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심판이 사과할 때, 비로소 오심은 경기 일부가 된다

오광춘 기자 2022. 5. 9. 15: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선 이런 일도..잘못 인정하고 사과하는 심판들
심판이 선수에게 사과한다? 흔치 않은 일입니다. 심판이 내린 잘못된 판정을 뒤늦게나마 인정하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런데 그걸 넘어서 오심으로 인해 피해를 본 선수에게 머리를 숙이는 심판이 있습니다. 멀리 메이저리그의 일이긴 하지만.
애리조나의 투수 범가너가 지난 5일 마이애미전 1회를 마치고 석연찮은 이유로 퇴장당하자 심판에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심판의 용기있는 고백 "범가너에게 사과한다"
#심판 댄 벨리노는 애리조나의 투수 매디슨 범가너에게 사과했습니다. 지난 5일 애리조나와 마이애미의 경기, 1회가 끝나고서 범가너를 퇴장시킨 그 심판입니다. 당시 1루심이었고 1회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걸어 들어오는 범가너의 손을 검사했습니다. 투수의 손에 뭔가 끈적이는 이물질이 있나 살펴야 했지만 당시 영상을 보면 심판은 투수의 손을 보는 대신 얼굴을 계속 쳐다봅니다. 뭔가 불만 섞인 말을 토해내길 기다리면서.
심판은 손에 이물질이 묻었나 살피면서 계속 범가너의 얼굴만 노려봤습니다. 뭔가 불만을 터뜨리길 기다리면서. 결국 이게 퇴장으로 이어진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사진=메이저리그 영상 캡처)
아니나 다를까. 범가너는 그 고압적인 태도를 못마땅해했고, 심판은 욕설했다며 곧장 퇴장시켰습니다. (물론 범가너의 손엔 이물질이 없었습니다) 앞서 범가너는 구심의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다소의 불만을 표시했는데 이 퇴장은 심판판정을 향한 불신이 원인이었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뭔가 감정이 섞여 있었던 거죠.
뉴욕 메츠 투수 배싯의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으나 볼로 판정돼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사진은 지난 3일 뉴욕 메츠-애틀랜타전. (사진=SNY 영상 캡처)
"볼이 아니라 스트라이크였어" 빠른 사과가 훈훈한 미담으로
#심판 채드 페어차일드는 3일 뉴욕 메츠와 애틀랜타전 구심이었습니다. 5회, 투수 크리스 배싯의 공엔 참 인색했습니다. 스트라이크존을 분명 통과한 것 같은데 볼 판정을 내렸습니다. 삼진인 줄 알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려던 배싯은 다시 마운드로 돌아갔습니다. 이후 힘겹게 이닝을 마쳤습니다. 페어차일드 심판은 5회가 종료되자 특별한 손짓을 보냈습니다. 배싯에게 다가가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앞선 볼 판정이 잘못됐음을 인정했습니다. 배싯도 그 사과를 받아들였습니다. 선수와 심판의 훈훈한 교감이었습니다.
심판은 자신의 판정이 잘못됐음을 인정했습니다. 5회를 마친 후 배싯에게 다가가 미안하다는 손짓을 보냈습니다. (사진=SNY 영상 캡처)
심판의 권위는 '권력'이 아닌 '믿음'에서 시작
우리가 알던 '심판의 세계'와 조금 다릅니다. 룰을 기반으로 잘잘못을 가리는 심판은 그 역할만으로 권위의 상징으로 비쳤습니다. 판관으로서 권위가 떨어질까 싶어 잘못된 판정을 하고도 모르쇠로 넘어갈 때가 많았죠.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은 잘못된 판정이 낳은 혼란, 그 피해를 체념하기 위해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심판의 권위는 판관이라는 권력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선수나 팬들의 믿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잊은 채.
'심판도 사람, 그래서 실수한다'...오심을 인정하는 용기 필요
그러나 심판도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오심을 둘러싼 논란도 이해의 영역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심판들의 용기도 그렇게 해석됩니다. 이런 용기는 비단 스포츠에서만 필요한 건 아니겠죠. 오심을 인정하고 사과할 때, 그 오심도 비로소 경기의 일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심판들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