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극복하고 우승한 조아연 "스스로를 보듬어주지 못한 게 슬럼프로 간 원인" [KLPGA 교촌허니 오픈]

강명주 기자 2022. 5. 9. 07: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우승을 차지한 조아연 프로. 사진제공=KLPGA

 



 



[골프한국 강명주 기자] 5월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충북 충주 킹스데일 골프클럽(파72)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2시즌 다섯 번째 대회인 제8회 교촌허니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8억원)이 펼쳐졌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우승이 없었던 조아연은 공동 선두로 출발한 대회 마지막 날 5타를 줄여 KLPGA 투어 세 번째 정상을 차지했다.



 



조아연은 경기 후 우승 인터뷰에서 "2년 동안 우승 없어서 힘든 시간 보내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는데, 많은 갤러리 분들 앞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면서 우승까지 하게 돼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어버이날인 8일 우승한 그는 "부모님께 좋은 선물을 드린 것 같아 행복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루키 시즌인 2019년에 2승을 거두었던 조아연은 "그때와 다르다. 그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를 때라 그냥 마냥 좋았는데, 이번 우승은 더욱 더 감격스럽다"며 "2년 동안의 부진을 버티고 난 후에 온 우승이라 더 기쁜 것 같다"고 말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부진의 이유에 대해 조아연은 "2019년에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많이 했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를 너무 많이 밀어붙였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조아연은 "거기에 2020년, 2021년에 스윙을 교정하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나에게 잘 안 맞았다. 그런 것들이 한 번에 겹쳐서 오면서 부진이 시작됐고, 심리적으로도 힘들어서 더 깊은 부진의 늪으로 빠지지 않았나 싶다. 스스로를 보듬어주지 못한 것이 슬럼프로 가는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아연은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샷, 스윙 등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멘탈적인 부분에 변화를 줬다.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연습을 안하고 대회에 나가기도 했고, 평소 해보고 싶었던 다른 취미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런 생활을 하면서 문득 느낀 것이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골프밖에 없구나, 골프를 취미생활처럼 행복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었다. 그때부터 조금씩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그간의 생각과 노력들을 언급했다.



이번 대회 첫날 단독 선두에 나섰던 조아연은 "2년 넘게 부진이 이어지면서 '내가 다시 우승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의문이 많이 들었다. 근데 올해 들어 갤러리 분들도 오시면서, 스스로 즐거운 플레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는 과정이 중요한 선수이고, 행복한 골프를 치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오늘은 떨리지도 않고 부담도 없었다. 상황에만 집중하다 보니 결과에 대한 불안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202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우승을 차지한 조아연 프로. 사진제공=KLPGA

 



조아연은 최종라운드에 대해 "첫 홀 파 퍼트 고비였고, 두 번째 파 퍼트도 고비였다. 오늘 긴 파 퍼트가 4개 정도 있었는데 다 막아냈다. 마지막이 16번 홀이었다. 그 파 퍼트를 넣고 나니 '수많은 고비를 다 막고 왔으니 이제 우승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고 하루를 돌아보았다.



16번 홀에서 큰 세리머니를 한 조아연은 "사실 우승보다는 노보기 플레이가 하고 싶어서, 그 퍼트를 꼭 넣고 싶었다. 근데 치자마자 '들어가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들어가기까지 그 짧은 찰나에 '이게 들어갔으니 우승까지 할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세리머니가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동기들인 임희정, 박현경, 이소미 등이 승승장구했다. '그런 모습 보면서 더 힘들지 않았나'는 질문에 조아연은 "그래서 좀 더 힘들었던 거 같다. '잘해야 해'라는 생각에 매몰되면서 결과가 너무나 처참했고, 그때 다른 동기들은 더 잘 나갔다. 그러면서 자괴감도 들고 골프에 대한 열정이 좀 식었던 것 같다. '나는 왜 안되지? 이제 그만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조아연은 새로운 목표에 대해 "우승했으니 '올해의 목표를 다 이뤘다'라기보다는, 물론 나도 선수니 더 많은 우승을 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오늘 잘 치고 우승까지 해서 행복한 거겠지만, 이번 우승을 통해서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내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좋은 과정을 만들고 묵묵히 걸어가면 우승은 따라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더 커졌다. 하지만 결과나 우승에 목을 메기보다는 상황과 과정에 충실하는 선수가 되는 걸 목표로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상, 상금왕 등 타이틀에도 욕심이 없나'는 질문에 조아연은 "그런 것들을 하려면 우승도 많이 해야 하고, 매 대회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그 역시 내가 과정에 충실하다 보면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고 답했다.



 



202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우승을 차지한 조아연 프로, 준우승한 이가영 프로. 사진제공=KLPGA

 



10번홀부터 12번홀까지 이가영과 나란히 3연속 버디를 뽑으며 진검승부를 펼친 조아연은 "솔직히 말해서 예전의 나였다면 그런 상황에서 상대방을 의식 많이 했을 거다. 버디를 하면 나도 버디를 꼭 해야 하고, 버디를 꼭 잡아서 상대방과 타수를 벌려야겠다 등등 의식을 많이 했을 거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가영 언니와의 그런 순간이 재미있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갤러리 분들도 후끈후끈 했다. 버디가 많이 나오니 환호도 많이 해 주셔서 더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사실 한 샷 한 샷 집중하다 보니 세 홀 연속 서로 버디를 한 사실도 모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202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우승을 차지한 조아연 프로와 가족. 사진제공=KLPGA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조아연은 "눈물 많은 편이라 울 줄 알았는데 눈물이 안 났다. 그런데 마지막 18번홀 마지막 챔피언 퍼트를 기다리는데 갤러리가 있는 반대 방향으로 서있었는데 거짓말처럼 아빠가 보였다. 수많은 갤러리 사이에서 아빠만 잘 보이더라. 그 순간 좀 울컥했다"고 말했다. 



조아연은 "아버지와 트러블도 조금 있기도 했고, 긴 시간을 나를 믿고 기다려준 아빠여서 그랬던 것 같다. 울고 싶지 않아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박)지영 언니와 (조)윤지가 나를 웃기려고 춤을 추는 게 보였다. 그래서 눈물이 쏙 들어갔다"고 우승 당시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아연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전부 아버지 덕이라 생각하는데, 잘 치고 싶은 마음에 사이가 안 좋아졌던 적이 있었다. 스스로 해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리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는 인사로 마무리했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ghk@golfhankook.com

Copyright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