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서욱 "정권 바뀌어도 軍 본연임무 불변..흔들면 안돼"
'한미동맹 약화' 평가엔 "이미 최상..연대급이하 훈련 오히려 더 늘어"
"北, 거침없는 행보 예상..잇단 사건사고, 군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강윤승 기자 = "나도 보수정부에서 합참 작전부장을 했던 사람입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군 본연의 임무는 같습니다. 군이 그 중심을 지킬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도 지켜주면 좋겠습니다."
41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가는 서욱(59) 국방부 장관은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최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 등으로 군이 정쟁의 한복판에 서야 했던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정권 교체기에 국방부가 그 어느 때보다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이 용산으로 전격 결정되면서 서울 용산구 영내 국방부와 합참은 약 한 달 사이 군사작전하듯 '연쇄 이동'을 해야 했다.
동시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재개하고 핵실험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한반도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군 안팎에서 적잖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던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방부 장관'인 그가 유난히 '침묵'을 지킨 것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서 장관은 이에 대해 "이번 집무실 이전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검찰과 군을 많이 비교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우리 현대사와, 또 국가를 지키고 무력을 갖고 있는 조직이어서 의사 표현을 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게 나의 신념"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전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루트로 우려 등 내부 의견을 표명했다면서 "그럼에도 일단 결정됐다면, 대비태세에 문제가 없고 군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측면을 고려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일단 이동을 하긴 했지만, 국방부 조직이 많이 흩어져 있는 상태로 최소 두 군데 정도라도 모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차기 정부에도) 중·장기적으로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서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장관은 현 정부에서 한미동맹이 '약화'했다는 일부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치적인 관점은 모르겠지만, 군사적 관점에서 나와 원인철 합참의장, 그리고 미측의 국방부 장관·합참의장과 한미연합사령관 등 소위 '수뇌 5인'을 기준으로 보면 거의 최상의 수준에 와 있다"고 밝혔다.
특히 현 정부 시기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됐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현 정부 초기 북한의 핵·ICBM 모라토리엄(발사 유예)을 계기로 달라진 건 '연대급 이상의' 실병기동 훈련 딱 하나"라면서 "이는 한국 단독 결정도 아니고, 당시 한미 간 협의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대급 이하의 소규모 훈련은 오히려 더 만들어서 실시했는데, 훈련을 통째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대북 상황과 관련해서는 "최근까지 핵실험 관련 동향이 지속 식별돼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미)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이상 이후 거침없는 행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서 장관은 약 1년 8개월의 재임 기간 적잖은 사건·사고로 여러 차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지난해 발생한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서 장관은 "장병 급식 문제와 성폭력 피해 사망사건 등 안타까운 사건·사고가 발생해 곤혹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진행 중인 사안도 있지만, 군 내부를 다시금 자세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고, 언젠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는 군 후배들을 향해서는 "하는 일마다 다르겠지만 근본은 헌신하고 헌신 속에 보람을 찾고 그런게 군 생활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늘 소통하고, 균형감을 갖고 진화하는 조직이자 개인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국회가 이날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함에 따라 서 장관은 이르면 10일께 이 후보자에게 국방부기를 물려준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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