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욕은 내가 먹으면 돼..공약 속도늦춰 국정운영에 도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오늘(9일) "인수위원장으로서 (공약이) 재정적으로 무리가 있거나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 가급적 바꾸든지 속도를 늦추도록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오히려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50일간의 '인수위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은 안 인수위원장은 오늘 여의도 국회에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공약과 다르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욕은 인수위가, 내가 먹으면 된다"며 웃어 보였습니다.
안 대표는 한때 나돌았던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설에 대해 "한마디로, 처음부터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다만 윤 당선인으로부터 총리직 제안을 받았는지를 묻자 "(윤 당선인은) 내가 뭘 하고 싶다고 결심하면 그 일을 맡기겠다는 것은 분명했다"며 윤 당선인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사실상 백지위임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사실 인수위 50일 동안 행정업무도 국정 전반에 걸쳐서 압축적으로 다 한 것"이라며 "잡음 없이, 시간표에 딱 맞춰서 일들을 해낸 게 벌써 행정 능력은 입증해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안 위원장은 6·1 경기 분당갑 보궐선거에 국민의힘 간판으로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최근 성남시 분당구 소재 안랩이 보이는 위치의 아파트를 계약, 오는 11일 이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인천 계양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에 대해선 "대선출마 포기", "낙하산"이라며 분당으로 와서 자신과 정면승부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입니다.
Q. 인수위 활동을 평가한다면?
역대 인수위와 달랐던 것 중의 하나는 현안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청와대 이전, 인선·인사 관련 문제들, 그리고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이 있었습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혼란스러웠는데, 사실 3개 다 인수위 일이 아니었습니다.
인수위에서는 그 시간에 오히려 집중해서 제대로 전체적인 국정과제들을 정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청와대 이전 문제는 민생이나 코로나를 먼저하고 그 다음에 발표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세웠는데, 당선인이 그 문제는 맡겨달라고 한 뒤 먼저 발표했습니다.
인수위원장으로서 '밖으로 설익은 아이디어가 나가면 절대로 안 된다', '공약을 국정과제로 만들 때는 좀 더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두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그러면 공약과 다르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 욕은 인수위가 먹으면, 윤 당선인이 오히려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Q. '공약 이행'과 '실현 가능성'이 충돌할 수 있는데?
인수위원장으로서 한 일 중의 하나가 (공약이) 재정적으로 무리가 되거나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되는 것은 가급적 바꾸든지 속도를 늦추는 것이었습니다.
'병사월급 200만 원' 공약의 경우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속도를 늦추는 일이어서 결국은 속도를 늦췄습니다.
Q. 재정 소요가 큰 사업인데, 반대 의견을 낸 적은 없나?
전세계적으로 징병제 국가 병사월급은 대부분 50만 원 안팎으로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고 미국, 독일 등 모병제 국가가 200만 원 정도입니다.
우리 병사월급이 200만 원으로 가려면 준모병제를 거쳐서 모병제로 가야 하는 게 맞습니다.
다만 청년 일자리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고, 청년 복지는 떨어지는 점들까지 생각하다 보니 '중간 지점'을 찾아야겠다 싶어 나온 게 병사월급 200만 원을 가능하면 매년 점진적으로 조금씩 인상하도록 시기를 조정하고 제대 시 목돈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 등입니다.
그럼에도 '왜 공약을 바꿨냐'라고 한다면 욕은 내가 먹으면 되는 것입니다.
Q. 단일화 과정에서 '행정 업무'를 못한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는데?
사실 인수위 50일간 행정업무에 대해서도 국정 전반에 걸쳐서 다 한 것입니다.
인수위 공직자 절반 이상이 현업 공무원이었습니다.
코로나비상대응특위만 해도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7개 정부 부처와 같이 일을 하다 보니까 정말 압축적으로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제일 오래 경험한 게 행정업무입니다.
(인수위에서도) 잡음 없이 시간표에 딱 맞춰서 일들을 해낸 게 내 나름대로는 벌써 행정 능력은 입증해냈다고 생각합니다.
Q. 윤 당선인이 국무총리직을 공식 제안했었나?
더 정확한 대답은 내가 뭘 하고 싶다고 결심하면 (윤 당선인이) 그 일을 맡기겠다는 것은 분명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총리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요구했으면 들어줬을 것입니다.
Q. 백지위임을 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제안하고 말고 할 게 없는 것이었습니다.
Q. 총리직을 택하지 않은 이유?
우리나라의 대통령제가 사실 미국처럼 순수한 대통령제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총리만 있는 의원내각제도 아닙니다.
부처 장관들은 각자 전문분야를 하지만 총리는 전체적인 조정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역할과 겹치는 측면도 있고 역할 자체가 무언가 분명치가 않습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표현도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처음 단일화할 때부터 (총리를) 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습니다.
Q, 백지신탁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있는데?
서울시장(에 나가려 해)도 백지신탁을 해야 합니다.
그걸 신경 썼으면 왜 서울시장 출마를 했겠습니까? 이유가 안됩니다.
제가 처음에 정치를 시작할 때, 대통령 출마할 때 백지신탁하겠다고 선언했고 지금까지 정치를 하고 있으니 저한테 고려의 요소가 전혀 안됩니다.
'사람들이 상상력 정말 풍부하구나, 나도 생각 못한걸 찾았네' 했습니다.
Q, 분당갑 출마 결심 배경은?
인수위원장으로서 국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방향을 잡았으니, 실행에 옮겨지도록 법률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마침 분당갑이 공석이 됐습니다.
굉장히 상징적인데다가 저하고 인연이 많은 곳입니다.
분당이 지금의 분당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안랩과 제가 한 것입니다.
Q. 경기지사 선거도 진두지휘하는 상징성을 갖게 됐는데?
경기도 전체가 발전하려면 정부여당의 적극적 지지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경기도민들의 기대가 많을 것 같습니다.
Q, 이 고문의 인천 계양을 출마를 어떻게 보나?
출마 명분이 전혀 없습니다.
다른 데서 온 낙하산입니다.
스스로 대선 출마를 포기하는 상징이라고 봅니다.
누가 다음에 우리나라를 이끌 대선후보로 평가하겠습니까? 정치를 시작한 고향인 성남, 분당갑으로 와서 저랑 정면승부 해야 합니다.
대장동까지 있지 않습니까? 본인이 자신이 있으면 저하고 진짜 붙어야 합니다.
저는 붙어보고 싶습니다.
Q, 국민의힘 간판 달고 뛰는 첫 선거인데?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양당구도로 선거를 치러보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양자구도가 아닌 3자구도 이상으로 10년을 살아남았습니다.
앞으로 제가 몸담게 되는 정당이 대중정당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 그리고 이념지향이 아니라 실용정당, 중도정당으로 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것, 이것은 지난 10년 동안 바뀌지 않은 제 신념입니다.
지금부터 거대양당 중에 한 당에 몸을 담게 되면 당연히 제 목표는 그 정당이 시대정신에 맞게, 국민이 원하는 대로 바뀌는 것입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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