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세계 영화스타, 하늘의 별이 되다

김유태 2022. 5. 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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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 향년 55세로 별세
4일 뇌출혈로 쓰러진 뒤
7일 결국 영면에 들어
씨받이 옥녀에서 정난정까지
충무로서 안방극장까지 접수
베니스영화제 여우상 수상으로
존재감 희박했던 韓영화에
생명력 불어넣은 최초 배우
복귀작 '정이'는 유작으로..
작년 10월 제3회 강릉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강수연.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한국 영화계 첫 월드스타이자 한국 영화의 세계화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배우 강수연 씨가 지난 7일 별세했다. 향년 55세.

8일 영화계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뒤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발견 당시 심정지에 의식이 없는 상태였으며, 가족의 신고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다. 그러다 결국 발병 사흘 만인 7일 오후 3시께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배우 강수연의 명연기를 설명하는 캐릭터는 차고 넘친다. 맡은 역할 하나하나가 관객과 시청자에게 영원히 기억될 만큼 강렬하고도 폭넓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안방극장과 충무로를 종횡무진하며 영화계와 연예계를 말 그대로 호령한 고인은 수많은 배우의 우상(偶像)으로 통할 만큼 큰 족적을 남겼다.

1966년 2남 2녀 중 셋째로 태어나 한글도 익히기 어려운 나이인 만 3세에 아역배우로 데뷔한 고인이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은 결정적인 계기는 KBS 청소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였다. 1983년부터 1986년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는 청소년들의 꿈과 사랑을 보여주는 하이틴물이다. 당시 17세였던 고인은 '고교생 일기' 1기 주연이자 손창민 상대역으로 참여해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안방극장을 점령한 고인은 1987년 영화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에서 충무로의 스타 반열에 오른다. 도피행 완행열차에서 고향집으로 가던 창녀 순나 역을 맡은 강수연은 '불확실한 생'을 온몸으로 연기하며 대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국내 주요 영화제는 이 영화와 고인에게 상을 몰아주며 배우 강수연의 도약을 응원했다.

1987년은 고인이 걸어간 인생 가운데 최고의 한 해로 기억된다. 고인이 영화 '씨받이'로 존재감조차 희박했던 한국 영화를 국제영화계에 널리 알렸기 때문이다.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씨받이'에서 비운의 옥녀 역할을 맡은 고인은 아시아 최초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소위 '벗는 영화'로 세간에 잘못 알려져 국내에서는 별반 주목받지 못했던 이 영화는 배우 강수연이 해외 최고의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자 작품성을 여실히 증명했다.

1989년 7월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 참가했던 강수연(오른쪽)과 임권택 감독의 귀국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배우 강수연이 또 한 번 도약한 계기는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고인은 덕암사를 찾아 은선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는 비구니 순녀 역할을 맡았다. 소설가 한승원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이 영화에서 고인은 비구니 역할을 위해 삭발을 감행해 큰 화제가 됐다. 고인은 이 영화로 1989년 모스크바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해 '월드 스타' 타이틀을 완전하게 굳혔다.

2030세대에게 고인은 2001년부터 이듬해까지 방영된 SBS 드라마 '여인천하'의 정난정 역할로 더 익숙하게 기억된다. 미천한 신분임에도 문정왕후를 보위하는 악인 정난정 역할을 맡은 강수연은 잊히지 못할 연기로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회당 엔딩 장면은 반드시 강수연이 연기한 정난정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차지했다. 최고 시청률은 35.4%로 '여인천하'에서의 정난정은 신드롬급 인기를 얻었다.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는 고인의 유작이 됐다. 올해 1월 촬영을 끝마치고 현재 후반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정이'는 내전이 일어난 22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공상과학(SF) 영화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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