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자존심'의 배우 강수연
[경향신문]
영화배우 강수연씨(1966~2022)가 별이 됐다. 한국 영화계를 빛내던 ‘원조 월드스타’가 이제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아역 배우 활동을 시작한 네 살 때부터 50년을 “연기가 좋아” 배우로 산 그다. 영화 <핏줄>(1975)부터 최근 촬영을 마친 넷플릭스 영화 <정이>까지 출연작이 40여편이다. <슬픔은 이제 그만> <고래사냥 2> <씨받이>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아제 아제 바라아제> <경마장 가는 길> <그대 안의 블루>…. 스크린은 물론 <고교생 일기> <여인천하> 등 TV드라마로도 대중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영화 <베테랑>을 대표하는 명대사다. 사실 이 말은 <베테랑>이 나오기 오래전부터 고인이 사석에서 영화인들을 챙기며 자주 하던 말이라고 한다. ‘가오’는 ‘폼 잡고’ ‘허세 부린다’는 뜻이 강한 일본어이자 속어다. 하지만 강수연에게는 ‘배우·영화인은 부나 명예 등 다른 무엇보다 자존심이 소중하다’는 의미였다. 실제 그는 배우로서, 영화인으로서의 자존심을 강조했다. “배우는 오로지 연기로만 말한다”고 했고 “정말 미치도록 연기했다”고 서슴없이 이야기했다. <씨받이>(1987)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한국 최초로 수상하고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로 모스크바영화제 최우수여배우상을 받은 원동력이다. “당돌한 여배우”를 넘어 <고래사냥 2>(1985)에선 원효대교에서 한강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한 “당찬 배우”였다. 그의 배우 인생에는 한국 영화사가, 우리 시대의 변화상이 오롯이 녹아들어 있다.
부처님오신날이기도 한 8일 그의 삼성서울병원 빈소에는 영화계는 물론 각계각층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추모 글이 가득하다. “연기를 잘하는 할머니 여배우”를 그리던 고인의 꿈이 모두의 안타까움을 더한다. “원조 월드스타” “대단한 배우” “등대 같은 분” “자랑스러운 선배” “멋진 누나” “잘 챙기는 맏언니”….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를 기억한다.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는 불경 ‘반야심경’의 마지막 구절을 차용했다. 그 의미처럼 ‘저 피안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에서 평안한 영면에 들기를 기원한다.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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