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러시아 덮친 역대급 더운 겨울의 원인은 인류였다

서동준 기자 2022. 5.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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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2020년 겨울 러시아 서북 지역은 100여년 만에 가장 덥고 습했다.

    감종훈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팀은 2019~2020년 러시아 서북 지역에서 나타난 덥고 습한 날씨가 인류 활동이 초래한 결과라는 사실을 밝혀 국제학술지 '미국기상학회보' 지난 3월 31일자에 발표했다.

이 현상은 러시아 서북 지역을 포함한 유럽 지역의 겨울 기후에 10년 단위로 일관된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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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스텍 연구팀은 러시아 서북 지역에서 지난 2019~2020년 겨울에 이상기온이 나타난 가장 큰 원인은 온실가스 등 인류 활동이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1월 기상관측 140년 역사상 가장 높은 겨울철 기온이 발생한 모스크바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2019~2020년 겨울 러시아 서북 지역은 100여년 만에 가장 덥고 습했다. 이 지역의 겨울철 날씨는 한국을 포함한 유라시아 지역의 봄·여름 날씨에 큰 영향을 미치는 탓에 기상학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당시 이상기후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 인류 활동이라고 지목했다. 
 
감종훈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팀은 2019~2020년 러시아 서북 지역에서 나타난 덥고 습한 날씨가 인류 활동이 초래한 결과라는 사실을 밝혀 국제학술지 ‘미국기상학회보’ 지난 3월 31일자에 발표했다. 연구결과는 2020년 전 지구 이상 기후의 원인을 보고하는 ‘2020년의 극한 현상 설명’ 특별호에도 소개됐다.

연구팀은 북위 58~68도, 동경 30~52도에 해당하는 러시아 서북 지역의 2019년 12월~2020년 2월 기온을 분석했다. 이 지역의 최남단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북쪽으로 250㎞ 정도 떨어져 있다. 당시 모스크바도 겨울 평균 기온이 0.2도까지 오르며 기상관측 140년 역사상 가장 더운 겨울로 기록됐다. 

연구팀이 ‘기후 모델 미래 전망 데이터(CMIP6)’를 이용해 러시아 서북 지역의 당시 기온을 분석한 결과 영하 4.4도로 나타났다. 1981~2010년 같은 기간 평균 기온보다 6.9도 높았으며, 1902년 이후로도 가장 높은 기온이었다. 이 때문에 2020년 해당 지역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봄철 홍수와 산사태 위험성이 높아졌다. 또 눈과 얼음이 빨리 녹으며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이 줄어 여름철 가뭄 위험성까지 증가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겨울철 강수량도 늘었다. 1902년 겨울철 일 평균 강수량이 1.15㎜였으나, 2020년에는 1.75㎜로 약 0.6㎜ 많았다. 감 교수는 “겨울철 비는 눈 위네 내리는 경우가 많아 겨울철 홍수 위험성을 더욱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상기온의 원인으로는 북대서양 진동이 먼저 지목됐다. 북대서양 진동은 아이슬란드의 저기압과 포르투갈령 제도인 아조레스의 고기압 사이 해면 기압의 차이가 시소처럼 변동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러시아 서북 지역을 포함한 유럽 지역의 겨울 기후에 10년 단위로 일관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 진동의 변화로 인해 특정 지역에서 더운 겨울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졌으나 명확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상기온에 인류가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자, 자연적 현상인 북대서양 진동과 온실가스 배출 등 인위적 활동이 당시 이상기온에 미친 영향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북대서양 진동이 2019년과 2020년에 강하게 나타났지만, 인류의 활동으로 온실가스가 늘어나지 않았다면 덥고 습한 날씨가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러시아 서북 지역에서 더운 겨울이 발생할 확률은 인류 활동에 따라 약 5배 높아졌고, 습한 겨울이 발생할 확률은 약 20배 높아졌다. 온실가스에 의해선 더운 겨울과 습한 겨울이 발생할 확률이 각각 약 20배, 약 30배 늘었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앞으로도 러시아 서북 지역에서 덥고 습한 겨울이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지역은 영구동토층이나 눈에 영향을 많이 받아 온도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지역의 겨울 날씨는 유라시아 지역의 봄과 여름 날씨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한국에서도 이를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감 교수는 “겨울의 기후 변화는 이듬해 봄과 여름의 자연재해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며 “해당 지역의 봄철 홍수나 여름철 가뭄 위험성 변화를 계속 연구해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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