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상용차 산업을 다시 보자

박진형 2022. 5. 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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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은 세계 5위로 회복하고,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차·기아 판매도 6년 만에 증가했다. 그런데 상용차 판매는 7년째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역행하는 국내 상용차 산업

자동차는 사람이 타고 이동하는 승용차와 화물·승객을 대량으로 운송하는 상용차로 크게 나뉠 수 있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수요는 승용차 5640만대, 상용차 2629만대를 기록했다. 상용차 수요는 세계 수요의 31.8%, 생산의 28.8%를 각각 차지했다.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11년 사상 최고인 466만대를 기록한 후 지난해에는 346만대로, 120만대 감소했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계의 세계시장 판매는 674만대로 전년 662만대에서 반등했지만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15년의 897만대 대비 223만대 줄었다. 세계 자동차 판매는 기복을 보이면서 증가해 2017년에는 9730만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의 장기 성장세가 꺾이면서 2018년부터 3년째 감소해 2020년에 7877만대로 하락한 후 지난해에는 8269만대로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승용차와 달리 상용차 수요는 경기 변동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세계 자동차 수요가 2017~2020년 중 19% 감소하고 승용차 수요는 23.9% 줄었지만 상용차 수요 감소율은 4.2%에 그쳤다. 지난해 세계 승용차 수요가 4.6% 증가했지만 상용차 수요는 33.2% 급증하기도 했다. 수익성도 상용차가 승용차보다 높다. 이에 따라 세계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은 상용차 사업을 유지·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차지하는 상용차 산업의 위상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완만하게 감소하다가 2016년 이후 2021년까지 빠르게 감소했다. 2015~2020년 중 세계 자동차 수요가 18.6% 줄었는데 국산차 내수 판매는 정부의 개별 소비세 인하에 힘입어 1.4% 증가했다. 국산 승용차 판매가 이 기간에 3.6% 늘어난 반면 상용차 수요는 9.9% 줄었다.

같은 기간 세계 자동차 생산은 14.5% 감소했지만 국내 자동차 생산은 23% 감소했다. 국산 승용차 생산이 22.3% 줄었는데 상용차 생산은 29.9% 급감, 하락 폭이 더 컸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생산은 전년 대비 3.3% 증가했지만 국내 생산은 1.3% 감소했다. 세계 승용차 생산은 2.2%, 상용차 생산은 6.0% 증가했다. 그러나 국내 승용차 생산은 1.5% 감소했다. 상용차 생산은 불행 중 다행인지 1.6% 증가했다. 어떻게 보면 국내 자동차 판매와 생산은 세계 흐름과 반대로 진행되는 듯하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자동차 산업의 해외시장 의존도는 매우 높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수출과 해외 현지 생산 판매를 통해 세계시장을 공략해 왔다. 그런데 세계 자동차 수요가 2018년부터 감소해 우리 자동차 수출과 해외 생산 판매는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국산 승용차 수출은 2015~2020년에 35.5% 감소했으나 상용차 수출은 56.7% 감소했다. 국내 완성차업체는 중국에 대규모 상용차 생산공장을 설립했지만 판매가 부진하자 공장을 매각했다.

국내 자동차 생산에서 차지하는 상용차 비중은 2015년 9.24%에서 2020년 8.41%로 감소했다가 2021년에는 8.65%로 증가했다. 세계 자동차 생산에서 차지하는 상용차 비중이 29%에 이른다는 점에서 국내 상용차 산업 육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국내 완성차 업체와 정부는 상용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과 지원책을 강구해 왔다. 그런데도 경쟁력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1톤 상용차 수요와 생산이 뒷받침되고 있어 상용차 산업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생산하는 1톤 상용차를 제외하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에서 차지하는 상용차의 비중은 3.3%에 불과하다. 국내 중대형 트럭은 현대차와 타타대우, 버스는 현대차·기아·자일대우가 생산했으나 자일대우가 해외로 생산설비를 이전하면서 상용차 생산 기반은 더욱 약화됐다.

◇ 미래 모빌리티 산업, 상용차 역할 무시 못해

자동차 산업이 전기동력 커넥티드 카를 넘어 전기동력 자율주행 모빌리티 산업으로 진화하면서 상용차의 중요성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자율주행 셔틀이 시험 운행되고 있다. 기존 차종 분류로는 상용차에 속한다. 시장조사업체 리포트링커(ReportLinker)는 세계 상용차 시장이 2021~2027년 중 연평균 4.5% 증가, 1조6000억달러(약 200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경제 규모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처럼 성장 잠재력이 막대하다 보니 주요국의 완성차 업체와 상용차 업체는 전기동력화와 군집주행 관련 기술개발 및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용차는 무거운 중량과 상대적으로 긴 주행거리로 말미암아 전동화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상용차의 공해 배출이 증가하자 친환경 상용차 개발과 상용화가 가속되고 있다. 그동안 상용차 전동화와 관련해서는 단거리 주행 상용차의 경우 배터리 전기차, 장거리 주행 상용차는 수소전기차가 각각 타당하다는 논리가 지배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소전기 상용차의 물량 증대가 단기간에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배터리 전기상용차의 생산 물량이 늘고 있다.

아직 전기동력 상용차의 판매 물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2019년부터 전동트럭을 생산한 볼보트럭은 2021년 세계 각국에 대형 전기트럭 1100대 이상을 판매했다. 유럽 대형 전기트럭 시장 점유율은 42%에 달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16톤 이상 대형 전동트럭이 전년 대비 193% 증가한 346대 판매됐고, 스위스·노르웨이·스웨덴과 네덜란드를 주요 시장으로 꼽았다.

독일 만(MAN)사는 애초 계획을 1년 앞당겨 2024년 초부터 대형 전동트럭을 생산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200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은 현장에서 경험을 축적하기 위해 지난해 봄부터 뉘른베르크 공장의 e모빌리티 테크니컬 센터를 연계해서 배터리 팩 조립을 시작했다. 수소전기트럭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바바리안주는 850만 유로를 지원해서 2024년에 시작 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폭스바겐 그룹은 수소전기차는 상용차에 국한해 생산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ACT 리서치는 2030년까지 미국의 클래스 4~클래스 8급 트럭과 유럽, 중국, 기타 지역의 중대형 상용차 판매에서 전기동력 모델이 24%를 차지한다고 내다봤다. 환경 규제 강화를 이유로 들었다. 비중은 2031년 28%, 2035년 53%로 증가한다고 예상했다.

국내 상용차 산업이 계륵이 되지 않고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 양성 △기존 인력 대상 재교육 훈련을 통한 전환 배치 △상용차 업체와 특수목적상용차 업체 간 협업 △주요 부품 국산화 △기업 주도의 연구개발 시스템 구축 등이 이뤄져야 한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지속 가능 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상용차 산업 역할이 중요하다. 신정부의 상용차 산업 육성 정책을 기대해 본다.

이항구 호서대 기계자동차공학부 조교수 lyg8779@hanmail.net

〈필자소개〉이항구 교수는 1987년부터 산업연구원에 근무하며 자동차 산업 연구를 담당했다. 2019년 정년 퇴직 후 2020년부터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근무하면서 호서대 조교수를 겸하고 있다. 친환경자동차 보급뿐만 아니라 기업 간 협업법 제정, 상생결제시스템 구축에 기여했다.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자동차 융복합 미래포럼 위원, 중소벤처기업부 규제 특구 자문위원, 환경부 WTO '무역과 지속가능 환경협의체'(TESSD) 대응 TF 위원, 인베스트 코리아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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