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병사 月200만원 사기쇼"..이대남 민심 심상찮다

최민지 2022. 5. 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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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에게 인수위가 준비한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이대남’들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병사 월급 200만원, 여성가족부 폐지 등 윤 당선인이 장담한 청년 공약이 사실상 무산되거나 후퇴하면서다.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청년 공약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관계자, 청년 정치인들은 4일 중앙일보에 “전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 대한 불만이 개인적인 연락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수위는 3일 110개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 시행 시기를 공약보다 3년 후인 2025년으로 미루고 목돈 지급 등의 방식으로 실현하겠다고 했다. 여가부 폐지나, 정시 확대는 아예 국정과제에서 제외됐다.

젊은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도 전날부터 성토 글이 이어졌다. 관련 기사 댓글에는 ‘사기’, ‘생쇼’ 등 격앙된 표현도 눈에 띄었다. “공약이 표심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냐”며 분노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인수위는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에 대해 재정 여건 등의 이유로 시행을 늦췄다. 대선 당시엔 '재정 여건이 되느냐'는 지적에 국민의힘 선대위는 “관련 예산 소요액이 현재 2조1000억 원에서 추가로 약 5조원 증가하는 것 뿐”이라며 반박한 바 있다. 비슷한 논리로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에 납득할만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조직법 개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국정과제에서 제외된 여가부 폐지 역시 논쟁 거리다. 같은 법 적용을 받는 항공우주청 신설은 국정과제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24일에도 여가부 폐지를 묻는 질문에 “내가 거짓말쟁이냐”며 공약 이행 의지를 드러낸 바 있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대선 흥행카드가 ‘비싼 청구서’로 돌아올 기미가 보이자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이준석 대표는 “공약 사안 중 일부 원안에서 후퇴한 점에 대해선 겸손한 자세로 국민에게 반성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병사 월급 공약 후퇴는 인수위가 문재인 정부에서 남긴 적자 재정 세부 사항을 보고 내린 고육지책이겠지만 안타깝다. 여가부 폐지(후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지만 우리가 정부조직법 개정 시도조차 하지 않은 건 아쉽다”고 했다.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지방 선거에서 청년 표심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국민 눈높이에 다소 어긋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자리를 내놓은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 등의 인선을 보면서 청년들의 마음은 이미 흔들렸다”며 “과거 정부처럼 아무 설명없이 공약을 파기한다면, 청년들이 더불어민주당에 그랬던 것처럼 엄격한 잣대를 우리 당에 들이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대남에 치중한 공약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어 지방 선거를 앞두고 차라리 좀 더 신중히 접근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대선 당시에도 대안 없는 여가부 폐지에 우려를 드러냈던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여가부가 폐지된다고 남성들이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더 좋은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대안일 뿐”이라며 “여가부 폐지가 마치 젠더 갈등의 주축인 것처럼 보여서, 인수위가 정책 템포를 늦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선 공약 자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각종 정책을 만들었던 관계자는 “병사 월급 공약은 재정 마련이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내부적으로도 나왔지만 이미 결론이 내려져 있는 상태에서 역순으로 뒷받침 할 논리를 만들었던 사례”라면서 “이런 공약은 앞으로도 나와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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