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민이' 같은 비하 발언 하지 마세요"
[경향신문]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일상 언어 속 차별 표현 지적
“사회 전반적으로 아동·청소년을 하대하는 풍토 바뀌어야 ”
“‘보장받고 싶은 권리’가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물으니 ‘잼민이’라는 말을 정확히 지적하며 어린이 비하 발언을 하지 말라고 답했어요.”
경남 지역의 초등학교 교사인 이희진씨(42)가 지난 2일 어린이날 100주년을 앞두고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과 진행한 수업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언어차별이었다. ‘어리다고 욕X’ ‘어린이에게 반말과 체벌을 하지 말자’…. 학생들이 배지에 손수 적은 글에는 공기처럼 존재하는 차별이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은 2020년 11월부터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일상에서 쓰이는 몇몇 언어 표현에 어린이·청소년을 향한 차별적 시선이 깔려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캠페인이다.
단체가 지난해 10월15일부터 5일간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 69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 사회는 나이에 따른 수직적 문화 및 어린 사람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는 문항에 83.06%가 동의했다.
단체는 ‘잼민이’를 대표적인 차별적 표현으로 꼽았다. ‘잼민이’는 인터넷방송 플랫폼 트위치가 제공하는 음성지원 서비스의 어린 남자아이 이름 ‘재민’을 따서 만든 신조어로, 어린이를 조롱하거나 무시하는 데 자주 쓰인다.
단체는 “잼민이는 ‘초딩’ ‘급식’ 같은 과거의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멸칭을 이어받아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그 쓰임새가 차별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소수자들에게 우스운 별명을 만들어 부르는 것은 이들을 하나의 이미지 안에 뭉뚱그리고, ‘일반적·정상적 사람’과는 다른 특징을 강조해 차별을 재생산하는 손쉬운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사춘기’ ‘중2병’ 등도 차별적 표현으로 봤다. 단체는 “생리적 경향성이나 특징으로 그 집단을 모두 설명하려 하거나 평가하는 이유로 삼아선 안 된다”며 “청소년들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나 부당한 일에 대해 불만을 표할 때, 상황을 성찰하거나 대화하려 하기보다는 ‘사춘기인가 봐’ 하며 청소년의 문제인 것처럼 호도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청소년 이하 연령대를 일컫는 호칭으로 언론이 자주 쓰는 ‘양’ ‘군’도 비청소년을 일컬을 때 쓰는 ‘씨’ ‘님’처럼 성·나이 중립적인 표현으로 바꿔 써야 한다고 단체는 제안했다.

학교 등 교육 현장을 비롯해 사회 전반적으로 아동·청소년을 하대하는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호영 지음 활동가(15·중3)는 4일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 반말을 쓰는 것은 차별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어린이·청소년이 정치적 도구로만 소환되는 현실도 문제로 꼽혔다.
단체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투표해 달라’는 정치인들은 많지만, 선거권이 없는 어린이·청소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진 않는다”며 “‘우리 아이를 위해’라는 말은 정작 어른의 입장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때 쓰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차별·혐오를 선동할 때 ‘우리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수사도 자주 쓰인다”고 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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