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살며] 과일 깎는 법에도 문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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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참외다.
그런데 보면 화가 치미는 과일도 참외다.
과일은 그냥 길게 자르면 안 되는 것일까? 참외나 키위, 오렌지 같은 경우 자를 때 김밥 자르듯 세워 자르는 것이 한국의 문화일까? 찾아보니 예쁘게 보이는 방법으로 자르는 것을 추천하는 내용은 있으나, 그것이 한국의 전통적 방식이라고 소개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과거의 남편은 그것이 더 옳은 한국의 문화라고 강조했을 것인데, 요즘은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며 내게 동조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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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이 일에 대해 한참 상의한 적이 있다. 예쁘게 보이는 대로 잘랐을 때 중간 부분, 맛있는 부위는 누가 먹고 끝 부분은 누가 먹는지 생각해 보니, 가부장적인 한국의 전통사회가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은가 하고 의견을 내놓게 되었다. 과거의 남편은 그것이 더 옳은 한국의 문화라고 강조했을 것인데, 요즘은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며 내게 동조하는 분위기다. 아마 오래전부터 며느리와는 겸상하지 않았을 테니, 제사 절차부터 어른을 대하는 태도 등 남녀 차이가 그대로 자녀에게도 전해지지 않았을까? 언제부터인가 나도 자녀들에게 먼저 과일의 맛있는 부위를 주고 남는 부분을 먹는 부모가 되어 시어머니 지적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왕이면 맛있는 부분을 자녀와 가장에게 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주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놀랍게도 신혼 초 남편은 중국 하면 영화 ‘황비홍’부터 떠올렸다. 다문화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다른 문화에 대한 인식 교육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국에서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린 지 어언 15년이다. 지금 나는 참외를 두 가지 방법으로 자른다. 하나를 길쭉하게 반으로 갈라 반쪽은 먹기 좋게 세워 자르고, 남은 반쪽은 여러 개의 긴 채로 썰어 한 접시에 반반씩 두 가지 모양을 다 담아낸다. 이러면 누구든 원하는 부분을 택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 과일 하나에서 시작해 문화의 차이를 서로 이해하고 존중할 수만 있다면 한국은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사회, 살 만한 나라로 기억되지 않을까?
김지현 중국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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