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연, 2년 간의 방황 끝에 찾은 '행복한 골프' [ST스페셜]

이상필 기자 2022. 5. 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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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연 / 사진=KLPGA 제공

[충주=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2019년 신인왕' 조아연이 2년 8개월 만에 다시 날아올랐다.

조아연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충청북도 충주시 킹스데일 골프클럽(파72/6709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8억 원, 우승상금 1억4400만 원)에서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를 기록, 2위 이가영(10언더파 206타)을 4타 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조아연은 지난 2019년 2승을 수확하며 그해 신인왕까지 수상했지만, 지난 2020년과 2021년에는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사흘 내내 선두를 지키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2022시즌 첫 승, 통산 3승째를 달성했다.

조아연은 지난 2019년 정규투어에 데뷔해, 첫 대회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골프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그해 9월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도 정상에 올랐고, 기세를 몰아 신인왕까지 거머쥐었다. 임희정, 박현경, 이소미, 이승연 등 뛰어난 신인들이 쏟아진 2019년이었지만, 가장 빛나는 신인은 조아연이었다.

그러나 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았던 조아연은 2020년과 2021년 부진에 시달렸다. 각각 톱10 5회씩을 기록했을 뿐 우승과는 연을 맺지 못했다. 루키 시절 신인왕 경쟁을 펼쳤던 임희정, 박현경, 이소미 등은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성장했지만, 정작 신인왕을 수상한 조아연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조아연은 "2019년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스스로 채찍질을 많이 했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넓게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골프의 길을 걷는 것이 맞는지 하루에도 수십 번 고민할 정도로 힘들었다"면서 "2019년에 동기들보다 잘해서 신인상을 받았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훈련을 했는데 2020년에 그 결과가 너무 처참했다. 그런데 동기들은 잘나갔다. 자괴감도 들고 골프를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정이 식었던 것 같다"고 지난 2년을 돌아봤다.

슬럼프는 골프에 대한 흥미 저하로 이어졌다. 연습을 해야 할 시간에 베이킹, 피아노, 맛집 탐방 등 다른 취미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간이 오히려 조아연에게는 골프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 됐다.

조아연은 "취미 활동을 하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골프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에 집중하지 않고 취미 생활처럼 행복하게 골프를 한다면 성적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행복한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면서 "그러면서 골프에 흥미가 생기고 잘치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겼다. 덕분에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인드의 변화는 부활로 이어졌다. 조아연은 1-3라운드 내내 선두를 지키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특히 최종 라운드에서는 이가영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선두 경쟁을 펼쳤지만, 끝까지 선두 자리를 지키며 우승 트로피의 주인이 됐다.

조아연은 "올해 시합을 하면서 갤러리분들이 많이 와주셔서 그런지 몰라도 스스로 즐거운 플레이를 하고 싶었다. 과정에 충실한 선수가 되고 싶었고, 행복한 골프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다보니) 신기하게도 떨리지 않았고, 꼭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도 들지 않았다. 그래서 사흘 내내 잘 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조아연은 앞으로도 같은 마음으로 대회에 임할 생각이다. 조아연은 "행복한 골프를 위해서는 결과보다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이 이번 우승을 통해 확고해진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를 생각해보면 상황마다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냈을 때 우승이 따라온 것 같다. 앞으로도 우승에 집착하기보다, 그 순간, 그 라운드, 그 대회의 과정에 충실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2년의 슬럼프를 이겨내고 자신의 골프를 찾은 조아연이 앞으로도 행복한 골프를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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