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추앙해요".. 결핍으로부터의 '해방'을 '갈망'하다


■ JTBC ‘나의 해방일지’ 명대사 속 3대 키워드
- 추앙
“사랑으론 안 돼” 단호한 울림
포장된 인간관계에 대한 반기
- 갈망
“월급받고 심장 뛰는 거 봤어?”
갖지못한 것에 대한 마음 대변
- 해방
손에 쉽게 안잡히는 해답 대신
삶을 옥죄는 것에서 벗어나기
믿음, 소망, 사랑. 기독교 사상에서 말하는 세 가지 중요한 덕, 향주삼덕(向主三德)이다. 이에 빗댄다면 종합편성채널 JTBC ‘나의 해방일지’(극본 박해영)에 빠진 이들의 삼덕은 추앙, 갈망, 그리고 해방이라 할 수 있다. 일상에서 쉽게 쓰거나 접하기 힘든 표현이지만 이 드라마를 본 후에는, 소중한 이에게 “나를 추앙해줘요” 혹은 “당신을 추앙할게요”라고 말할 법하다. 전 세계 흥행 1위 영화 ‘아바타’를 본 후 상대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뜻하는 나비족(族)의 표현인 “I see you”를 되뇌게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나의 해방일지’의 전국 시청률은 3∼4% 수준이다. 그런데 그 강도가 강화 콘크리트급(級)이다.
◇왜 추앙·갈망·해방일까?
2회 말미 주인공 염미정(김지원)은 매일 술만 마시는 구씨(손석구·사진)를 향해 처음 ‘추앙’을 이야기한다. “할 일 줘요? 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 돼. 추앙해요.”
추앙(推仰), ‘높이 받들어 우러러봄’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단어다. 통상 세종대왕과 같은 위인을 향한 존경을 담은 표현이다. 통상 사람들은 “날 사랑해줘요”라고 말하겠지만 염미정은 “사랑으론 안 돼”라고 단호히 말한다. 순한 염미정조차 “X새끼”라 부르는 헤어진 남자친구도 두 사람의 관계를 애써 ‘사랑’으로 포장해왔을 것이 뻔하다. 그런 염미정에게 ‘나의 아저씨’ ‘또 오해영’ 등을 통해 대중의 마음속을 헤집어놨던 박해영 작가는 ‘추앙’이라는 단어를 무기로 줬다. 소름 끼치는 치정과 범죄조차 “사랑하니까!”라고 포장해버리는 사랑지상주의에 대한 반기인 셈이다.
간절히 바란다는 뜻을 담은 갈망(渴望) 역시 ‘나의 해방일지’의 주요 키워드다. 경기도 변두리에 살며 차를 갖는 것이 소원인 염창희(이민기)는 갈망에 대해 이같이 정리한다. “너 월급 들어오는데 심장 뛰는 거 봤어? 내 건데 왜 뛰어? 내 게 아닌 걸 알겠는데, 잘하면 가질 수 있겠다 싶을 때 그때 뛰는 거야, 심장이. 내가 뭔가 죽어라 갈망할 땐, 저 깊은 곳에서 이미 영혼이 알고 있는 거야. 내 게 아니란 걸.” ‘나의 해방일지’ 속 등장 인물들은 각자 결핍을 갖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도 안다. 하지만 문제를 안다고 해답까지 아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 뜬구름 같은 해답을 갈망한다.
하지만 염창희의 말마따나 갈망하는 건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방향을 튼다. 해답에서 해방(解放)으로. 문제를 풀기보다는 그 문제에서 벗어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최종적인 제목 역시 ‘나의 추앙일지’나 ‘나의 갈망일지’가 아닌 ‘나의 해방일지’다.
◇왜 구씨일까?
‘나의 해방일지’가 시작된 후 공감대를 형성한 작품 속 인물과 작품 밖 시청자들이 의기투합한 대목이 있다. 구씨의 정체 밝히기다. 이 한적한 마을에 오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잘못 내려서”라고 말하는 구씨는 낮 동안 염씨네 집에서 일을 도우며 품삯을 받고, 해가 지면 소주 두 병을 사서 소위 ‘멍때리며’ 이를 들이켤 뿐이다. “네 병 사 가지? 더운데 이따 또 오지 말고”라는 편의점 주인의 말에도 오직 두 병이다. 평상에 앉아 그 소주를 마시며 비가 오면 비를 맞는다. 남의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런데 염가네 식구들은 이 무일푼 사내가 궁금하다. 이곳에 오기 전 그의 삶과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어 한다. 이 사내를 바라보는 염가네 식구들은 양가감정(兩價感情)을 갖고 있다. 무엇 하나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이 남자를 딱하게 보는 동시에, 그의 자유로움이 부럽다. 세상의 모든 것에서부터 초연한 듯한 그의 모습에서 해방을 엿본 셈이다.
그래서 그가 하천 건너로 날아간 염미정의 모자를 주워오기 위해 멀리뛰기 하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마치 세상의 모든 굴레를 벗어던지고 감춰둔 날개로 비상하는 것과 같이 묘사된 이 장면 이후 구씨는 주변 이들의 더 많은 부러움과 궁금증의 대상이 된다.
최근 방송에서는 구씨의 과거가 드러났다. 교제하던 여성의 극단적 선택으로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빠진 구씨 역시 막다른 길에 다다른 인간이었다. ‘구자경’이라는 구씨의 이름이 공개된 후 다시금 그가 아픈 과거에 허우적대는 건 지독한 아이러니다. 하지만 불필요한 인간관계의 단절을 통해 해방을 꿈꾸던 구씨가 “나를 추앙하라”는 염미정을 통해 희망의 빛줄기를 봤듯, 인간관계에서 받은 고통과 좌절이 오히려 새로운 만남과 진정한 관계 맺음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고 ‘나의 해방일지’는 웅변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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