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계약 선수 맞아? 황인범, 경기력+FC서울 가치 깨우는 고품격 달변까지

김용일 2022. 5. 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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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황인범.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수원FC와의 경기.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기자] 입단 전부터 범상치 않았다. 초유의 단기계약 선수 신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소속팀에 대한 로열티와 더불어 대중에 전하는 메시지가 미래 지향적이다. FC서울의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27) 얘기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금메달리스트인 황인범은 그해 국가대표 ‘벤투호’에도 승선해 황태자 수식어가 따랐다. 전 국가대표 ‘캡틴’ 기성용의 뒤를 이을 핵심 미드필더로 주목받았다. 이후 프로 데뷔팀인 대전을 떠나 미국 밴쿠버를 거쳐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루빈 카잔에 입성해 맹활약한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축구연맹(FIFA) 특별 규정을 적용받아 일시적 자유계약(FA) 신분으로 FC서울에 입단했다.

황인범은 올 11월 예정된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그린다. 러시아 사정으로 카잔을 떠나 국내에서 실전 감각을 이어가기를 바랐는데 자연스럽게 최상위리그인 K리그1에 안착하는 게 수순이었다. 다만 그는 현재 K리그2 소속인 원소속팀 대전의 팬과 지난 3월 말 만나 자신의 미래에 관해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는 등 전례 없는 친정 팬과 교류의 장을 추진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자신을 강력하게 원한 FC서울 유니폼을 입은 황인범은 이전부터 ‘빅클럽 서울맨’이었던 것처럼 팀에 원활하게 녹아들고 있다. 넓은 시야와 송곳 같은 패스, 예리한 슛 등 안익수 서울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 색깔에 특화한 재능도 한몫했으나 유럽 무대를 거치면서 스스로 성장한 흔적이 엿보인다.

황인범은 서울 합류 전 발가락 골절 부상으로 재활훈련에 매진했다. 그러나 조급해하지 않고 치료와 재활에 전념한 뒤 최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휴식기에 맞춰 서울 훈련에 합류했다. 지난 5일 전북 현대 원정 경기에서 첫선을 보인 그는 8일 수원FC전을 통해 홈 데뷔전을 치렀다. 0-0으로 맞선 후반 11분 교체로 투입됐는데 한 박자 빠른 패스, 창의적인 경기 운영으로 3-1 완승하는 데 변곡점 구실을 했다.

평소 커다란 표현을 자제하는 안익수 서울 감독도 황인범 합류 직후 “역시 황인범”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그가 경기력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흔히 안 감독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수도 서울에 걸맞은 스토리와 가치”에 적합하게 부합하는 게 황인범이다. 아시안게임 대표 시절만 해도 풋내기 수식어가 따른 그는 국가대표를 거쳐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몰라보게 성숙해졌다.

FC서울 황인범(왼쪽)-기성용.

롤모델로 여긴 기성용과 서울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는데, 팀에 이르게 녹아들며 정신적 지주처럼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그는 수원FC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내가 대단한 선수는 아니지만 어린 선수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분명히 있다. 이제까지 후배가 잘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는 스타일인 그를 보고 최근 평균 연령대가 어려진 서울 선수들이 새롭게 바라보는 게 사실이다.

황인범은 국가대표 시절 기성용과 함께한 추억도 되새겼다. 그는 “대표팀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하진 못했으나 좋은 추억이었고, 성용이 형에게 많은 것을 빼내려고 한 기억이 있다”며 “서울에서 같이 하는데, 왜 최고 수준의 미드필더인지 느낀다. 서울에 어린 친구들이 성용이 형이 있는 지금을 헛되게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고 치켜세웠다. ‘익수볼’로 불리는 안 감독 축구 색깔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보였다. 황인범은 “확실하게 말하고 싶은 건 서울이 다른 K리그 팀보다 세련된 축구를 한다. 감독이 바뀌어도 서울이 지금 컬러를 앞으로도 추구했으면 한다”며 수도 서울 팬에게 스토리를 강조하는 안 감독 전술을 높이 평가했다.

서울이 러시아 사태로 황인범과 6월까지 단기 계약을 맺었으나 그를 식구처럼 대하는 이유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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