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 "한동훈 딸 논문, 조국 때보다 열배 이상 심각"

장영락 2022. 5. 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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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학 서울대 천문학부 교수, 한동훈 딸 논문 관련 글 게시
"조국 딸, 나경원 아들 논문보다 훨씬 심각"
연구윤리 위반, 유령저자 의혹 제기
'입시 위한 스펙 과장' 사회 문제화 지적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논문 작성을 업으로 하는 천문학자가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논문 이슈가 “조국, 나경원 때보다 열배 이상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실어 한 후보자 딸의 논문 작성 이슈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의 논문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과학기술계 인사로는 드물게 친여 성향의 논평도 자주 해왔던 우 교수는 “한동훈 장관 지명자 딸의 논문들이 많은 이슈를 일으킨다. 몇 년 전, 조국 장관 딸과 나경원 의원 아들의 논문이 이슈가 되었을 때 보다 열 배 이상 더 심각하다. 논문을 쓰는 일이 주업인 연구자로서 이번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며 글을 올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우 교수는 한 후보자 딸이 고등학생 1학년 때 7~8편의 논문을 출판한 상황을 정리한 뒤 한 후보자 측의 불성실한 해명 논문 자체의 의혹 등을 지적했다.

우 교수는 “한동훈 지명자 측은 몇년간 써 온 고등학생의 글을 전자문서화하기 위해 오픈엑세스 저널에 형식을 갖추어 투고한건데 논문으로 왜곡했다고 반박했다”며 “논문이 아니라 에세이라고 주장하지만 저널에 출판된 논문형식의 글을 논문이 아니면 뭐라고 부르느냐”고 되물었다.

또 “오픈엑세스라는 말은 누구나 논문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저널에 실린 논문들은 비싼 구독료를 내는 학교나 개인들만 볼 수 있지만 오픈엑세스는 저널을 구독하지 않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한 후보자 딸의 논문들의 경우, 일부는 오픈엑세스고 일부는 그렇지 않다”고도 적었다.

이어 “‘오픈엑세스’라고 해서 논문이 아니거나 저널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온라인 저널이라고 해서 논문이 아니거나 질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등의 의견도 제시했다. 한 후보자가 오픈액세스 같은 표현을 써서 진지한 학술 논문이 아닌 듯한 뉘앙스로 해명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반박이다.

우 교수는 “한동훈 측은 ‘온라인 저널’, ‘오픈엑세스’, ‘고등학생의 글’ 이런 표현으로 논문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려고 한다. 그러나 논문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며 “논문이 아니라면 왜 굳이 저널에 투고해서 출판했을까? 전자문서화하기 위함이라는 답변은 매우 궁색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언론에는 논문이 아니라고 둘러대지만, 유학 입시 등에 스펙을 제시할때 당연히 논문으로 포장하려고 저널에 투고해서 출판했을 거라는게 합리적 추론”이라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논문 작성 과정 자체에도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IEEE(전기전자공학자협회)에 실린 논문 2편의 경우 인공지능 관련 내용이라 중학생, 고등학생 신분으로 연구가 가능했을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 “한동훈 측은 몇년간 써온 글들이라고 했습니다만 그렇다면 중2, 중3, 고1때 쓴 글들을 모았다는 걸까? 중학생이 그런 글들을 쓸수 있다는 주장일까”라고 되물으며 “제가 보기엔 누군가의 상당한 조력 없이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만일 학교 선생님이나 대학교수 등, 누군가 같이 했다면 논문의 공저자로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구윤리 위반이다. 논문에 기여했는데 저자로 넣지 않는 건, 유령저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이외에도 단독저자 논문의 표절 의혹을 거론하며 “두 논문을 비교한 자료를 보니 제 판단으로는 빼박캔트 표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우 교수는 “한 후보자 딸에 대한 마녀사냥이나 비난은 멈춰야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고 스펙을 쌓고 미래를 준비하려고 하는 마음은 한동훈의 딸이나 조국의 딸이나 나경원의 아들이나 혹은 어느 고등학생들이나 마찬가지”라며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에서 나고자란 우리 아이들을 잘못된 길로 이끈 것은 일차적으로 부모와 사회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또 입시를 위한 스펙 쌓기가 계층에 따라 차별화되는 현상에 대한 자성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몇 년 째 이어지는 고등학생의 논문 출판 이슈. 이제는 사회가 반성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지인 찬스라며 불공정을 외친 대학생들과 수많은 비판자들은 조국 장관을 끌어내리는 일로 만족해야 했을까”라고 되물었다.

장영락 (ped1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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