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지방 중소기업의 인력난,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한준기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 교수 2022. 5. 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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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기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 교수

지인의 부탁으로 지방 한 중견기업에 임원 한 명을 입사시켰다. 그는 불과 한 달 만에 오너의 절대적 신임을 받았다. 그런데 도무지 '견적'이 잡히지 않았을까? 3개월만에 홀연히 회사를 떠났다. 회사 창립이래 그런 인재를 만나본 적이 없던 그 오너는 여전히 집 나간 그 임원에게 러브콜을 보내지만 재결합은 불가능할 것 같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지방 기업은 더 심각하다. 시장에 일자리는 부족하다고 하지만 지방기업의 경영자들은 도무지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고 연신 볼멘소리를 해댄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일까? 포기하기는 아직 이르다.

결론적으로, 이 싸움은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다수의 중소기업이 인재 영입, 유지 및 확보를 장기전으로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역의 인재들과 엘리트 코스에서 탈락한 '미생'들을 겨냥한 인재 풀(talent pool)을 지속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인재와 기업 간의 끊어진 다리를 잇는 작업이다. 기업 철학과 숨은 인재들 성향의 접점에서 이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몇 가지 착안점을 제안해본다.

첫째, 잘못된 맹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방기업에 올 사람은 없다는 것, 우리 급여에 만족할만한 인재들은 없을 것이라는 상자 속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필자 주변에는 고향을 떠나지 않고 지역기업에 남겠다는 학생들은 꾸준히 있다. 젊은 시절 최고의 기업에서 날렸지만, 이제는 과거 연봉을 내려놓고 지방에서 제2의 커리어를 즐기는 지인들도 적지 않다. 경영자들이 시장을 이해하고, 특히 MZ세대가 무엇에 움직이는지를 제대로 공부하고 '응용'하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조금만 핀트를 조정하고, 관점을 바꾼다면 이 난제는 풀어볼 수 있다.

둘째, 효과적인 연합전선이 필요하다.

인재를 찾아내고, 그들과 연결되고 또 영입하는 일은 브랜드도 약하고 인사 시스템도 정립되지 않은 기업 혼자서 해내기란 버겁다. 연합작전이 필요하다. 지자체, 지역의 학교, 그리고 전문 에이전시와의 공조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분명히, 지자체에도 지방 대학에도 그리고 에이전시들 가운데에도 숨어있는 인재와 '히든 챔피언' 기업 간의 상생을 위해 애쓰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이들 간의 인연을 주선하고, 시장조사 등의 간단한 프로젝트도 맡겨보고 이런 활동이 인턴십과 고용까지 이어지는 시도는 지금도 국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셋째, '용병' 영입도 전향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

한국에 유학 온 뛰어난 외국인 학생들이 있다. 점차 더 많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국내 정착을 원한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주 학생도 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자격 미달의 학생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보통 학생들보다 뛰어나면서도 숨어있는 기업과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해서 이곳에서 꿈을 놓치는 학생들도 많다. 필자는 실제로 학교현장에서 만난 외국유학생들을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취업시켜보았다. 적극적으로 숨은 외국인 인재를 찾는 기업 경영자 덕에 이뤄진 적도 있었고, 학생의 뛰어난 한국어 능력과 품성과 실력을 믿고 자신 있게 추천해서 이뤄지기도 했다.

한국프로야구를 풍미했던 1세대 감독들 가운데 '야신(野神)'이라고 불리던 코치가 있다. 한때 상대적으로 약한 구단의 브랜드와 재정 때문에 에이스들을 데리고 올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뛰어난 전략과 전술에 지독한 훈련과 치밀한 작전으로 어지간해서는 지지 않는 야구를 한 것으로 유명했다. 원론적으로 따져봐도 전략이나 전술은 약자들에게 더 절실한 것이다. 약한 힘으로 강자가 독식하는 험난한 정글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요원할 수도 있다. 그러니 어찌하겠는가? 더욱 자신들의 가치와 문화에 최적화된 숨은 일꾼을 찾아내서 고유의 방법으로 훈련시켜서 괜찮은 인재로 만들어내는 수밖에. 이것이 누적되면 언젠가 변방에서 시장의 중심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새로운 시장의 주인공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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