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창욱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돈 때문에 힘든 순간도"[EN:인터뷰③]

이민지 2022. 5. 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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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뉴스엔 이민지 기자]

※ 일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난 5월 6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는 꿈을 잃어버린 소녀 윤아이(최성은 분)와 꿈을 강요받는 소년 나일등(황인엽 분)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미스터리한 마술사 리을(지창욱 분)이 나타나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뮤직 드라마이다.

하일권 작가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번 작품에서 지창욱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마술사 리을 역을 맡았다. 극중 리을은 버려진 유원지에서 앵무새 미녀와 함께 살아가며 온갖 소문에 휩싸인 인물이다.

지창욱은 마술과 노래를 익히며 3개월간 리을을 준비, 미스터리한 매력을 뽐냈다.

- 아이의 마술로 사라진 리을은 어디로 갔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열린 결말로 끝났는데 ▲ 촬영장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바닥에 구멍으 ㄹ뚫어놓고 촬영했다. 아이가 던지면 내가 바닥으로 숨는 속임수를 쓰면서 촬영했다. 드라마 안에서는 판타지지만 현실은 다르다. 무대 장치가 있어서 뒷구멍으로 연결된 유원지 뒤 풀숲에서 '살았다' 하면서 나오고 다른 유원지를 찾는 것도 상상했다. 근데 그건 동심파괴 같은 느낌이니까. 리을이는 어딘가에서 본인의 꿈을 쫓으며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나눠주며 살지 않을까 하는 예쁜 결말을 상상해본다.

-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안나라수마나라'를 통해 어떤 생각의 변화나 일상에서 달라진 점이 생겼을까? ▲ 동화 같은 이야기이고 따뜻한 이야기이다. 이 대본을 본 순간부터 내 이야기, 내가 어렸을 때 느꼈던 가난, 성적에 대한 압박감, 꿈은 무엇인가 생각해봤다. 다시 한번 그런 것들이 확 가슴에 와닿았던 작품이다. 이 작품 이전부터도 항상 고민했던 부분이 '과연 난 누구인가?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였다. 이 작품을 하면서 또다시 그런 고민을 새롭게 할 수 있었다. 내 가치관이 확 달라졌다는건 모르겠지만 조금이나마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다.

- 리을이의 고등학생 때 장면들도 인상 깊었다. 공부에 대한 압박이나 부모님의 기대같은 것들이 리을이를 옭아맸던 것처럼 본인에게도 심리적으로 극복하기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나. 그런 리을이의 감정을 어떻게 접근하고 이해했는지 궁금하다 ▲ 심리적으로 극복하기 힘들었던 순간들은 항상 있었다. 어떤 선택을 하고, 살아가는데 있어서. 돈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힘들었던 순간도 있고 학창시절에 공부에 대해서, 학업 스트레스도 심했던 것 같다. 그런 심리적 압박으로 힘들었던 시기가 많아서 남 이야기 같지 않고 내 이야기 같았다. 극중 리을이의 감정을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하려 노력했다. 그래서 솔직하게 다 표현했다. 재밌게 즐길 때는 앞뒤 없이 고민 없이 재밌게 즐겼고 화를 내는 장면에서는 온전히 화를 냈다. 사람의 순수함이라고 하면 어렵겠지만 간단히 생각해봤을 때 '솔직함'이라 생각한다. 남을 신경 안 쓰고 얼마나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리을이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천진난만한 아이 같기도 하고 살인자 같아 보이기도 한다. 선과 악을 떠나 그 사람의 솔직함 아닐까.

-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한류스타라 어려웠던 가정 환경이 잘 상상이 안된다. 아이를 보며 공감했던 부분이 있다면 ▲ 뭐랄까. 어떻게 보면 평범하게 자랐고 어떻게 보면 힘들게 자랐을 수 있다. 글쎄, 홀어머니와 함께 자랐다. 아버지가 좀 일찍 돌아가셨다. 거기서부터 오는 상실감을 많이 느꼈다. 현실이 쉽지 않다는걸 어린 나이에 빨리 느꼈다. 그래서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우울감이 좀 있었던 것 같다. 다행히 그걸 어머니의 사랑으로 극복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 부담이 많았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 대본을 봤을 때 부담스럽겠다, 어렵겠다는 느낌 이전에 감동을 먼저 느꼈다. '이건 내 이야기이다', '아이, 일등이는 내가 응원해줘야겠다'는 감정이 먼저 느껴져서 선택했다. 이 대본을 읽고 '이건 어렵겠지만 하면 재미있을 수 있겠다. 내가 나름 잘 표현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자신감과 기대감, 설렘도 복합적으로 느꼈다.

- 소년미가 있는 배우다. 최근에 한 천진난만한 행동이 있을까? 그리고 자신이 어른이 됐다고 생각한 시기는 언제인가? ▲ 사실 천진난만하게 산다. 어떻게 보면 철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자유로움을 갈망하면서 살고 행복함을 갈망하면서 산다. 그런 것들을 찾아다니는데 그런게 천진난만을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게 하는 요인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항상 의지했던 어머니가 어느 순간 나를 의지하고 있더라. 나를 책임져야 할 부모가, 이제 내가 책임져야 할 부모가 됐다. 그럴 때 이제 내가 가장이고, 무게들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어른이 됐구나 느낀 것 같다.

- 멋진 어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 ▲ 멋진 어른, 잘 모르겠다. 다만 어른이라고 하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친구들을 잘 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리을이가 아이와 일등을 통해 계속 질문했다. '스스로 질문해봐. 그게 맞아? 네가 진짜 하고 싶은거야?' 했던건 아직 다 크지 못한 친구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질문을 던져주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이렇게 해. 그거 아니야' 보다도. 어릴 때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게 멋지다 생각했다. 지금은 그런 것보다도 같이 고민해주고 이야기 해줄 수 있는 사람, 질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 '안나라수마나라'는 배우 지창욱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즐거웠던 추억과 기억, 좋은 팀원들을 만났다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새로운 도전이었고 나를 깨기 위한 또 하나의 시도였다. 어떤 배우가 될까 고민하면서 한 작품, 한 작품 하는게 어떻게 보면 내 몸에 새기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지워지지 않는 작품을 내 몸에 새겨넣는 느낌이다. 그래서 고민이 많은 편인데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나중의 나를 만들어주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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