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천연가스 금융위기 이래 최고가..에너지 대란, 석유에서 가스로 확산
[경향신문]
유럽 대러 제재 여파로 수요 급증
EU 회원국, 경기 둔화 우려 커져
미국산 천연가스 가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의 6차 대러 제재 발표 여파로 미국 천연가스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과 미국 내 재고 감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 전쟁발 에너지 불안이 유가에서 가스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가스 가격 주요 지표인 헨리허브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장중 전장 대비 9% 이상 오른 100만BTU당 8.16달러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과 러시아 간 에너지 금수조치를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하면서 미국산 천연가스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이 가격 폭등의 원인이 됐다. 호세브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더 많은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하고 허위정보 관여자를 명단에 포함하며, 석유 수입 금지를 목표로 하는 6차 제재 패키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이에 맞서 비우호국 및 해당국의 기업, 국제기구 등과의 통상, 금융거래를 포함한 모든 교류를 금지하는 보복 제재안을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는 향후 10일 내로 구체적인 제재 대상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 차질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산 가스에 대한 계약이 급격히 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 내 10여개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시추 프로젝트가 다시 재개됐으며 이 중 30% 이상이 장기계약까지 마쳤다. 또 미국 내 천연가스 재고 규모가 1년 전보다 21% 줄어든 것도 시장 불안을 더 키웠다.
천연가스 가격 폭등은 전 세계적으로 물가를 자극할 뿐 아니라, 유럽 국가의 경우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U 회원국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는 41%에 달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다행히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유지 중이지만 천연가스의 급등세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EU 측이 천연가스 수입선 다변화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수입선 다변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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