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약사회, 비대면 진료 논의 테이블에 나오라

최정석 기자 2022. 5. 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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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한국원격의료학회가 창립 1주년을 기념해 비대면 진료를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열었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굳어지는 분위기에 약사회가 반대 의견만 고집하며 스스로 논의 테이블과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약사회가 비대면 진료, 약 배달을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가 '국민 건강'임을 생각하면 더더욱 논의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

한국원격의료학회가 기념행사를 열기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서울시약사회는 정부의 비대면 진료 허용 방침을 비판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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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한국원격의료학회가 창립 1주년을 기념해 비대면 진료를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열었다. 장소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대웅제약 신관 대강당이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내 6위 제약사다.

행사 마지막에는 ‘원격의료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비대면 진료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에 관한 토론이 진행됐다. 보건복지부 과장, 대학·종합병원 의사, 비대면 진료 업계 관계자, 법조계 교수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 핵심 이해 당사자인 약사 측은 자리에 없었다.

약사 없이 진행된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사실상 비대면 진료 허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날 학술회 발표자로 참석한 김헌성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부교수는 “대학병원 교수들은 비대면 진료를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고 있다”며 “어차피 하게 될 거 빨리 적응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크다”며 의료계 분위기를 전했다. 복지부 소속인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토론회에서 “기본적으로 동네 병·의원 등 1차 의료기관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이해관계는 세 개의 축으로 이뤄져 있다. 의사와 약사 그리고 산업계다. 이중 의사는 지난 10여년간 비대면 진료를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자세를 바꿨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찬성하되, 대면 진료보다 비대면 진료 수가를 더 높게 정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결사반대에서 ‘실리주의’ 노선으로 갈아탄 것이다.

반면 약사업계는 이번 학술회를 포함한 공개적인 논의 테이블에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약사회와 시·도 약사회 등이 뒤늦게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지만 거기까지다. 의사 측이 여러 이해당사자가 모이는 장소에 적극적으로 나가서 의견을 내세우는 것과 달리, 약사들은 약국과 약사회 사무실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몇몇 약사들은 이런 상황이 ‘약사 패싱’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한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굳어지는 분위기에 약사회가 반대 의견만 고집하며 스스로 논의 테이블과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선 약사들 사이에선 약사회가 논의 테이블로 돌아가 의사들처럼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약사회가 비대면 진료, 약 배달을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가 ‘국민 건강’임을 생각하면 더더욱 논의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 최근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틈을 타 배달대행업체 물류센터 안에 ‘배달 전문 약국’을 세우고 약 배달만 하는 기형적인 약국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어떤 약을 어떻게 짓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이런 약국이야말로 국민 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약사회가 이해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한국원격의료학회가 기념행사를 열기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서울시약사회는 정부의 비대면 진료 허용 방침을 비판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장소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한약사회관 4층 강당이었다. 200여명의 약사가 모였지만 의사나 비대면 진료 업계, 정부 관계자 등 이해 당사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런 식의 단체 행동은 약사회를 스스로 고립시킬 뿐이다. 비대면 진료 법제화가 이미 진행 중인 걸 생각하면 자칫 무의미할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비대면 진료를 ‘할지 말지’가 아니라 ‘어떻게 할지’에 집중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것이 약사가 신뢰를 얻고 실리를 챙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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