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횡령' 적정 형량은?..잇따른 사고에 양형 기준 관심

홍성완 기자 2022. 5. 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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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총수들 대규모 횡령에도 4년 이하 징역
1898억원 횡령한 동아건설 자금부장 22.5년 최고
양형 기준 높이고 포상금 상향, 최고경영진 의지도 제고돼야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최근 우리은행 직원이 600억원 이상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횡령‧배임에 대한 양형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형법상 최소 5년 이상의 형량을 선고받을 수 있으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나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등 과거 사례에서 더 많은 회사 자금을 횡령했음에도 4년 이하의 실형에 그친 바 있다.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횡령 사고에 따라 이들에 대한 양형이 얼마나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과거 사례들도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연합뉴스, 홍성완 기자

◆ 끊이지 않는 횡령 사고

최근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직원이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관련 계약금 원금과 이자 등 614억원에 이르는 돈을 횡령한 것이 드러나 경찰에 구속됐다.

이 자금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송금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우리은행이 관리해 온 자금이다. 이를 담당하던 A씨는 해당 자금을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빼돌렸다.

지난달 27일 우리은행은 예치금 반환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횡령 사실을 발견해 경찰에 고소했고, A씨는 이날 잠적했다가 오후 10시30분경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자수했다.

이 같은 횡령 사건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올해 1월 오스템임플란트는 자금관리 직원이 1880억원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것이 드러나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최초 공시 이후 해당 직원의 최종 횡령 규모는 2215억원으로 파악되며 역대급 횡령 사건으로 기록됐다.

회사 자금을 횡령한 직원은 오스템임플란트의 재무팀장으로, 지난해 12월 말 퇴사해 잠적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이 직원은 주식 투자와 금괴, 부동산 및 회원권 구매에 횡령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직원은 주식 투자로 761억원 상당의 손해를 봤고, 335억원은 회사로 반환했다. 또한 경찰 수사에 의해 681억원 상당의 금괴도 회수하면서 최종적인 편취 이득금은 1000억원 가량이다.

2월에는 계양전기 재무팀 직원이 245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직원은 재무제표를 조작해 회사 자금 245억원 가량을 빼돌렸다가 외부 회계감사 과정에서 적발됐다.

해당 직원은 횡령한 돈을 가상화폐 선물옵션 거래와 해외 인터넷 도박, 생활비 등에 사용했다. 검찰이 5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환수하면서 이 직원이 편취한 이득금은 240억원 가량이다.

3월에는 모아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업무 담당 직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업 상대 대출금 59억원을 빼돌렸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좀 더 과거를 살펴보면 동아건설 자금부장 박모씨 사건이 있다.

박씨는 직책을 이용해 회사 자금 1898억원을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박씨는 이 사건으로 징역 22년6개월에 벌금 100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2005년에는 조흥은행 직원 김모씨가 자신의 누나 명의를 이용해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16차례에 걸쳐 자사 은행 '기타 차입금' 계정에서 412억원을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김씨는 416억원 중 333억원을 변제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재판부는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처럼 계속되는 횡령 사건에 횡령죄에 대한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형법상 횡령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 횡령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명시되어 있다.

여기에 횡령액 규모가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이 적용된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법정형이 올라간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양형기준은 횡령액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까지는 징역 4~7년에 가중시 5~8년이다. 300억원 이상일 경우 5~8년, 가중시 7~11년이다.

다만, 권고 형량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내용에 따라 형량은 늘어날 수는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의 경우 동아건설 박모씨 사건과 비슷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우리은행 횡령 사건은 조흥은행 횡령 사건과 규모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최근의 횡령 사건의 양형에 참고사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최태원 회장 등 SK계열 대규모 횡령 형량은 4년 이하

문제는 대기업 총수들의 경우다. 대규모 회사 자금을 횡령해도 총수들은 제대로 된 형량을 받지 않았다. 

최신원 SK네트웍스 전 회장 ⓒ연합뉴스

대기업 총수들에게는 양형위원회의 권고보다도 낮은 형량을 선고하면서 일반 횡령사건에 높은 수준의 형량을 내린다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600억원대의 계열사 자금을 횡령했음에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마저도 광복절 특사로 석방되면서 최 회장이 실형을 산 것은 2년7개월에 불과하다.

최 회장과 함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최재원 SK그룹 부회장도 3년6개월의 형량에 그쳤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 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전 회장은 2000억원대의 회사 자금을 횡령했음에도 올해 1월 1심 재판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받는데 그쳤다.

◆ 양형 기준 높이고 최고경영진 의지도 제고해야

횡령 사건이 계속되면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확고한 의지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우선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한 첫 번째 원인으로는 규모에 비해 양형 기준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횡령‧배임죄에 대한 권고형량 기준은 2009년 시행안에 머물러 있다"며 "범죄 이득액이 300억원 이상으로 권고형량이 가장 높은 제5유형에 해당하더라도 기본 형량기준은 5~8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수법이 불량하고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 형량이 가중되더라도 권고형량은 7~11년"이라며 "범죄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가능하고, 범죄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할 수 있으나 회사의 신뢰도 하락으로 인한 주가 폭락, 상당수 주주의 피해를 야기하는 상장회사의 횡령‧배임죄에 대해 어느 정도의 형량이 합리적일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고경영진의 의지를 끌어올려 내부적인 시스템을 확립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 연구위원은 "경영진과 이사회가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충실한 설계와 운영을 입증하는 경우 인적‧금전적 제재를 경감 받을 수 있는 조항을 명문화해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실효적 구축과 운영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유인부합적 내부통제 제도 개선 마련 논의가 좋은 참고사례가 될 것"이라며 "동시에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무력화되는 경우 감독책임을 무겁게 적용해 관리와 운영에 책임이 있는 자가 확고한 의지를 가질 유인을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외부감사법 상 내부회계관리규정 또는 회계감사기준에서 요구하는 통상적인 절차를 명백하게 거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실시한 경우 담당 임직원, 감사(위원) 등에는 중과실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10억원으로 한도를 정해놓은 내부고발에 대한 포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2017년 11월 회계부정신고에 대한 포상금 한도를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증액했고, 최근 분‧반기 재무제표 관련 부정신고도 포상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는 등 회계부정에 대한 내부고발 유인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면서 "이에 2019년도부터 내부고발에 따른 포상금 지급건수, 평균 포상금 지급금액은 상당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최고한도가 10억원으로 제한된다는 점에서 고액의 부정 사태에 대한 내부고발 유인이 극대화되지 못하는 점은 보완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며 "회계부정으로 인해 회사에 부과되는 과징금은 회계처리기준 위반 금액에 비례해 부과되는 만큼 내부고발에 따른 포상금도 회사의 과징금에 비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미국은 회계부정에 대한 내부고발로 회사에 100만달러 이상의 과징금이 부과되는 경우 과징금의 10~30%를 내부고발자에게 포상금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관련 제도의 시행으로 회계부정의 발생 가능성이 12~22% 감소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회사의 물질적인 손해도 손해지만 무엇보다 기업에 대한 신뢰와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는 부분에서 횡령 사건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연구위원은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인증 수준을 높여 설계‧운영의 효과성에 대한 감사를 의무화하더라도 최고경영진의 의지(tone at the top)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내부회계관리제도는 형식에 불과한 허상(none at the tip)으로 남는다"며 "문서화된 증빙 자료를 통해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유효성을 입증하고 적정 의견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질적 운영을 위한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기업 내부에서부터 독립적인 감독과 전사적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며 "그래야만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구축‧인증에 투입하는 자원이 헛된 비용으로 낭비되지 않고, 오히려 위험을 예방하고 운영효율성을 높이는 투자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내부회계감사 자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일부 기업의 일탈에 가까운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해 지난 3년여 간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조치의 실효성에 대해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의 횡령‧배임 사건은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가 의무화된 2019년을 기점으로 전체적으로 감소세에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도별 횡령‧배임 사건 발생 건수는 2019년 93건에서 2020년에는 79건으로 15.1% 감소했고, 2021년도에는 55건으로 전년 대비 30.4% 줄었다.

이 연구위원은 "이번 대규모 횡령 사태를 계기로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중요성을 상기하되 회계투명성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기업에 대한 이행부담을 합리적으로 완화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의제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면서 "장기적으로 보다 발전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기업의 실효적인 내부통제 구축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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