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불도 다시 보자? 고효준의 불꽃은 꺼진 적이 없었습니다

김태우 기자 2022. 5. 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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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꺼진 불'이라고 했다.

세월의 흔적은 고효준의 이미지도 바꿨다.

간신히 다시 불꽃을 붙인 고효준은 20대 시절의 열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모두가 제대로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알고 보니 고효준의 불꽃은 꺼진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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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G 불펜의 든든한 맏형으로 활약 중인 고효준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누군가는 ‘꺼진 불’이라고 했다. 성적을 놓고 보면 맞는 말일 수도 있었다. 분명 뚜렷한 하락세를 가리키며 바닥까지 떨어진 그래프였다. 게다가 마흔의 나이. 반등 확률을 낮게 점치는 건 당연했다.

고효준(39‧SSG)도 부인하지 않았다. 스스로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포기하기는 싫었다. “이제 끝났다”는 평가가 어깨를 짓눌렀지만, 자신의 탱크에는 아직 불꽃을 연소시킬 만한 충분한 기름이 남아 있다고 믿었다. 방출 통보를 받은 뒤에도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항상 손에는 공이 있었다. 자비를 들여 따뜻한 제주에 개인 캠프까지 차릴 생각이었다.

연락이 온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혹시 모를 연락에 준비는 되어 있어야 했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비행기 바퀴가 제주도에 닿은 지 한 시간 뒤, SSG 관계자로부터 “테스트를 해보자”는 연락이 왔다. 고효준의 야구 인생이 극적으로 연장되는 순간이었다. 당당히 테스트에 합격했고, 캠프에서 자신의 구위가 살아있음을 증명했고, 이제는 여전히 1군에서 통하는 공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물음표가 많았던 고효준은 이제 SSG 불펜의 믿을맨으로 거듭났다. 시즌 9경기에서 10⅓이닝을 던지며 4홀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단 0.059에 불과하다. “볼넷이 많아 롤러코스터를 타는 선수”라는 평가가 항상 따라다녔지만, 올해는 단 2개의 볼넷을 내줬다. 이런 안정감 속에 이제는 필승조 대접을 받는다.

몸이 워낙 좋았다. 타고 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효준도 아직은 더 던질 수 있다고 말하는 자신의 몸을 보며 현역 연장의 꿈을 이어 갔다. 몸의 속삭임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여전히 시속 140㎞대 중반의 공을 던질 수 있는 힘이 남아있었다. 세월의 흔적은 고효준의 이미지도 바꿨다. 패스트볼보다는 변화구를 더 많이 던지고,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내고 있다. 나이 마흔에 찾아온 기막힌 반전이다.

고효준은 캠프 당시 “이대로 그만두기에는 내 공이나 몸이 너무 아깝다”고 했다. “적어도 몸 컨디션만 보면 어린 선수들에게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도 했다. 당장 내일 은퇴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 그래서 매 경기, 매 경기 던지며 자신의 현역 생명을 연장하는 중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고효준에는 자연히 혼이 실릴 수밖에 없다. 후회는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오늘도 마운드에 오른다.

꺼진 불 뒤로 잘 보이지 않았던 탱크의 기름이 다시 보인다. 간신히 다시 불꽃을 붙인 고효준은 20대 시절의 열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는 “매구 열정적으로 던지고, 항상 파이팅이 넘치고, 끝날 때까지도 세상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느낌으로 던졌던 투수”라고 자신이 기억되길 바란다. 마치 4월 30일, 인천 두산전의 그 포효처럼 말이다. 모두가 제대로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알고 보니 고효준의 불꽃은 꺼진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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