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40만원 시대, 주부가 국민연금 가입 전에 따져볼 3가지 [행복한 노후 탐구]

이경은 기자 입력 2022. 5. 6. 09:49 수정 2022. 6. 1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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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노후는 내가 알아서 준비하겠다, 지금까지 낸 돈 이자는 안 받을 테니 원금만이라도 돌려 달라.”

강제로 가입하는 국민연금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꼭 나오는 반응 중 하나다. 월급에서 매달 세금처럼 떼이는 국민연금에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싶은 사람만 가입하게 하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데도 본인이 원해서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들을 임의가입자라고 부른다. 6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수는 39만6632명에 달했다. 성별로 분석해 보면, 여성이 전체 임의가입자의 84%를 차지해 비중이 상당하다. 작년 말 기준 여성 임의가입자 수는 33만3318명으로, 2015년 대비 68% 증가했다. 대부분 전업주부다.

강제로 가입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계(契)'나 '개인연금'보다는 낫다면서 국민연금에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그래픽=이연주 조선디자인랩 기자

국민연금은 개인연금과 비교하면 매년 물가에 연동해서 연금액이 올라가서 실질적인 가치가 유지되며, 죽을 때까지 평생 받을 수 있다는 게 최고 매력이다. 하루라도 빨리 ‘1인1연금’ 시대를 열어서 고령화 사회보장비용을 줄여야 하는 정부 입장에선 국민연금이야말로 노후 대비용 최고 상품이라고 홍보할 만하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임의가입자가 되기 전에 꼭 알아둬야 할 3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 번째는 월 납입액이다. 임의가입자는 보험료 납부 기준이 되는 소득이 없기 때문에 최소 9만원에서부터 최대 47만1600원까지 가입자가 정해서 넣을 수 있다. 국민연금 임의가입을 헛수고로 만들지 않으려면, 얼마씩 넣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

국민연금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 동안 납입한다고 가정해 보자. 월 9만원씩 넣으면, 연금수령 개시 후 매달 18만8910원씩 받을 수 있다(2022년 기준). 반면 최대 금액인 47만1600원을 10년간 납입하면 나중에 매달 40만6480원씩 받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10년치 납입 보험료는 5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연금 수령액은 2배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국민연금에는 저소득층이 노후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사회보장기능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재테크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면서 “민간 연금상품처럼 많이 넣는다고 해서 나중에 더 많이 받는 것은 아니며 환급률로만 따지면 소액을 넣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으로 948조7000억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세계 3대 연기금에 속할 정도로 덩치가 큰데, 여전히 지출보다는 수입이 많은 구조여서 2041년엔 1778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두 번째는 배우자의 연금이다. 부부가 평균 수명까지 함께 오래 산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만약 배우자가 일찍 사망해서 어느 한 쪽이 유족연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계산기를 두드려야 한다.

배우자 중 한 명이 사망해서 나오는 유족연금에는 중복 급여 금지 조항이 있다. 만약 남편이 일찍 사망하게 되면, 아내는 남편 유족연금과 본인 노령연금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내 연금이 있는데 유족연금(원래 연금의 60%)이 생기면, ‘내 연금+유족연금의 30%’를 받든가, 아니면 유족연금(내 연금은 소멸됨) 중에서 택일해야 한다. 만약 유족연금을 선택하게 되면, 그 동안 전업주부 아내가 10년 이상 낸 수백~수천만원 연금은 무용지물이 된다.

‘월급쟁이 연금부자가 쓴 연금이야기2’의 저자인 차경수씨는 “전업주부의 경우 최저 금액이라도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을 권하긴 하지만 무조건은 아니다”라면서 “남편의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이 매우 많고, 아내는 당장 여유가 없다면 가입하는 건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말 기준 부부 모두 노령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51만6000쌍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디. 부부 수급자는 2019년 30만쌍, 2020년 40만쌍, 2021년에는 50만쌍을 돌파해 계속 늘고 있다./그래픽=정다운 조선디자인랩 기자

마지막은 기초연금이다.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인 고령자가 받는 것으로, 현재는 30만원이지만 새 정부는 이를 40만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혼자 살면 월 40만원, 부부가 함께 받는다면 월 64만원(부부는 20% 감액)이다.

기초연금은 당초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는데, 금액(도입 초기 10만원⇒40만원)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고, 대상(소득 하위 40%⇒소득 하위 70%)도 늘어나는 추세다. 기초연금 수혜자가 증가해서 노인 빈곤 문제가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빠듯한 살림에 국민연금을 10년 이상 부어온 가입자 입장에선 굉장히 억울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 수급액이 많으면, 기초연금이 깎이기 때문이다. 먼 미래에 대비해 열심히 일하면서 돈을 부었는데, 오히려 노후 준비를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다니 세상에 이런 아이러니도 없다. 내 돈 한 푼 안내고 받는 기초연금이 월 40만원이나 된다면, 국민연금 매력은 크게 줄어든다.

지난 2013년 6월 조선일보는 '기초설계 부실한 기초연금'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향후 노인 인구가 늘고 지급액이 올라가면서 예산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적했다. 2030년이 되면 노인 인구가 지금의 배로 늘어나고, 1인당 기초연금 지급액도 60만원으로 3배가량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초연금에는 국민연금 연계 감액이란 제도가 있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연금(30만7500원)의 150%를 초과하면 기초연금을 최대 50%까지 깎을 수 있다. 2022년 기준 단독가구의 경우엔 46만1250원으로, 국민연금을 이보다 많이 받고 있다면 기초연금이 쪼그라든다. 가령 국민연금으로 월 90만원을 받고 있다면, 기초연금은 남보다 9만원 적다. 국민연금에 임의가입해서 수령액이 많아진다면 그만큼 더 감액된다.

연금 전문가 차경수씨는 “현재 상황에선 민원 소지가 많아 기초연금법이 바뀔 것이라고 보지만, 만약 기초연금이 40만원으로 오른다면 국민연금 수령액은 크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유리하다”면서 “월 9만원짜리는 아무리 오래 가입해도 월 수령액이 46만원을 넘기긴 어려울 테니 기초연금을 받을 때 불이익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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