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10마리도 안 남은 바키타 돌고래, 불법 어망만 없다면 희망 있다

조승한 기자 2022. 5. 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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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작은 돌고래이자 눈이 팬더를 닮아 '바다의 팬더'도 불리는 바키타돌고래는 남은 수가 10마리도 채 되지 않아 멸종 위험이 가장 큰 동물 중 하나다.

개체 수가 너무 적다 보니 유전적 돌연변이 발생에 취약한 근친교배가 이어지면 결국엔 종이 멸종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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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키타돌고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돌고래로 개체수가 10마리도 채 되지 않는 멸종위기종이다. 바키타CPR 제공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돌고래이자 눈이 팬더를 닮아 ‘바다의 팬더’도 불리는 바키타돌고래는 남은 수가 10마리도 채 되지 않아 멸종 위험이 가장 큰 동물 중 하나다. 개체 수가 너무 적다 보니 유전적 돌연변이 발생에 취약한 근친교배가 이어지면 결국엔 종이 멸종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그러나 실제로는 불법 어업만 피하면 50년간 생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클린 로빈슨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인간유전학연구소 박사후연구원팀은 바키타 돌고래 20마리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근친교배로 종이 멸종할 위험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바키타돌고래는 쇠돌고래속에 속하는 고래로 몸길이가 약 1m 50cm 정도다. 이름은 스페인어로 '작은 소'라는 뜻이다.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 반도와 멕시코 본토 사이 위치한 캘리포니아만 북부에 서식한다. 호기심이 많은 다른 돌고래들과 달리 1958년에야 처음 발견될 정도로 수줍음이 많은 종이다. 1997년 첫 조사에서 567마리로 추정됐지만 2017년 150마리, 2018년 19마리 미만으로 급속 줄었다. 현재는 10마리 미만으로 추정된다.

바키타 돌고래의 모습을 일러스트로 나타냈다. 그린피스 제공

바키타돌고래를 위협하는 큰 요인은 바다 길목에 긴 그물을 펼쳐놓는 ‘자망 어업’이다. 멕시코 지역 어민이 또다른 멸종위기종 어류인 ‘토토아바’를 불법으로 잡기 위해 펼쳐놓은 그물에 작은 돌고래가 걸려 죽는 것이다. 토토아바는 캘리포니아만에서만 발견되는 민어로 몸길이 2m까지 자라는 대형 어종이다. 중국에서 토토아바의 부레가 정력과 피부 등에 좋다며 만병통치약으로 잘못 알려지고 암시장에서 고가에 팔리자 불법 어획이 늘었다.

개체수가 너무 적다 보니 근친교배가 아니면 종을 유지하기 힘들다. 문제는 근친교배로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질수록 종을 위험에 빠트리는 해로운 돌연변이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25마리 이하 개체군은 생존에 해로운 유전자 돌연변이를 축적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바키타 돌고래에서는 통념과 다른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바키타 돌고래 후손의 게놈을 예측해 향후 50년 동안 종 멸종 위험을 분석한 결과 근친교배에도 향후 종이 생존할 가능성이 94%로 나타난 것이다. 대신 자망 때문에 생존률이 20% 감소하면 종 유지 확률은 34%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만에서 발견된 바키타돌고래의 모습이다. 미국해양대기청(NOAA) 제공

개체수 자체가 처음부터 적다 보니 이미 개체군에서 근친교배를 진행하면서 해로운 돌연변이가 어느 정도 제거됐다는 분석이다. 로빈슨 박사후연구원은 “바키타 돌고래는 본질적으로 섬에 사는 것과 비슷한 해양 생물”이라며 “바키타 돌고래의 수 자체가 적어 근친 교배에서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전자 변이체는 점진적으로 제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빈슨 박사후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은 환경이 비슷한 다른 종에서도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해안 채널 제도 8개 섬 중 6개에서 서식하는 섬여우는 2000년대 수십 마리만 남은 멸종 위기종이었다. 그러나 이후 근친교배 등을 통해 개체수를 늘릴 때 생명을 위협하는 유전적 돌연변이 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로빈슨 박사후연구원은 “종은 유해한 유전적 변이 수준이 다를 수 있으며 개체군 크기나 근친교배 증가로 모두 똑같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극한 감소에서 회복하는 종의 예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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