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간은 망가져가는데"..B형간염 약 급여기준 '넘사벽'

송연주 2022. 5. 9. 1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한국간환우협회 민경윤 회장
새 정부에 B형간염 치료 현황·지원 방향 제안
간암 주원인…치료제 잘 복용하면 완치 유사 효과
"하지만 국내 보험급여 기준 지나치게 높아"
"5월 일부 확대됐지만 혜택 볼 환자 한정적"
"다른 질환처럼 환자 상황따라 급여 약물 자유롭게 적용돼야"

한국간환우협회 민경윤 회장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한국인 간암 및 간경변증의 약 70%는 B형 간염을 원인으로 한다. B형 간염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간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우리나라 간염 환자가 가장 많이 감염되는 바이러스다.

지난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가 2030년까지 'B형간염 퇴치'를 선언했지만, 국내의 제도적인 치료 지원과 질환 인식은 제한적이다. WHO와 세계은행 주도로 조사되고 있는 질환별 질병부담 수치를 확인한 결과, 한국인의 간 질환은 매우 높은 질병부담을 나타내지만 보건정책의 우선순위에서 4대 중증질환에 가려져 소외되고 있다.

또 올해 5월 1일에는 비대상성 간경변증과 간암 동반 환자에서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제품명 베믈리디), '베스포비르'(베시보) 등 B형간염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됐지만 기존 만성질환 치료제와 달리 여전히 급여 처방의 한계점이 존재한다. 예컨대, 환자의 골밀도가 나빠진다 하더라도 바로 약제를 바꿀 수 없다.

뉴시스는 민경윤 한국간환우협회장을 만나 환자의 목소리를 통해 B형간염 치료 환경의 현황과 제안점을 들어봤다. 민 회장은 새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방향으로 "B형간염도 다른 만성질환처럼 환자의 상황에 맞춰 급여권 내에서 약제 처방이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B형간염 환우인 민 회장은 2017년부터 '우리간사랑'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면서 환우들과 교류한 데 이어 지난 해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간환우협회를 설립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 해 간환우협회를 설립한 목적은 무엇인가?

"간질환으로 투병 중인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이들을 자원봉사와 후원금으로 돕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모임이다. 간질환 투병정보 제공 및 각종 지원을 통해 환자의 조속한 치유를 돕고, 환자 권리를 보호하고자 한다."

- 그동안 BBC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는 등 열정적으로 질환 인지도 제고에 나선 이유는?

"B형간염은 만성 간염, 간경변증·간암의 주원인이다. 다행히 1995년부터 국가예방접종사업을 통해 신생아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젊은층에서는 사라져가는 질병이다. 그러나 30대 이상에서는 여전히 관리가 필요하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현재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150만명으로 전국민의 3% 정도에 달하는데, 이 중 정기검진을 받는 사람의 비율은 30%도 채 안 된다. 이전 통계자료를 보면 50대 이전 세대는 B형간염 보유자가 10% 정도를 차지했는데, 연령별로 계산해보면 결국 300만명이 넘는다. 여전히 상당한 숫자다."

- 환자이자 환우협회 회장으로서 B형 간염 치료에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B형간염 치료제 급여 기준이 너무 높다. B형간염 환자가 항바이러스제를 급여 처방받으려면 간수치가 상당히 높아야 한다. 현재 B형간염 환자들은 혈중 B형간염 바이러스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더라도 간효소수치(AST·ALT)가 80단위 이상이거나 간경변증에 이르러야 급여 처방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수치는 자연경과 중 '면역제거기' 시작할 때만 다다를 수 있다. 면역제거기는 몸 속에 있는 면역체계가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세포를 공격하는 시기로, 일반적으로 20대일 때 나타난다. 그런데 환자들이 20대 때 건강검진을 꾸준히 잘 하지 않으면, 이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B형간염 환자들은 태어나면서 모계로부터 수직감염되기 때문에 언젠가는 간 상태가 나빠지는데, 이 기회를 놓치게 되면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2007년부터 내성 발현이 없는 비교적 안전한 항바이러스제가 나왔음에도, 급여기준에 들지 못해 제때 처방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있다. 안타까운 점은 국내 B형간염 감염자 중 급여 기준에 들지 못해 간암으로까지 발병한 환자의 비율이 64%로, 미국(46%)의 약 1.5배, 유럽(33.5%)의 약 2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대한간학회의 2018년 개정된 진료 가이드라인이 2022년인 지금까지 적용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미 간학회 등 여러 학회에선 간수치가 정상인 B형간염 환자 또한 치료 시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간암과 간경변증 예방을 위해서다. B형간염 치료제 급여 기준이 낮아져야 한다."

각 국가별 급여 기준과 비교해, 간암으로 발전한 환자 비율 *재판매 및 DB 금지


- 5월 1일에 B형간염 치료제 급여가 일부 확대됐다. 이를 통해 기대하는 혜택은 무엇이고, 그럼에도 환자들이 느끼는 여전한 한계점은 무엇인가?

"일부 급여기준이 확대되긴 했지만,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 있다. 앞서 B형간염 환자들은 약제 처방 기준이 높다고 언급했다. 게다가 국내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은 치료제를 한 번 급여 처방을 받으면 이후 약제 변경이 어렵다. 물론 기존 약제 복용 중 신장 기능이나 골밀도 수치가 떨어질 경우에는 급여권 내에서 약제 변경이 가능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변경 가능한 기준이 높다. 일례로 환자가 골다공증을 새롭게 진단받는 수준까지 나빠져야 약제를 바꿀 수 있다. 약제를 바꾸면 골밀도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데, 급여 기준이 높아 오히려 병을 키우는 격이다.

무엇보다 환자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동반질환 등을 사전에 예방하길 원한다. 특히 완치가 불가능한 B형간염의 특성 상 항바이러스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골밀도나 신장기능 등 수치가 저하되는 환자에서는 안전을 위해서 독성이나 이상반응이 개선된 최신약으로 교체처방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 B형 간염 치료 환경이 다른 만성질환과 달리 급여 기준이 제한돼 있다면, 궁극적으로 개선돼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B형간염의 자연경과는 면역관용기-HBeAg(B형간염 바이러스 e항원) 양성 면역활동기(면역제거기)-면역비활동기(면역조절기)-HBeAg 음성 면역활동기(재활성화기)-B형간염 표면항원 제거기의 5단계로 진행된다. 이 중 면역제거기 시작하는 때가 최적의 치료 타이밍인데, 주로 10대 후반부터 20대까지 해당되는 시기다. 그러나 이 시기에 B형간염 보유자가 정기검진을 받는 분들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최적의 치료타이밍을 놓치고, 대부분 재활성화기나 바이러스 증식이 다시 재개돼 HBeAg가 다시 검출되는 재양전 이후 급여기준에 들기를 기다리는 식이다. 그러나 면역제거기 때 간염을 심하게 앓았을 경우 간수치는 올라가지 않고 HBV DNA 바이러스만 검출된다. 간은 계속 망가지는데도 불구하고 급여 기준에 들기는 어렵다. 따라서 HBeAg 양성이나 음성에 관계없이, HBV DNA 바이러스 수치가 2000IU/㎖ 이상이면 무조건 항바이러스제 처방이 가능하도록 급여기준이 개선돼야 한다. 간암 발병률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 WHO는 2030년까지 B형간염의 완전한 퇴치를 목표로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를 권하고 있다. 국내 B형 간염 인식과 치료 환경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B형간염은 이제 사라져가는 질병이다. 좋은 항바이러스제가 있어 장기복용 시 간경변을 개선할 수 있고 간경변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치료타이밍만 놓치지 않고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간암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지만, 높은 급여 처방 기준으로 항바이러스제 복용을 못 하거나 치료타이밍을 놓치고 뒤늦게 복용한다.

간환우협회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높은 급여 처방 기준을 낮추는 것과, 항바이러스제 급여 처방 후에도 더 좋은 최신약이 있다면 교체처방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이는 B형간염 뿐만 아니라 간암 치료까지도 해당된다. 이번 5월1일부터 간암에서도 처음으로 면역항암제를 급여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면역항암제에 반응하는 간암 환자 비율은 20% 이하다.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를 사용한다 해도 반응하지 않으면 2차 치료부터는 비급여로 치료를 해야 한다. 환자들이 좀더 경제적인 부담을 낮추고 치료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일 또한 간환우협회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함께 수립되는 새 정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간암은 젊은 연령에서 사망률이 높은 암종 중 하나이지만, 얼마든지 예방 가능하다. 특히 간경변증과 간암의 주 원인이 B형간염인 만큼, 평생동안 항바이러스제를 잘 복용한다면 결국 완치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B형간염도 다른 만성질환처럼 환자의 상황에 맞춰 급여권 내에서 약제 처방이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간질환 환우들이 하루 빨리 더 좋은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할 수 있도록 급여처방 기준을 낮추고, 간암치료에 필요한 항암제가 2차, 3차 치료에도 급여가 적용되도록 제도를 개선해 주길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