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콩 민주주의 새로운 장 열려"..행정장관 선거 아전인수 평가, EU "일국양제 해체" 비판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2022. 5. 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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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8일 홍콩 행정장관에 선출된 존 리 전 정무부총리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낙점을 받은 존 리(李家超) 전 정무부총리가 차기 홍콩 행정장관에 당선되자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가 “홍콩 민주주의의 새 장을 열었다”며 아전인수식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번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대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해체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9일 사설을 통해 리 전 부총리가 전날 선거에서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는 ‘애국자가 홍콩을 다리스린다’는 원칙이 사회 각계각층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홍콩 선거제 개편 이후 홍콩의 민주적 발전이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2019년 반중 세력과 서방 적대세력이 홍콩을 어지럽히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홍콩의 개선된 선거제도는 청렴성과 능력을 갖춘 공직자를 선출하는 데 도움이 됐으며, 이는 양질의 민주주의를 구현했다”고 주장했다.

신화통신도 전날 논평에서 “홍콩 행정장관 선거가 순조롭게 진행돼 리 전 부총리가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다”면서 “이번 선거는 애국자가 다스린다는 원칙이 더욱 공고해지고 홍콩이 민주주의 발전의 새로운 걸음을 내딛었음을 상징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홍콩이 민주주의라 말할 수 없는 영국 식민 통치하에서 조국으로 회귀해 민주주의 발전을 시작했다”면서 “법에 따라 엄정하고 공정하게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존 리는 다수의 선거위원에게서 긍정적 반응을 얻으며 광범위한 홍콩 시민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치러진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지난해 중국이 홍콩 선거제도를 개편한 이후 처음 실시된 행정장관 선거였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하에 모든 공직 후보자가 사전 출마 자격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친중 선거인단을 대폭 확대하는 방식으로 홍콩 선거제도를 개편했다. 이번 선거에서 중국 정부의 낙점을 받아 단독 출마한 리 전 부총리는 1641명의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치러진 간접 선거에서 1416표를 얻어 당선됐다. 선거제 개악으로 홍콩의 민주주의가 더욱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중국은 정반대의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는 전날 EU를 대표해 낸 성명에서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대해 “EU는 민주적 원칙, 정치적 다원주의 위배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선출 절차는 일국양제 원칙을 해체하는 또 다른 조치라 본다”고 비판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특파원공서는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 등 특정 외국 정치인들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공공연히 어기고 홍콩 선거제도와 선거 결과를 폄훼한다”면서 “이는 당 중앙의 홍콩 정책을 모함하고 중국 내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특파원공서는 이어 “이번 선거는 홍콩 반환 25주년을 앞두고 일국양제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는 가운데 치러진 중요한 선거”라며 “이번 선거의 성공적 개최는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을 관철하고 홍콩 특색의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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