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의 0건' 기초의원 전국에 184명..전수분석 해보니
[앵커]
제8회 지방선거가 이제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KBS는 앞으로 선거전에 대한 보도 뿐 아니라 정책과 공약을 자세히 짚어드리겠습니다.
오늘(8일)은 그 첫 순서로, 기초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분석해봤습니다.
기초의원들은 우리 지역 일상과 관련한 조례를 만드는 일을 하죠.
그런데 지난 4년 동안 조례안을 단 한 번도 내지 않은 기초의원이 184명이나 됐습니다.
이유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경북 영천시의회, 시의원은 12명인데 지난 4년 동안 발의된 조례안은 11건입니다.
한 명이 4년간 한 건도 채 안 낸 셈입니다.
절반 가까운 5명은 조례안을 한 건도 발의하지 않았습니다.
[A 영천시의원/음성변조 : "정책 보좌관도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혼자 하기가…."]
[B 영천시의원/음성변조 : "이런 시골에서는 실질적으로 조례를 발의하고 그런 내용을 잘 다루지 않습니다."]
대도시라고 해서 상황이 다른 것도 아닙니다.
서울 송파구 의원 26명이 최근 4년 간 발의한 조례안은 64건, 구의원 한 명이 한 해에 조례 한 건도 발의를 안한 셈입니다.
경실련이 2018년 당선된 기초의원 입법 실적을 조사한 결과, 4분의 1이 1년에 한 건의 조례안도 발의하지 않았고, 임기 내에 한 건도 발의하지 않은 의원도 184명이나 됐습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경북 영천시와 경주시, 경남 진주시, 전남 보성군, 서울 송파구와 용산구 의회 등의 입법 실적이 저조했습니다.
기초의회 의원은 의정자료 수집과 연구 명목으로 한 달에 백만 원이 넘는 활동비를 받습니다.
['0건 발의' 포항시의원/음성변조 : "저도 이제 3선 하면서 다선이 되다 보니 소홀한 감도 있었다고 내가 솔직히 표현하고…."]
['0건 발의' 진주시의원/음성변조 : "조례가 나오면 자칫 잘못하면 그거 가지고 시끄럽게 되고 이런 부분이 생겨서…."]
발의 건수는 채웠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실적만 부풀린 경우도 있습니다.
스무 건 넘는 조례를 발의한 경북 안동시 모 의원.
최근 발의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안'을 확인해 보니, 5년 전 서울시 조례안, 2년 전 광주시 조례안에서 표현만 살짝 바뀌었습니다.
[이하람/경실련 정책국 간사 : "우리 동네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 건지 고민을 전혀 안했다는 의미라서, 지역주민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가 없어지는 거죠."]
전국의 기초의원에게 해마다 천 3백억여 원의 국민세금이 지급됩니다.
내 지역을 위해 성실하게 일할 일꾼이 누군지 고민해 볼 때입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 조원준/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서수민
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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