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홍규의 릴레이 편지 시위] ⑧ "전 세계 우주조직, 합의된 철학·비전 위에 우주 중장기 프로그램 수립"

정종오 2022. 5. 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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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시스템 없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가 항공우주청을 둘러싸고 릴레이 편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매일 관련 메시지를 전했는데 인수위가 해단되면서 수신은 과학기술비서관, 참조는 윤석열 대통령으로 바꿨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사진=한국천문연구원]

◆다음은 문홍규 박사의 여덟 번째 편지

과학기술비서관님, 안녕하십니까?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님께 지난 5월 6일 보내드린 마지막 편지는 세계 10대 우주 전문기관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오늘은 과학기술비서관님께 이 기관들의 운영 비전에 관해 소개 드리겠습니다.

1. 미 항공우주국(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NASA): 우주과학 연구와 행성 탐사를 추진하면서 국가 발전을 위한 우주기술을 활용한다.

2. 중국국가항천국(China National Space Administration, CNSA; 中国国家航天局): 중국은 전방위적으로 우주에서 국가적 존재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가 안보를 수호하고 과학기술의 자립과 자립 노력을 주도하며 고품질의 경제 및 사회 발전을 촉진한다. 건전하고 효율적인 우주 거버넌스를 옹호하고 인류의 진보를 위해 개척한다. 중국의 사회주의 현대화와 인류의 평화와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

3.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 ESA): 우주를 탐험하고 인류를 위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에서 인공위성과 인간을 우주로 보내는 것은 21세기의 선진국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4. 로스코스모스(Roscosmos: Государственная корпорация по космической деятельности, Роскосмос): (영문으로 된 비전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5. 인도우주연구기구(Indian Space Research Organisation, ISRO): 인류 공통의 이익을 위한 지식을 발견하고 이를 확장한다.

6. 일본항공우주개발기구(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 JAXA; 国立研究開発法人宇宙航空研究開発機構): (ISAS) 인공위성을 사용하는 일본 대학, 연구소 및 외국 우주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일관되고 독특하고 우수한 우주과학 임무를 계획하고 개발하는 한편, 탐사선과 로켓, 과학기구 및 국제우주정거장에 대한 비행 실험과 운영, 결과 생산을 통해 학술 연구를 추진한다.

7. 독일 항공우주국(Deutsches Zentrum für Luft- und Raumfahrt, DLR): 태양계형성과 진화, 그리고 우주 생명체의 기원과 존재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에 우주탐사의 초점을 맞춘다. 행성과 왜소행성, 위성, 소행성과 혜성은 고도로 정교한 원격 탐사와 혁신적인 현장 탐사를 통해 세 가지 근본적 질문에 답하기 위해 주의 깊게 조사, 탐구하고 있다. 행성과 행성계는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하는가?, 무엇이 행성을 만드는가, 인류는 달에 거주할 수 있는가? 다른 행성과 위성에 서식하는 생명체를 어떻게 식별할 수 있는가? (과학탐사 분야)

8. 이탈리아 우주국(Agenzia Spaziale Italiana; ASI): (전략목표 1) ‘우주 경제’를 위한 서비스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 촉진 (전략목표 2) 우주경제를 위한 인프라 개발 및 사용 촉진 (전략목표 3) 과학 및 문화 발전 가속화 및 지원 (전략목표 4) ) 우주 외교를 통한 국가의 국제적 위상 제고

9. 프랑스 우주국(Centre national d'études spatiales, CNES): (5년 주기로 수정)

10. 캐나다우주국(Canadian Space Agency, CSA): 캐나다의 우주자문위원회(Space Advisory Board)의 계획을 기반으로 우주를 전략적인 국가자산으로 인식, 캐나다가 국가적 요구 충족을 위해 우주에 계속 의존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우주탐사와 과학의 우수성 및 혁신의 리더가 될 캐나다 우주 부문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하고 모든 캐나다인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사회 경제적 혜택을 제공한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공론화를 거쳐 합의된 철학과 비전 위에 우주 중장기 프로그램을 수립, 추진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이 우주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예컨대, 달 궤도선 발사를 앞두고서야 후속 사업으로 달 착륙선 사업 예비타당성조사에 착수해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국가 우주계획에 프로그램 단위의 장기계획을 보장하는 어떤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듭니다. 대학 교수들이 ‘기약 없는’ 프로젝트에 학생들을 투입하겠습니까? 학생들은 국가가 보장해 주지 않는 분야에 그들의 미래를 걸겠습니까? 기업은 국가가 보장해 주지 않는데 어떤 근거로 인력을 배치하고 예산을 투자하고 기술을 개발하겠습니까? 출연연은 무슨 근거로 미래에 소요될 과학연구와 기반기술 개발에 착수하겠습니까?

아랍에미리트(UAE)의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UAE는 탐사선 ‘알 아말’(Al-Amal)을 화성에 보내는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2117년까지 인구 60만 규모의 화성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공표합니다. 이를 사전에 검증하기 위해 UAE는 사막에 복합센터를 건설합니다. 이처럼 장기 프로그램이 있고 그 아래 세부 목표를 배치, 운영하는 것은 ‘만국 공통’의 추진방식입니다.

한국은 그러한 체계가 없습니다. 당연히 국제공동의 거대 우주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합니다. 외국에서는 장기 탐사 프로그램이 없는 한국과 무엇을 근거로 파트너십을 결정하겠습니까? 과거 한국은 국제우주정거장(ISS) 참여 기회를 놓쳤으며, 이제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핵심 중 하나인 게이트웨이 참여 가능성이 적어 보입니다.

UAE는 그사이에 장기체류를 위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인을 보낼 계획인데 말입니다. UAE는 10년 전, 한국에서 우주기술을 배워 간 나라입니다. 이제 UAE는 한국에서 더 배울 것이 없습니다. 한국이 그들의 국가전략을 배워야 할 차례입니다.

오늘 편지에서는 해외 기관들의 우주계획 비전에 관해 살핀 뒤, 이러한 주요국들과 한국 우주계획 추진방식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말씀드렸습니다. 내일은 요즘 문제가 되는 ‘한국 NASA’의 입지에 관해 논하려고 합니다. 긴 글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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