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인자를 굳히고 있는 신진서 소식이 날마다 나오지만 뭐 새로운 것이 없다. 어제 일이 오늘 같고 내일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는 이겨놓고 싸우는 듯하다. 한번 앞서면 빠르게 결승선을 넘는다. 확률 1%로 간당간당 몰려 있는 형세를 뒤집는 마법을 부린다.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서 9일까지 26연승을 달렸다. 5월까지 29개월째 한국 1위에 올랐는데 이 행진이 몇 년 더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기겠다고 말해놓고 이기는 신진서는 빼자. 강자로 숲을 이루는 바둑 세계에서 이기고 싶다는 열망만으로는 이기지 못한다. 2018년 1월 입단대회를 앞둔 스물일곱 살 최광호는 자기와 타협했다. "이기려고 바둑을 한 게 아니다. 바둑이 좋아서 이기려 한 것이다. 지는 건 싫으니까 이기면 지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자. 재미있게 두자. 이기고 지는 게 내 탓은 아니다." 오랫동안 차갑게 닫혀 있던 프로 세계 문이 빼꼼 열렸다. 또 닫힐라 최광호가 얼른 넘었다.
틀림없이 앞서 있는 백이 왼쪽에서 흑 공격을 받으며 고비를 맞았다. <그림1> 백1, 3으로 지키면 편했을까. 흑4로 아래쪽을 넓히는 것 또한 변수가 된다. <그림2>라면 백 모양에서 흑이 살아도 크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