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모를 열병 잇따라" 北전역 봉쇄령, 코로나 확진자 나온듯
북한 전역에 4일 오전을 기해 “절대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봉쇄령이 내려졌다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북이 ‘민족 최대의 명절’로 선전하는 김일성 생일 기념행사 이후 각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 사례들이 보고됐고, 이 가운데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정황도 포함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선 북한이 상하이 등 도시 전체를 한 달 넘게 완전 봉쇄하는 중국의 극단적인 방역 정책을 모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이날 “김일성 110회 생일 기념행사가 마무리된 뒤 여러 지역에서 장티푸스 등 수인성 질환을 비롯해 각종 열병 발생 보고가 잇따르자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전면 봉쇄령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군인 1명이 코로나에 확진됐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주민들이 집 밖으로 일절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장마당은 물론 거리 전체가 조용해졌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달 김일성 생일 110주년(4월 15일)과 항일 빨치산 결성 90주년(4월 25일) 등 대형 정치 이벤트를 치르며 군중시위, 무도회, 체육대회, 인민예술축전, 열병식 등 각종 행사에 전국적으로 주민 수백만명을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를 비롯해 각종 전염성 질환이 확산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 당국의 ‘전면 봉쇄’ 조치는 이 같은 전염병의 확산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2020년 초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간 엄격한 국경 봉쇄 기조를 유지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말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방역을 ‘국가사업 제1순위’로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강도 제재 장기화 속에 국경 봉쇄까지 겹치며 경제난이 극심해지고 주민들이 동요하자 지난 1월 16일부터 중국 단둥(丹東)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했다. 김일성 생일 등 대형 정치행사에 필요한 물자를 확보하는 차원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내 코로나 확산세가 갑자기 심각해졌다. 지난 3월 초 중국 4대 도시로 꼽히는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가 코로나 확산으로 봉쇄된 것을 시작으로 경제 수도 상하이, 동북의 지린(吉林)성 전체가 잇따라 봉쇄됐고, 베이징도 일부 지역에 봉쇄령이 내려진 것이다. 특히 3월 말 북중 교역의 허브인 단둥마저 코로나 19 확산으로 도시 전체가 봉쇄되자 북한 당국은 지난달 국경지역에 ‘코로나 비상 경계령’을 내리며 방역의 고삐를 다시 조이기 시작했다.
북중 접경지역 사정에 밝은 대북 소식통은 이날 “북한이 4월 중순부터 북중 간 열차 운행을 잠정 중단한 데 이어 신의주, 혜산, 만포 등 국경 지역 주민들에게 ‘봉쇄 강화’ 방침을 내렸다”며 “시장 출입, 직장 출근은 가능하지만 압록강·두만강 접근금지, 지역 간 이동 금지령이 내려졌다”고 했다.
당초 북한 당국은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북중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하고 방역을 완화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김일성 생일 행사 이후 원인 모를 열병이 발생하고 코로나 확진 가능성까지 대두하자 ‘모든 주민의 외출 금지’라는 극약 처방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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