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지적에 '주린이' 표현 퇴출될까.."폄하보단 존중"

박응진 기자 2022. 5. 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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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이', 아동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 조장할 수 있다"
"경험 많다고 주식 잘하나" "다른 표현 찾아보자" 자성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최근 '주린이'(주식투자 초보자)라는 표현을 놓고 사회적인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동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사자인 어린이들 중 일부도 주린이라는 말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는 여전히 '악의가 없는 표현인데 무엇이 문제냐'는 주장도 있지만, 증권업계와 언론을 중심으로 '미처 아동 인권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어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주린이라는 표현이 퇴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권위 "아동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 조장할 수 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내 증시가 폭락했을 때,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은 개인 투자자들의 '동학개미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당시 국내 주식시장에 새롭게 유입된 개인 투자자들이 주린이로 일컬어졌다. 이후 주린이는 주식투자 초보자를 뜻하는 신조어로서, 증권업계와 언론을 비롯해 일상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 됐다. 증권업계를 감독하는 금융감독원마저 주린이라는 표현이 담긴 보도자료를 낼 정도였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앞으로는 주린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제동을 걸었다. 주린이를 포함해 '~린이'라는 표현을 '아동 비하 표현'으로 규정, 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계 기관에 '~린이' 표현이 사용되지 않게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제100회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지난 3일의 일이다.

인권위는 "'~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아동이 권리의 주체이자 특별한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하는 독립적 인격체가 아니라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아동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조장할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표현이 방송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대‧재생산됨으로써 아동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평가가 사회 저변에 뿌리내릴 수 있고 이로 인해 아동이 자신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유해한 환경 속에서 성장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뉴스1

◇"어린이라는 용어와 아동의 존재 자체를 소중히"

어린이 10명 중 1명도 주린이라는 표현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마이크로밀엠브레인을 통해 지난 3월22일부터 30일까지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 500명을 대상(신뢰수준 95%·표본오차 ±4.4%포인트)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0명(10%)이 어린이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주린이를 꼽았다.

또한 '어린이를 존중해주세요'(128명·25.6%), '어린이도 똑같은 사람입니다'(119명·23.8%), '어른들도 한때는 어린이였습니다'(115명·23%)라고 설문에 응답하면서 어린이를 미숙한 존재로 보는 사회에 일침을 가했다.

이 여론조사에 참여한 한 어린이는 "어린이는 어린 아이를 높여 부르는 말"이라면서 "어린이라는 용어와 아동의 존재 자체를 소중히 대해달라"고 당부했다.

◇"경험 많다고 주식 잘하나" "다른 표현 찾아보자" 자성

증권업계와 언론에서는 대체로 이번 인권위의 권고에 수긍하는 의견들이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폄하보다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더욱 건전한 사회를 만든다. 인권위 권고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선무당(서툴고 미숙한 무당)이 사람 잡는다. 경험 많다고 주식 잘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컴플라이언스(규제준수·내부통제) 규정을 따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마케팅이나 광고 등에 속어에 해당하는 주린이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쓴 곳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를 취재한 경험이 있는 한 경제채널 방송사 기자는 "'~린이'라는 표현이 많이 쓰이는 상황에서 새로운 표현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쓸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하면서도 "주린이를 대신해 사람들의 입에 붙는 다른 표현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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