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돌입한 이재명, '운명 가를 시험대'에 스스로 서다

박홍두 기자 2022. 5. 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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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지난 8일 인천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 보궐선거 계양을 지역구에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 국회사진기자단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9일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대선 패배 이후 두 달 만에 복귀하며 재기의 승부수를 띄웠지만 “연고도 명분도 없는 출마”라는 비판에 이어 스스로 설정한 ‘지방선거 전국 과반 승리’ 목표의 달성 여부 등이 운명을 가를 최우선 극복과제로 떠올랐다. 그의 등판은 차기 당내 권력경쟁 구도에도 조기에 불을 붙인 것으로 해석되면서 이 전 지사가 ‘안팎의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지사는 이날 인천 계양구 지역 노인복지관을 찾는 것으로 출마 선언 후 첫 일정을 시작했다. 집주소지도 10일까지 계양구로 이전할 계획이다. 당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직도 맡게 된 이 전 지사는 오는 11일 당 선대위 출범식을 한 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지원유세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당 관계자는 “이 전 지사가 지방선거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대선 패배 이후 어려운 승부가 예상되는 선거인 만큼 이 전 지사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다. ‘친이재명계’인 김남국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전체 선거에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선거 선봉장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지사로선 다시 한 번 당 대표 주자로서 활약하며 명실공히 야당의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을 굳힐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연고가 없는 인천 계양을에, 대선 패배 뒤 두 달도 안 돼 등판한 것에 대한 비판은 그가 넘어야 할 첫번째 ‘고개’로 꼽힌다. 계양을은 송영길 전 대표가 5선을 지냈고 지난 대선에서도 이 전 지사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8.6%포인트 차로 이긴 민주당 우세지역구다. 일각에서 계양을 출마를 놓고 이 전 지사 자신을 둘러싼 수사를 방어하기 위한 ‘방탄용’ 아니냐고 해석하는 건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 전 지사는 이날 노인복지관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은 자신의 이해관계, 타산이 아니라 국민 앞에 무한 책임이 있다”며 “민주당의 어려운 상황을 조금이라도 타개하고 민주당 후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이 책임질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선거판세가 절체절명해 당의 요청을 받아 결단을 했다는 설명이지만 연고지인 성남 분당갑은 출마지로 선택하지 않아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대선 시즌 2’ 양상을 걱정하기도 한다. 지방선거 구도가 ‘윤심’(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과 ‘이심’(이 전 지사의 의중) 후보들의 대결로 갈음되고 그 사이에서 시민들을 위한 지방자치 의제는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 전 지사가 설정한 “전국 과반 승리” 목표도 이 같은 대결정치 구도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는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중 ‘9개 이상 승리’ 계획을 천명한 것이지만 이 전 지사가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또 다시 패장의 멍에를 써야 한다. 사실상 민주당과 이 전 지사가 이번 6·1 지방선거를 ‘이재명 선거’로 만들었지만 결과까지 이재명 선거로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선거 결과에 따른 여파는 곧바로 이 전 지사의 운명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당초 이 전 지사 측이 검토했던 8월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의 출마 여부도 이번 결과로 판가름날 수 있다. 이 전 지사로선 목표를 달성했을 경우 당권 경쟁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이번 당대표가 2024년 총선 공천을 직접 관리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전 지사의 당 장악 및 차기 대권 행보에도 청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만큼 견제도 빨리 시작될 수 있다. 벌써부터 이 전 지사의 등판을 놓고 당내 권력경쟁 구도에도 불이 붙는 기류가 감지된다. 친문재인계를 포함한 비이재명계는 거리두기를 시작한 분위기다. 친문계인 윤건영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 전 지사 출마에 대해 “아직 결과 예측을 하긴 이른 상황인 것 같다.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하실지 상황을 보면서 판단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친문계 의원은 통화에서 “현재로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 전 지사) 본인이 선택한 것에 대해 결과와 책임 역시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지사의 목표 달성이 실패하거나 본인이 낙선할 경우 후폭풍은 거셀 수밖에 없다. 이 전 지사 입장에선 ‘조기 등판’을 통해 승부수를 빨리 띄운 것이지만 그 바람에 그와 민주당 전체의 운명이 풍전등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지사는 이날 지방선거 전략과 관련해 “정치는 국민의 삶을 위한 것이고 결국 유능하고 국민을 중심에 둔 바른 정치인들이 행정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안타깝게도 지난 대선은 일꾼보다는 심판자를 선택했다. 이제는 심판이 아니라 일할 사람, 역량이 있고 의지가 있는 일꾼을 뽑을 때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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