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 이 결혼 정말 해도 괜찮을까?"

김소연 기자 2022. 5. 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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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지 블루 (결혼 전 우울감)
불안·우울 느끼고 감정 표현 어려워져
자신과 타인에 대한 친밀감 잊지말아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윤지애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오는 7월 예식을 앞둔 직장인 황모(32) 씨는 상견례를 시작으로 결혼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식장 계약, 스튜디오 촬영, 신혼집 장만, 각종 혼수 준비 등 조사하고 비교해가며 결정해야 할 일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렇게 굵직굵직한 일들을 잘 수행한 뒤 청첩장을 찍을 차례였다. 이 무렵 황 씨에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불쑥불쑥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국에 힘들게 결혼 준비를 이어오다 보니 심적으로 지쳐서였을까, 황 씨는 불현듯 '이 결혼 정말 해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예비 신랑에 대한 애정과 신뢰도가 떨어진 건 아니지만 이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도 문득 들었다. '결혼 후에 사람이 변해버리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도 있었다.

황 씨처럼 결혼을 앞두고 우울감을 겪는 예비신랑·신부들이 적지 않다.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결혼을 앞둔 상태에서 한 번쯤 겪게 된다는 결혼 전 우울감 '매리지 블루(Marriage Blue)'. 윤지애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매리지 블루 원인과 증상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결혼 전 스트레스, '해고'보다 심해=매리지 블루는 일본 작가 유이카와 게이의 베스트셀러 소설 제목에서 유래한 말로, 결혼을 앞두고 남녀들이 겪는 심리적 불안을 의미한다. 보통 결혼이라 하면 핑크빛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할 것 같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결혼 날짜가 정해지고 이런저런 준비를 하다 보면 사소한 문제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겪기 마련이다.

제일 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100점 만점으로 했을 때, 결혼의 스트레스 지수는 50점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직장 해고로 인한 스트레스(47점)보다 높은 수준이다.

윤 교수는 "발달단계는 소아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중요하게 적용되는데, 개인의 역할 변화가 따르고 초기 성인기로의 이행에 관여하게 되는 중요 이벤트가 바로 결혼이다. 이 시기엔 삶의 주기가 크게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에는 흔히 불안이나 우울을 느끼며 반응적 감정을 직접 표현하지 못한다. 또 새로 주어지거나 현재 맡고 있는 책임에 대해 처리하는 것을 어렵게 느끼기도 한다.

◇매리지 블루에 대응하는 5가지 자세=예비부부는 매리지 블루에 맞서기 위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결혼을 준비하는 시기야 말로 자신이 가진 강점과 긍정적인 부분을 발휘할 때다. 특히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자신만의 성숙한 방법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융통성과 유연성은 큰 인생의 변화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또한 신뢰를 바탕으로 충분한 지지를 보내는 가족관계 또는 대인관계는 큰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결혼 준비는 가족과 내 주변사람들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된다. 이들은 어려움과 갈등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든든한 조언자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언어적 의사소통 기술, 즉 대화가 중요하다. 유연성과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대화에 임하는 것이 좋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가치에 대해 탐색하고 인정해주는 동시에 건강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결혼 전후 나의 역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 좋다. 결혼 전 나의 역할을 버리는 것이 아쉽거나 새로운 역할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서로 충분히 공감하는 것은 새로운 역할을 맞이할 때 가장 요구되는 과정이다.

가장 강조되는 점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시기에도 '나의 일상'을 놓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책임에 대한 염려와 기대 속에서도 현재 맡은 책임에 소홀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기엔 배우자 등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하고 돌보는 것이 포함된다. 또 평소에 즐겨했던 여가 생활이나 휴식을 지속하는 것은 스트레스에 압도되지 않고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윤 교수는 "결혼 생활은 가장 고도의 대인관계 기술을 요구하며, 다음 발달단계로 넘어가는 관문 또한 결코 녹록지 않다"며 "결혼을 준비하는 전 과정은 초기 성인기의 중요한 덕목인 '친밀감'을 발휘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윤지애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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