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로나 확산, 권력지형에도 영향..상하이 당서기 정치적 타격 속 물밑 경쟁 가속화
[경향신문]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과 상하이의 봉쇄 장기화가 공산당 당 대회를 앞둔 중국의 정치 지형마저 뒤흔들고 있다. 올해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진입이 유력해 보였던 리창(李强) 상하이 당 서기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를 계기로 물밑에서의 권력 투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상하이의 봉쇄 장기화로 공산당의 통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약화되면서 리 서기를 비롯한 고위 관료들의 미래가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상하이 봉쇄 장기화에 따른 민심 이반을 수습하기 위해 ‘정치적 희생양’이 필요해진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당 지도부가 리 서기 등의 거취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당 일각에서는 리 서기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컨설팅 업체 세르시어스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알렉스 파예트는 “상하이와 당 내부 특히 한정(韓正) 부총리 쪽에서 시 주석에게 리 서기를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하지만 리 서기 해임은 시 주석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는 시 주석의 저장성 근무 시절 형성된 인맥을 일컫는 ‘즈장신쥔(之江新軍)’의 일원이다. 올 가을 열리는 20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회 진입은 물론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후임으로까지 거론되는 리 서기가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는 것은 시 주석에게도 정치적 타격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부총리가 리 서기의 해임을 건의했다는 것은 차기 총리 자리를 두고 치열한 물밑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정치국 상무위원인 한 부총리는 올해 68세로 ‘7상8하(67세는 유임, 68세는 퇴임)’ 관례에 따라 물러나야 하지만 이례적으로 차기 총리에 기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부총리는 시 주석의 신임을 받고 있지만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이끌었던 ‘상하이방’ 출신으로 리 서기와는 정치적 기반을 달리한다. 여기에 리 총리와 같은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인 후춘화(胡春華) 부총리가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점까지 감안하면 당 대회를 앞두고 계파간에 보이지 않는 권력 투쟁이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이 중국 내 권력 지형을 뒤흔들 하나의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다만 시 주석이 리 서기 등 자기 세력을 쉽게 내치기 보다는 계파간 타협을 통해 해법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예트는 “시 주석이 리 서기를 희생시킨다면 다른 측근들에게도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라며 “정치적 압력이 커진다면 시 주석이 당내 다른 파벌과의 협상을 통해 리 서기를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리지 않고 당의 다른 기관에 앉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좌불안석이된 인사는 또 있다. 역시 시 주석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차이치(蔡奇) 베이징 당 서기다. 아직은 상하이 같은 대규모 확산이나 전면 봉쇄로 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며 비교적 선방하고 있지만 수도 방역에 실패할 경우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질 수 밖에 없다. 반대로 그가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효과적으로 제압한다면 향후 정치적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길이 더 넓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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