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7차 핵실험 임박한 듯"..새 정부와 '강대강' 불가피 [뉴스분석]

이제훈 2022. 5. 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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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대북 제재 공백 틈 활용해
한미 압박·국력과시 동시에

윤석열 정부 출범(10일)과 한·미 정상회담(21일)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가 ‘2017년 전쟁 위기’를 연상케 하는 벼랑끝 대치 쪽으로 빠르게 옮아가고 있다. 북한을 오래도록 상대해온 정부 안팎의 고위·원로 인사들은 8일 “북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임박한 듯하다”며 “당장은 희망의 징조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적어도 한동안은 정세 악화를 막을 제어력을 찾기 어려워 “강 대 강” 대치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분석·전망이다.

북한이 7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와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신포 남방 해역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했으며 “비행거리 600km, 고도 60km”다. 2021년 10월19일 신포 앞바다의 ‘8·24영웅함’에서 발사한 “새형의 잠수함발사탄도탄”(비행거리 590km, 정점고도 59km)과 유사하다. 북의 전략무기 시험발사는 지난 4일 ‘화성-15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발사(비행거리 470km, 고도 780km) 이후 사흘 만이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4·7일 두 차례 발사 사실을 아직 보도하지 않고 있다. ‘필요에 따라 묶어서 발표할 듯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올해 들어 정부가 공개 확인한 사례만 13번째다. 1월25일 순항미사일, 3월20일 방사포 발사를 더하면 15번째 발사다. 흔치 않은 몰아치기 무력시위다.

북의 이런 행보엔 안팎으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하다는 게 정부 안팎의 분석이다. 첫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무관심’, 둘째 문재인 정부의 협상 노선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폄훼해온 윤석열 당선자의 대북 강경 기조, 셋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반면교사’, 넷째 2년4개월째인 코로나19 국경 폐쇄로 가라앉은 민심 고취 필요성 등이 두루 얽혀 있다는 것이다. 군사기술·대외전략·국내정치 등 세 측면에서 북의 ‘수요’를 짚어볼 수 있다.

 군사기술적 수요 “지금이 핵시험 적기?”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4월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 연설에서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해 임의의 전쟁상황에서 각이한 작전의 목적과 임무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핵전투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비서의 지침대로 ‘핵’과 그 ‘투발수단’의 “다종화”를 이루려면 실험·발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사태’ 탓에 미-러 정면 대치가 지속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의 핵시험·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맞서 ‘추가 제재’에 합의하기가 어렵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어서다. “핵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강화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는 김 총비서한테는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실제 김 총비서는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1월30일)→“군사정찰위성 개발 중요 시험”(2월27일, 3월5일)→“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3월24일)→“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추정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5월7일) 순으로 다양한 핵투발수단 시험발사를 ‘제재’ 없이 쏟아내며 한반도 위기지수를 높여왔다. 나라 안팎의 전문가들이 북의 7차 핵시험 가능성을 높이 보는 까닭이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북이 (7차)핵실험을 할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을 정도다. 복수의 고위 소식통은 “북이 이르면 이달 안에 풍계리 3번 갱도에서 폭발력 10kt 이하의 전술핵실험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밤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대남·대미 ‘강 대 강’ 무력시위

김 총비서는 1월19일 노동당 중앙위 8기6차 정치국회의에서 “미국의 적대시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며 “잠정중지했던 모든 활동 재가동 검토”를 지시했다. 2018년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핵시험·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더는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엄포였다. 그러나 바이든 미 대통령은 3월2일 취임 뒤 첫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단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는 등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구나 대선 기간 ‘대북 선제타격’을 여러 차례 입에 올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을 겨냥해선,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전투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4월5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담화)이라며 ‘대남 핵 공갈’을 서슴지 않았다. 외교안보 분야 원로 인사는 “북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는 윤 당선인의 ‘선제타격’ 발언을 빌미로 삼은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복수의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북의 최근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바이든 미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대남·대미 압박 강도를 높이며 관심을 촉구하려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불안한 민심 다독이기

김 총비서는 4월25일 밤 김일성광장을 가득 매운 수만명의 평양 시민을 앞에 두고 “어떤 세력이든 조선민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소멸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핵’으로 무장한 북은 러시아의 침공에 짓밟힌 우크라이나와 같은 처지로 내몰리지 않을테니 ‘안심하라’는 얘기다. <노동신문>이 “국가의 존립과 발전, 인민의 행복을 믿음직하게 담보한 혁명적 무장력” 운운하며 “강대한 우리 조국에 영광이 있으라”는 제목의 ‘정론’을 4월27일치 1면 머리로 올린 까닭이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코로나19와 장기 국경폐쇄로 침체된 경제를 고려할 때, 가라앉은 인민의 사기를 끌어올릴, 김정은 체제 정통성과 국력을 과시할 수단이 ‘핵’을 앞세운 군사력뿐이라는 내부 정치적 사정도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김정은 총비서의 전략적 판단과 의도가 무엇이든 문제는 ‘벼랑 끝 대치’ 쪽으로 빠르게 옮아가며 악화하는 한반도 정세의 흐름을 대화와 협상 쪽으로 되돌릴 ‘제어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데 상황의 심각성이 있다. 외교안보 분야 원로인사는 “북의 7차 핵실험 등을 막으려면 미국이 제재 완화 등 구체적인 비핵화 상응조처를 제시하며 북·미 대화를 조기에 재개해야 할텐데 바이든 정부의 태도에 비춰 그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10일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바이든 정부를 설득해 협상 국면의 물꼬를 트려 할 거 같지도 않아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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