자들이 강남 땅을 사러 달려간 시기는 정부에서 발표했기에 미공개 정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강남 개발을 대표적인 이해충돌 사례로 꼽는 것은, 기자들 이전에 이미 정부 관료들이나 정부와 산하기관 차원에서 발표 훨씬 이전부터 공정한 경쟁 과정 없이 이 노른자위 땅을 이미 차지하고 있었던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그런 시기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보냈다. 인허가 권한이 있는 공무원이나 자식이 다니는 학교 선생님에게 건네는 하얀 봉투는 관행을 넘어 미덕이자 능력으로 비치기까지 했다.

올해 초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세계 180개 평가 대상국들의 2021년 국가청렴도(CPI)에서 우리나라는 62점 32위라는 역대 최고점수 및 최고순위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53점 52위였던 국가청렴도가 5년 동안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도약한 것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싱가포르, 홍콩, 일본, 대만에 이어 다섯 번째 순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끄럽기 그지없던 52위였는데 5년 만에 20위가 올라간 것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타 공히 세계 초일류 국가인 미국도 28위에 머물고 허다한 나라들이 100위권 밖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아직 부끄러움을 떨쳐버리기엔 이르다고 생각한다. 앞서 아태 지역 내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은 한때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비유되면서 경제력으로 우리나라와 경쟁하던 나라들이었다.

국가경제력은 우리가 이미 오래전에 앞섰지만 국가청렴도는 뒤처져 있다는 사실이 아프게 느껴진다. 우리는 아직도 잘 먹고 잘사는 일에만 매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1960~1970년대 우리가 이웃인 일본의 발전을 폄하하며 경제동물이라고 비난했던 것처럼 여타 다른 나라들에 지금의 우리가 그렇게 비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최근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바로 '공정'이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공정에 관한 인식은 너무 기계적인 게 아닌가 우려할 만큼 모든 분야에서 어떤 타협도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젊은 층의 이런 인식과 태도가 바람직하며, 기성세대가 적극 지지하고 성원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1980~1990년대에 태어나 상대적으로 부패 경험이 없다시피 한 젊은 세대가 가진 이런 공정에 대한 인식은 최근 두 차례 선거에서 지형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20~30대가 주도한 시대정신으로서 공정의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당분간 점점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 전반에서뿐 아니라 직장이나 가족, 크고 작은 공적·사적 모임에서도 주류문화로 정착될 것이다.

1980년대는 성장 일변도 권위주의로부터 민주적 사회질서를 회복한 시기였다. 그렇다면 1990년 이후는 어떤 시기일까? 필자는 이 시기를 회복된 민주질서가 사회 곳곳의 세세한 부분까지 뿌리 내리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2015년 제정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이나 오는 19일 시행되는 '이해충돌방지법'은 1990년대 이후 그런 시대 의식의 소중한 결과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황찬익 한국지역난방공사 상임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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