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논문, 한동훈 딸 같은 '약탈적 학술지' 게재율 증가 왜

이유진 2022. 5. 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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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논문을 게재한 이른바 '약탈적 학술지'(제대로 된 논문 검증 없이 돈을 지불하면 게재해주는 학술지)가 해외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의 '스펙 쌓기' 일환으로 악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카이스트 경영공학과 석사인 강태영(27)씨는 9일 <한겨레> 와의 통화에서 "교육부가 2014년 학생부에 논문 기재를 금지하고 2019학년도부터는 자기소개서에도 쓰지 못하게 한 뒤에도 논문을 작성하는 학생은 국내 대학이 아닌 해외 학부 유학을 준비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전체 논문 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약탈적 학술지 비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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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인사청문회]영재고·과학고·자사고 학생 해외 논문
돈 받고 실어주는 학술지 참여율 38%
"해외대학 진학 필요한 스펙 쌓기 악용"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논문을 게재한 이른바 ‘약탈적 학술지’(제대로 된 논문 검증 없이 돈을 지불하면 게재해주는 학술지)가 해외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의 ‘스펙 쌓기’ 일환으로 악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 후보자가 9일 인사청문회에서도 여전히 “입시용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한 가운데, 연구자들은 입시 활용 여부를 떠나 약탈적 학술지에 논문을 올리는 행위 자체가 ‘학문 생태계’를 교란하고 사회에 큰 해악을 키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카이스트 경영공학과 석사인 강태영(27)씨는 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교육부가 2014년 학생부에 논문 기재를 금지하고 2019학년도부터는 자기소개서에도 쓰지 못하게 한 뒤에도 논문을 작성하는 학생은 국내 대학이 아닌 해외 학부 유학을 준비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전체 논문 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약탈적 학술지 비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강씨는 미국 시카고대 사회학 박사 과정에 있는 강동현(33)씨와 함께 2001년부터 20년 간 국내 영재고·과학고·자사고 등 고교 213곳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이 참여한 해외 논문 558건을 전수조사하고 1차 분석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이어 2일에는 2차 분석 결과를 내놨는데 총 558건 가운데 72건(12.9%)이 이른바 약탈적 학술지에 실린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은 계속 증가해 2020년에 출간된 16편의 경우 전체 37.5%가 이에 해당했다.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는 약탈적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실제 해외 대학 입학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 입시 컨설턴트는 <한겨레>에 “(일단 게재한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고 말했고, 고교생 시절 약탈적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한 후보자의 조카 최아무개씨도 미국 아이비리그 치과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강씨는 “해외 상위권 대학은 아시아권 학생들이 과도하게 스펙을 만들어 온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 대입에서 이득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내 고교생들의 약탈적 학술지 게재율이 늘고 있는 이유와 관련해, 강씨는 “취업준비생들이 이런저런 자격증을 자꾸 따는 것처럼 (입시를) 준비하는 쪽에서는 늘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딸의 대필 의혹 논문이 약탈적 학술지에 게재된 것을 ‘오픈 액세스 저널’(인터넷상에서 누구나 비용 지불 없이 논문에 자유롭게 접근할(읽을) 수 있는 학술지)의 관행인 듯 해명한 한동훈 후보자에 대해서도 연구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한 후보자는 “고교 대상 에세이 대회 등을 통해 작성한 것을 모아 2021년 11월께 이후 한꺼번에 오픈 액세스 저널이 요구하는 형식에 맞게 각주, 폰트를 정리하여 업로드한 것”이라며 “대략 4∼5페이지 분량으로, 해당 오픈 엑세스 저널은 간단한 투고 절차만 거치면 바로 기고가 완료된다”고 해명한 바 있다.

새로운 학문 생산체제와 지식공유를 위한 학술단체와 연구자연대,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등 6개 단체는 8일 오후 공동성명을 내고 “오픈 액세스 저널은 누구나 지식과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학술지로서, (게재 전에) 전문가에 의한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치는 점은 여느 학술지와 전혀 다를 바 없다. (한 후보자의 해명처럼) 결코 간단한 투고 절차만 거치면 바로 기고가 완료되는 사이트가 아니다”라며 “이런 식으로 오픈 액세스 저널을 이해하는 것은 국내외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약탈적 학술지의 잘못된 행태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후보자의 딸이 논문을 올린 오픈 액세스 저널 ‘에이비시 리서치 얼러트’(ABC Research Alert)’가 논문 투고 과정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전혀 들지 않고 비용도 50달러에 불과하다고 선전하는 등 전형적인 약탈적 학술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해명에 비춰볼 때 한 후보자는 나라의 헌법과 법률을 지키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완전히 부적격”이라고 덧붙였다. 성명에 참여한 한 교수는 <한겨레>에 “특권층이 교육을 통한 계급 재생산을 위해 국제적인 학문 시스템을 악용하고 있다”며 “진심으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의 성과가 오히려 평가를 못 받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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