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UMER] 물 400㎖의 마법, 실패없는 짜장라면
물 안버리고 조리.. 시간 맞추면 간 딱 맞아
냄비에 면 잘 달라붙고, 맛 차별화도 아쉬워

라면업계는 발전이 더딘 업계다. 1963년 최초의 국산 라면인 삼양라면이 등장한 지 60여년이 지났고 '1등 라면' 신라면이 출시된 지도 40년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대형마트와 편의점 라면 매대에서는 삼양라면과 신라면이 불티나게 팔린다.
조리법 역시 60년 전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여전히 라면 물은 500㎖ 안팎이며 물이 끓으면 면과 스프를 넣는다. 최근 들어 '프리미엄 라면'이라 불리는 제품들에서 조금씩 변주가 보이긴 하지만 스프를 하나 더 넣느냐 마느냐 정도다.
짜장라면의 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1984년 농심 짜파게티 출시 후 대한민국의 짜장라면은 물을 끓이고 면을 익힌 후 물을 버리고 스프를 넣어 비비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분말스프 대신 액상스프로 차별화를 꾀한 짜짜로니 역시 스프의 타입이 바뀌었을 뿐 조리 방식은 같았다.
하지만 요 몇년 새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짜장라면 맛있게 끓이는 비법'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핵심은 처음부터 물을 적게 잡고 끓이는 것이다. 물을 적게 잡은 만큼 나중에 물을 버릴 필요가 없고 면을 익히면서 나온 면수를 이용해 소스를 만들기 때문에 맛이 더 진하다는 것이다.
오뚜기가 올해 신제품으로 선보인 짜장라면 '짜슐랭'은 바로 이 비법을 레시피로 삼아 나온 제품이다. 오뚜기는 이 레시피에 '복작복작 조리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물을 적게 잡고 볶아내는 것처럼 익혔다는 의미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강타했던 '맛있는 짜장라면 조리법'이 오뚜기와 만나면 어떨까. 이번 BUY&EAT에서는 오뚜기의 새 짜장라면 '짜슐랭'을 맛보기로 했다.
◇핵심은 조리법, 물 400㎖= 오뚜기 짜슐랭의 특징은 물을 버리지 않고 만드는 복작복작 요리법에 있다. 기존 짜장라면들이 일반 라면과 비슷한 500㎖ 이상의 물을 넣으라고 하는 반면 짜슐랭은 400㎖만 넣도록 한다. 건더기 스프는 처음부터 넣고 끓여 야채 육수도 내도록 했다. 물이 끓으면 면을 넣고 5분간 익힌 후 불을 끄고 분말스프와 유성스프를 넣어 비벼 먹는다.
기존 짜장라면 레시피에 비해 물을 적게 넣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마지막에 물을 버리는 행위가 사라졌다. 우선 물을 버리지 않는 만큼 농도 맞추기에 실패할 일이 없어졌다는 점은 장점이다. 짜장라면을 레시피대로 끓일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이 부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라면을 끓인 냄비에서 그대로 물을 버리기 때문에 ㎖ 기준으로 물을 남기라고 해도, 숟가락 분량으로 남기라고 해도 정확히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이에 어떨 때는 물이 너무 많이 남아 국물이 찰랑한 짜장라면을 먹게 될 때도 있고 또 어떨 때는 떡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되직하게 먹어야 할 때도 있다. 오뚜기는 물을 버리지 않고도 면이 익었을 때 적당한 양의 물이 남는 기준을 400㎖로 잡았다. 실제 조리해 본 결과 정확히 시간에 맞춰 조리하면 간과 농도가 딱 맞는 짜장라면이 완성됐다.
일반적인 조리법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물 600㎖를 넣고 마지막에 물을 버리는 레시피도 함께 기재한 것은 오뚜기의 배려다.
다만 바뀐 레시피가 물을 버리지 않는다 해서 더 편한 레시피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물이 적은 만큼 면이 쉽게 냄비에 달라붙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이 적은 만큼 진해진 면수가 끈적임을 보탠다. 잠깐만 다른 짓을 하고 있으면 면이 온통 달라붙어 먹을 수 없게 되는 만큼 꾸준히 면을 관찰하며 휘저어 줘야 한다. 물을 아예 넉넉히 넣은 뒤 다 익으면 체로 건져내는 방식으로 조리하던 사람들에겐 귀찮은 일이 늘어난 셈이다.
◇조리법만큼 차별화하진 않은 맛, '미슐랭' 달기엔 아쉽다= 그렇다면 새로운 조리법으로 만든 짜장라면의 맛은 어떨까. 진한 면수를 그대로 소스로 이용한 만큼 일반적인 짜장라면보다 걸쭉한 맛이 느껴진다. 조리법에는 면을 5분간 익히라고 돼 있는데 다소 '푹 익었다'는 느낌이다. 2개 이상을 끓일 때는 먹으면서 면이 부는 것을 감안해 조리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조리법에 집중한 나머지 짜슐랭 자체의 맛 차별화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점은 아쉽다. 짜슐랭 제품 포장에도 '복작복작 조리법'만을 강조할 뿐 맛에 대한 어떤 문구도 들어있지 않다.
파기름과 양파기름을 블렌딩했다고 하는데 맛에서 큰 차별 포인트가 되지는 못했다. 다른 짜장라면을 이 레시피로 만들어도 비슷한 맛이 날 것 같다는 느낌이다. 실제 농심 짜파게티도 해외 수출판에 이런 '물을 버리지 않는' 레시피를 넣고 있다.
최근 짜장라면 시장이 트러플오일 등으로 조미유를 고급화하거나 튀기지 않은 건면으로 면을 강조하는 등 맛의 차별화에 몰입하고 있는 만큼 '짜장라면계의 미슐랭 맛집'이라는 네이밍에 어울리게 다른 짜장라면과 차별화할 수 있는 맛의 포인트가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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