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식의 온차이나] 친중 독일도 시진핑에 등돌렸다

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2022. 5. 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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숄츠 신임 총리 첫 아시아 방문국, 관례 깨고 중국 대신 일본 선택
"메르켈 시대 친중 중상주의서 벗어나 미국 주도 '가치관 외교'로 대전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4월28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작년 12월 취임 이후 첫 아시아 방문에 나섰는데, 그 대상국이 일본이었습니다.

중국은 충격을 받은 분위기입니다. 전임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에는 늘 중국이 먼저였기 때문이죠. 메르켈 총리는 재임 16년간 12차례 중국을 방문했는데, 일본 방문 횟수의 2배라고 합니다. 중국 지도자들은 메르켈 총리를 ‘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반겼죠. 독일은 유럽 내 대표적인 친중(親中) 국가이자 경제 협력 파트너였습니다.

일본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4월28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일본 총리실

◇해외 생산기지 인도 전환 모색

독일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의장국인데, 오는 6월 독일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도 중국을 초청하지 않았어요. 대신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공, 세네갈 등 4개국을 게스트로 초청했습니다.

숄츠 총리는 5월2일 독일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앞으로 10년간 100억 유로(약 13조3000억원)의 기후 변화 대응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했죠. 중국 대신 인도를 해외 생산기지로 가져가기 위한 행보입니다.

숄츠 총리가 5월2일 독일 방문한 모디 인도 총리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협력 의향서 서명식을 갖고 있다. /독일 연방 정부

숄츠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도 중국에 뼈아픈 대목이 적잖았습니다. 숄츠 총리는 “총리로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방문하면서 첫 방문국을 일본으로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면서 ”민주주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아태 지역 국가들과 더 긴밀한 관계를 만들 것”이라고 했어요. 중국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기시다 총리도 “무력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어떤 행동도 전력을 다해서 막아야 한다”면서 “이는 유럽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동아시아에도 해당한다”고 했죠. 대만을 위협하는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입니다. 두 정상은 홍콩과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 상황에 대해서도 엄중한 우려를 표시했어요.

◇중국 견제 ‘가치관 외교’ 선언

숄츠 총리의 이번 일본 방문은 독일 아태지역 외교의 대전환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메르켈 총리 재임 16년간 독일은 중국을 중심으로 중상주의적 실용 외교를 펼쳐왔죠. 이를 통해 중국 고도성장의 달콤한 열매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숄츠 시대에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가치관 외교’가 독일 아태 외교의 기조가 될 것으로 보여요.

대전환의 중요한 계기는 역시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은 유럽 국가 중에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해요. 중국은 독일의 1위 무역상대국으로 대중 무역이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5%(2021년)에 이릅니다. 독일 IFO경제연구소가 3월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독일 제조업체 46%가 중국 현지 자회사나 중국 업체로부터 원재료나 중간재, 부품 등을 공급받고 있다고 해요.

중국 시장은 독일 제조업체의 텃밭이기도 합니다. 특히 자동차 분야가 그렇죠. 폴크스바겐은 작년 전 세계에서 888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는데, 중국 시장 판매 대수가 385만대입니다. 중국 비중이 43.4%나 돼요.

폴크스바겐은 중국이 개혁·개방에 들어간 직후인 1984년 상하이자동차와 합작하는 형태로 중국에 진출했고, 1991년에는 국영기업인 이치자동차와 합작회사를 추가로 만들었죠. 폴크스바겐인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동차 브랜드입니다.

◇“중국 경제 의존도 줄인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런 독일에 경고등을 울렸습니다. 코로나19로 중국 내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독일 제조업 공급망에 큰 문제가 생긴 거죠.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4월 초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경제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며 “수출을 포함해 국제관계를 더 다양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독일 내에서는 중국 대신 인도, 남미 등과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더군요.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두둔하고 나선 것도 독일 외교 전환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중국이 러시아 제재에 나선 서방국가에 대항해 중·러 간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자 중국을 서방 민주체제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거죠.

2015년 10월 29일 중국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8번째 중국 방문이었다. /AP 뉴시스

독일은 중국시장에 워낙 깊이 발을 담그고 있어서 당장 탈중국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서서히 발을 빼면서 우리나라와 일본, 인도, 남미 등과 경제 협력 관계를 확대해 나가겠죠. 유럽의 대표적인 친중 국가로 불리던 독일마저 시진핑 체제하의 중국에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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