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에서 찾아온 기회..히말라야산맥을 넘는 두루미처럼

방민준 2022. 5. 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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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헬 카브레라가 2009년 마스터스 연장전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는 찾아온 기회를 얼마나 살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핸디캡의 높고 낮음도 엄밀히 따지면 주어진 기회를 얼마나 거머쥐느냐로 갈라지는 것이다. 



18홀을 돌다 보면 누구나 두세 번의 버디 기회를 맞게 된다. 기회 포착력이 약한 사람은 거의 손에 쥔 것이나 다름없는 버디 기회를 맥없이 놓쳐버린다. 버디를 놓친 후 파 세이브마저 실패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회 포착력이 뛰어난 사람은 기회를 살려 버디를 챙긴다. 아깝게 버디를 놓치더라도 파 세이브만은 보장받는다. 두세 번의 버디 기회를 놓쳤느냐, 살렸느냐에 따라 18홀을 끝낸 결과는 5타 차 이상의 스코어로 나타난다.



 



기회를 살리는 것도, 놓치는 것도 평소 습관의 산물이다. 좋은 기회가 찾아왔는데도 진지하게 기회를 살릴 방도를 찾지 않고 대강대강 쳐버리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은 아무리 좋은 기회가 찾아와도 성공확률이 낮다. 



반면 기회가 찾아오면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진지하게 다가서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은 기회를 놓칠 확률이 그만큼 낮다. 
기회를 놓친 후에도 별로 아쉬워하지 않는 사람은 다음에 찾아오는 기회를 잡기 위한 연습에 게을리할 수밖에 없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 버릇이 몸에 밴 사람은 성공확률을 더 높이기 위해 부단히 연습하고 다음에 찾아올 기회를 기다린다.



 



상반된 두 가지 골프습관이 그 사람의 골프를 평생 지배한다.



기회를 맞을 자세와 실력을 갖춘 '준비된 골퍼'와 그렇지 않은 '준비 안 된 골퍼'에겐 스코어 차이뿐 아니라 골프가 안겨주는 즐거움도 차이 난다. 골프에서 얻는 즐거움은 찾아온 기회를 살리는 확률에 따라 그 무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2009년 마스터스에서 케니 페리는 마지막 라운드 2타차 선두를 지키지 못하고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 채드 캠블과 함께 플레이오프에 나서 앙헬 카브레라에게 우승을 헌납했다.



케니 페리의 결정적 패인은 기회 포착력의 결여였다. 꾸준히 좋은 스코어를 내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의외의 실수로 여러 번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반면 앙헬 카브레라는 그다지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찾아온 기회를 움켜 지는 근성이 남달랐다. PGA투어에서 거둔 4승 중 2승이 메이저(2007년 US오픈, 2009년 마스터스)인 것을 보면 그의 기회 포착력이 얼마나 탁월한지 알 수 있다.



 



2009년 마스터스 연장전에서 앙헬 카브레라와 우승을 다투었던 케니 페리의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히말라야산맥의 남쪽 네팔의 한 지역에는 매년 4월이 되면 수천 마리의 쇠재두루미가 몰려들어 한 달 정도 머문다. 겨울 추위를 피해 시베리아 들판을 떠나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인도 남쪽까지 내려갔던 쇠재두루미가 봄이 되면서 다시 시베리아로 돌아가기 위해 모여드는 것이다.



두루미들은 이곳에서 수백㎞ 떨어진 시베리아의 들판으로 자신들을 실어 날라줄 바람을 기다리는 것이다. 바람이 불어올 날에 대비해 새끼들은 부지런히 비상훈련을 하고 어미들은 어느 바람이 자신들을 실어 날라 줄 수 있는 바람인지를 가려내기 위해 끊임없이 히말라야산맥의 언저리를 비행한다고 한다.



 



험준한 히말라야의 고봉을 넘어 시베리아까지 자신들을 실어 날라줄 바람이 나타나면 두루미 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일제히 날아올라 어미들의 지휘 아래 솟구치는 바람을 타고 눈보라 휘몰아치는 산맥을 넘는다. 만약 어미가 바람을 잘못 선택하거나 새끼들이 충분히 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지 못하면 두루미들은 험준한 산맥을 넘지 못하고 눈 속에 떨어져 얼어 죽고 만다.



두루미들이 고향인 시베리아 들판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어미가 알맞은 바람을 가려낼 지혜를 갖고 있고 새끼들은 바람을 탈 수 있도록 충분한 비상훈련을 해두었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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