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하이브리드 근무제..코로나19가 바꿔놓은 우리 삶의 패러다임[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박동흠 회계사 2022. 5. 8.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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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오늘 회식이라 늦어.”

출근하는 아내가 저녁 때 일찍 퇴근해서 아이들을 잘 챙기라고 신신당부한다. 거리 두기가 엄격하게 시행되며 회식 금지령을 내렸던 기업체의 변화를 보니 확실히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감으로 일상 회복이 머지않았음을 느끼게 된다.

코로나19가 대유행을 하면서 사회적·경제적으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음주 문화였다. 재택근무가 길어지고 거리 두기를 하면서 예전 같은 회식자리가 사라지다 보니 소주와 맥주의 판매량도 크게 줄었다.

국세청에서 제공하는 주세신고현황표를 보면 2019년 대비 2020년의 국산 맥주 출고량은 9%, 소주 출고량은 4% 감소했다고 한다. 2021년 자료는 아직 집계되지 않아서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올라온 기업들의 실적을 찾아봐야 하는데 확연히 줄었음을 알 수 있다.

알코올음료 국내 1위 기업인 하이트진로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0년 국내의 소주와 맥주 매출액이 1조9000억원이었는데 2021년에는 1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지방 소주 기업들의 상황은 더 안 좋다. 연매출 1360억원이 넘는 경남의 무학은 2021년에 매출액이 10% 넘게 줄어들었고, 대선주조, 금복주 등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숙취 해소 음료인 컨디션은 2019년에 500억원 넘게 팔렸는데 2020년에는 482억원, 2021년에는 385억원으로 매년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여명808을 만드는 그래미주식회사 역시 코로나19 전에는 282억원대의 매출액을 올렸지만 2020년에 192억원, 2021년에 169억원으로 매출액이 떨어지며 적자를 내고 말았다.

그렇다고 주류 전체 소비량이 준 것은 아니다. 혼술이나 소규모 모임이 늘어나면서 맨날 마시던 소주와 맥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종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는 것 같다. 와인을 주로 수입하는 신세계엘앤비와 금양인터내셔날은 2년 새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고 하이트진로 역시 와인을 비롯한 다른 주종의 판매 증가를 통해 소주와 맥주 감소분을 만회했다. 유흥업소가 일찍 문을 닫거나 폐쇄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에 실적이 악화될 거라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예전처럼 단일 주종을 무리해서 마시지 않을 뿐이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술을 즐기고 있다. 이렇게 코로나19가 우리의 음주문화도 바꿔 놓았다.

엔데믹(풍토병화)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될까? 많은 국내외 대기업들은 전원 출근이 아닌 재택과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체제를 속속 도입 중이라고 한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불가피했던 재택근무가 훨씬 좋은 성과와 효율성을 만들어 냈으니 굳이 사무실 정시 출근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셈이다.

기업들이 현장 필수 인원을 제외한 많은 직원들의 출근을 재택이나 하이브리드로 바꾸면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도 획기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출근길 교통지옥에서 벗어날 것이고 대기질도 좋아질 것이다. 출퇴근 시간을 절감하는 만큼 개인의 시간도 많이 확보되어 자기계발이나 건강관리에 더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에 따라 상업용 부동산이나 교통 산업 등 악영향을 받는 업종도 분명 생겨날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면서 팬데믹을 지나 엔데믹을 향해 가는 요즘이다.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보낸 우리 삶의 패러다임은 분명 변화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예전보다 훨씬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된다.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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