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찬란한 코발트블루 빛에 숨겨진 비밀

김리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 선임연구원 2022. 5. 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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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 선임연구원

우리나라에서 바다 빛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은 수심이 가장 깊은 동해바다다. 그중에서도 대표 피서지인 강릉 앞바다는 찬란한 코발트블루 빛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여기에서 말하는 코발트블루 빛은 코발트라는 금속 원소가 함유된 파란색 안료의 이름이다. 그래서일까, 코발트가 당연히 파란색일 것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해한다. 하지만 코발트 금속은 다른 금속과 같이 광택을 띠며, 은백색이다. 그리고 코발트블루 안료는 코발트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코발트와 알루미늄이 만나 이뤄진 코발트-알루미늄의 산화물이다.

이렇듯 코발트는 대중에게 아름다운 파란색 안료의 명칭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코발트는 합금의 재료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코발트를 첨가함으로써 단단하고 마모가 잘 되지 않으며 고온에도 잘 견디는 합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발트 합금은 절삭기와 같은 초경공구(단단한 성질을 나타내는 경도가 높은 공구)나 터빈 날개로 많이 사용된다. 또한 코발트는 강자성을 띠는 성질이 있어 사마륨-코발트, 알루미늄-니켈-코발트와 같은 자석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코발트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6대 핵심광물인 '리그니코플레' 중 한 가지이기도 한데, 이는 코발트가 리튬이온배터리의 양극재 구성 원소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충전·방전 과정에서 배터리의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코발트다. 그런데 최근에는 배터리의 코발트 함량을 줄이거나 나아가서는 코발트를 함유하지 않은 '코발트 프리' 배터리를 개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왜냐하면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광물들 중에서도 코발트의 공급 위험성이 유독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코발트의 공급 위험성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민주 콩고의 코발트 생산 방식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민주 콩고의 많은 광산들은 소규모 채굴 방식을 통해 코발트 광석을 생산한다. 쉽게 말해 사람이 직접 땅을 파서 광석을 캐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어린 아이들도 광산 현장 노동에 무분별하게 동원된다. 이와 같은 자원의 지역적 편재성뿐 아니라 비윤리적인 광석 생산 방식의 문제점들은 ESG를 추구하는 많은 기업들에게 실제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전기차에 들어가는 코발트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기준에 적합한 코발트 자원은 부족해 공급 위험성이 높은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향후 몇 년간은 코발트를 함유한 배터리를 계속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코발트의 공급 위험성을 얼마나 낮추고,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개발 여부에 따라 탄소중립 실현의 시기가 정해질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적 효율성만을 추구해왔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ESG로 대표되는 윤리적 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책임감 있는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한 국제기구인 RMI에 가입하는 등 윤리적인 방식으로 코발트 등 원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코발트 자원의 지역 편재성 문제를 극복하고 다양한 대체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저품위·도시광산 자원과 같은 대체 자원으로부터 코발트를 회수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의 미래 세대와 지구환경을 위해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하는 만큼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책임감 있는 핵심광물 공급망 관리와 기술개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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