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권의 뒤땅 담화] 골프 초청해 놓고 자기만 혜택 본다고?

2022. 5. 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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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힘들다고 했죠. 하도 요청하기에 미리 잡아놓은 다른 골프 약속을 깨고 멀리까지 왔는데 좀 개운찮아요.”

오랜만에 골프를 함께한 기업인이 귀갓길 차 안에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날 초청자가 회원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전체 골프비용을 똑같이 나눠 계산하면 될 줄 알았다고 했다.

집 근처 골프장에서 회원의 날 행사도 취소하고 멀리까지 달려왔는데 프런트에 가보니 떡하니 본인만 회원대우로 계산을 끝냈더란 것. 한 명 더 동반해도 된다는 말에 상대방이 모르는 필자까지 급하게 연락해 데려왔는데 끝이 흐려 미안하다고 전했다. 초청 답례로 그 기업인이 점심을 사겠다고 미리 공언까지 한 상황이었다.

“그까짓 돈이 얼마 되겠어요. 다른 약속이 있다는 사람, 게다가 모르는 사람까지 불러놓고선 저로선 쉬이 납득이 안 되네요.”

회원권을 가진 사람과 골프를 하면서 비용 정산을 놓고 종종 이런 논란이 발생한다. 정답을 찾지 못해 인터넷에도 이런 질문이 올라온다.

골퍼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 경우 초청자가 전체 금액을 4등분해서 계산하는 게 매너다. 어렵게 불러놓고 자기만 회원혜택을 받고 쏙 빠지는 건 얄밉고 인색한 처사다.

만약 회원권 보유자에게 그 골프장에서 꼭 한번 골프를 해보고 싶다고 요청했다면 비회원은 자기 몫을 내면 된다. 이때 회원이 N분의 1로 계산토록 해주면 고맙고 본인만 혜택을 받아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회원이 혜택을 양보하면 초청받은 비회원들이 식사나 커피 등으로 답례하면 무난하다. 비회원 3명이 고마운 나머지 회원의 비용을 나눠서 내주면 더 훈훈하다.

부킹난으로 대중골프장을 찾지 못해 회원제골프장에라도 가야 한다면 회원에겐 혜택을 받게 해주는 게 당연하다. 비회원이 이마저도 싸게 하려는 심사는 욕심이다.

동반자들이 우연히 골프장을 잡았는데 하필 회원권을 가진 멤버가 있다면 이때도 그에겐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게 맞다. 간혹 회원제골프장에서 모르는 비회원과 조인한 경우에도 회원은 자기 혜택을 받으면 된다.

일단 회원제골프장에 가면 비회원은 당연히 비회원 가격으로 계산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회원 혜택을 포기하면서 동반자의 골프비용을 낮춰주는 일은 오로지 회원 마음에 달려 있다.

회원이 먼저 프런트에 가서 자기 몫만 계산하면 비회원은 자동으로 비회원 가격으로 계산하면 된다. N분의 1로 계산하게 해주면 고마울 뿐이다.

회원권을 보유한 골퍼는 원활한 부킹과 저렴하게 골프를 즐기기 위해 큰돈을 투자했다. 당연히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특히 나인브릿지, 트리니티, 휘슬링락, 안양, 남부 등 명문골프장에는 비용을 떠나 회원권이 없으면 아예 출입금지다. 이들 골프장에는 회원의 초청 자체가 행운이어서 비회원은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저렴한 대중골프장에 갈 수도 있는데 우겨서 회원권을 보유한 골프장에 끌고 가면 회원 혜택을 양보하는 게 매너다. 매너가 아니라 상식이다.

회원권뿐만 아니라 적립 할인혜택이 있는 대중골프장도 마찬가지다. 가깝고 저렴한 데를 놔두고 굳이 먼 골프장을 고집해서 본인만 할인혜택을 받는다면 동반자를 이용하는 얄팍한 심보다.

요즘은 회원권의 유용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비즈니스를 위해 동반자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법인회원권이라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1~2명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법인회원권이나 개인회원권 보유자는 늘 동반자 비용처리 문제에 봉착한다. 허구한 날 같은 골프장 회원끼리만 함께하는 골프가 지루해 비회원인 친구나 지인을 부르게 된다.

격차가 줄었지만 회원제골프장 비용이 대중골프장보다 꽤 비싸 멤버를 쉽게 못 구한다. 게다가 예전과 달리 워낙 대중골프장이 많이 생겨 회원제골프장의 장점인 부킹권 위력도 많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회원이 비회원을 초청하면 일단 고마운 일이다. 필자를 포함한 골프 월례회가 있다. 골프장 회원인 친구가 부킹을 맡고 간혹 필자가 다른 골프장을 예약한다.

회원 친구는 비회원 친구들과 똑같이 N분의 1로 계산한다. 늘 고마운 마음을 간직한다. 그가 따로 회원 혜택을 받아도 무방한데 몇 년째 한결같다.

회원이 비회원을 초청하고선 골프비용 정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초청하면서 조건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전화로 곤란하면 카톡이나 문자메시지로 전달해 상대방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면 된다. 비용 문제를 사전에 초청자가 간명하게 제시하면 뒤끝이 없다.

막연한 생각으로 골프를 끝낸 후 비용 정산에 대한 입장이 다르면 즐거운 일정을 망친다. 불러놓고 자기만 혜택을 본다는 생각과 불러줬으면 당연히 자기 몫을 계산하고 고마워해야 할 일이라는 두 생각이 충돌한다.

셈법이 다르다. 구차하게 미리 조건을 내밀 필요가 있느냐고 여기지 말고 오해 소지를 원천 봉쇄하는 게 현명하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회원이 가자고 하면 N분의 1, 비회원이 가자고 하면 회원에겐 혜택을 준다. 비용이 걱정되면 가지 말고 친분이 걱정되면 가면 된다.

회원이 자기랑 함께해줘서 고맙다며 N분의 1로 계산하거나 혹은 비회원들이 이렇게 좋은 곳에 불러줘서 고맙다며 회원 비용을 제외시켜 주면 만점이다.

그날 집에 돌아와 나를 초청한 중견 기업인에게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다.

“오늘 웃픈(웃기지만 슬픈) 일도 있었지만 화창한 봄날 오랜만에 얼굴 뵙는 것만으로도 저는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밤늦게 답장이 왔다.

“감사합니다. 오늘 일도 상대가 나를 속 좁은 인간이 아니라고 좋게 봐줬기에 일어났다는 생각도 드네요. 좋은 경험이고 바로 나의 일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잠 속으로 편안하게 빠져 들었다.

[정현권 골프 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0호 (2022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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