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 마음 좀먹는 손님은 잃어도 괜찮다" [사장의 맛]

석남준 기자 2022. 5. 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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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상권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주민돼야 사업 아이템 보인다
일도씨패밀리 김일도 대표

일도씨패밀리 김일도(39) 대표는 일도씨닭갈비, 일도씨곱창, 일도씨찜닭, 이스트빌리지 등 8개 브랜드 17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맹사업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김 사장에게 마음 한켠에 창업을 꿈꾸는 사장의 맛 독자를 위한 조언을 부탁했습니다. 그의 답은 1. 동네상권 무시할 수 없다 2. 주민이 돼봐라 3. 손님은 왕이 아니다, 이렇게 3가지로 요약됩니다.

일도씨닭갈비는 서울 방배동에서 시작해 매장 수를 점차 늘리고 있다. 일도씨패밀리 김일도 대표는 "닭고기를 수입 냉동에서 국내산 냉동, 냉장으로 바꿀 때마다 맛이 확 변했다"고 말했다. /일도씨패밀리

◇강남역 5년 버티면 장수

김 사장이 운영하는 매장 중 주요 상권에 자리잡은 매장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동네상권입니다. 김 사장은 “동네 장사 무시하면 안된다”고 합니다. 내일도두부, 일도불백 매장은 서울 마천동 재래시장에 오픈했습니다. 통상 사세를 빠르게 확장하기 위해선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신규 점포를 내기 마련인데 왜 그럴까요.

-여유만 된다면 주요 상권이 매력적일 거 같은데요.

“대표적인 상권인 서울 강남역 주변을 예로 들어볼게요. 3년 버티면 잘하는 거예요. 5년 버텼다? 장수한 겁니다. 주요 상권의 좋은 자리는 옆에서 찌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좋은 자리니까 건물주 흔들어서 내가 임대료 더 주겠다, 이러거든요. 아니면 또 권리금 많이 줄테니까 빼달라 그래요. 그래서 대부분의 프랜차이즈들이 주요 상권에서 3년을 기점으로 손바뀜이 있어요.”

-동네상권의 매력은 뭔가요?

“우선 주요상권과 비교해 경쟁자가 굉장히 없는 편이에요.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거죠. 고객들 충성도가 높아요. 단골은 흔들림이 없어요. 한번 터를 잡으면 영업을 오랫동안 할 수 있죠. 주요 상권이 3년마다 손바뀜이 있다고 했잖아요? 동네상권은 임대료가 큰 폭으로 상승할 일이 적어요. 저는 개업 후 3년 이후부터가 진짜 장사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3년 정도면 단골이 탄탄하게 쌓이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간이 시작되는 거죠.”

-단점도 있을텐데요.

“동네상권은 무서운 측면도 있죠. 주요 상권은 소위 ‘브랜드빨’이 있으면 손님들이 와요. 동네상권은 브랜드에 앞서서 맛과 서비스가 중요해요. 동네 장사에서는 손님을 한 번 잃으면 다시 잡을 수 없습니다.”

-동네상권에 맞춘 전략이 있나요?

“맛과 친절함은 당연히 기본이고요. 관계지향적으로 가야 합니다. 동네상권은 ‘나 한번 먹어 봤어’로 끝나지 않아요. 마음에 들면 계속 찾는 거예요. 그러니 손님들을 잘 알아봐야 하고, 취향도 잘 챙겨야 합니다. 직원들에게도 그 점을 중점적으로 교육하고 있어요.”

-그러면 계속 동네상권만 하지, 주요 상권도 하는 이유는 뭔가요.

“주요 상권이 안 좋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예요. 브랜드를 키우는 입장에서 주요 상권에 들어가는 게 좋은 건 맞아요. 그래서 밸런스를 맞추려고 하는 겁니다.”

◇동네주민, 직장인으로 변신하라

김 사장이 운영하는 브랜드는 8개입니다. 그런데 매장 수는 17개. 브랜드당 평균 매장 수가 3개가 채 안 되는 셈입니다. 매장을 내는 지역도 서울 신사, 미아, 목동, 광화문, 대치, 판교 등 다양합니다.

-브랜드 여러개를 동시다발적으로 조금씩 하는 이유가 있나요?

“사업적으로는 뭔가 하나가 잘 되면 빨리 확장을 해서 돈을 벌어들이는 게 옳은 판단이죠. 저는 브랜드가 롱런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빠르게 많이 노출될 수록 피로도가 증가하거든요. 유재석씨는 많은 프로그램에 나오지는 않는데 더 자주 나오는 연예인보다 좋은 평가를 받잖아요. 브랜드도 적당한 수준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봤어요.”

-가맹사업을 하지 않는 이유는요.

“거창할 수 있지만 제 목표가 한국에 매장 1000개를 까는 거예요. 지금은 그에 앞서서 실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가맹점주가 ‘장사가 안 되는데 어떻게 하죠?’라고 물었을 때 ‘어떡하죠’라고 대답하고 싶지는 않아요. 장사가 안 될 때는 이렇게 해야하고 저렇게 해야되고 바로 대응할 수 있는 박사가 돼야 하는 거죠. 박사가 되기 전까지는 연습을 열심히 하려고요.”

-신규점포를 낼 때 위치나 브랜드는 어떻게 정하나요.

“저는 일단 제가 잘 아는 동네를 선호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선 그 동네 사람이 돼보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광화문이라면 광화문에 있는 직장인이 돼보는 겁니다. 아침 출근시간에 맞춰서 광화문으로 출근하고 계속 머물러요. 점심시간에 또 직장인들처럼 움직이고, 저녁 시간에는 또 회식하는 사람들처럼 돌아다니고요.”

-그게 효과가 있어요?

“그 동네사람, 그 지역 직장인의 입장이 되면 니즈(필요)가 보이더라고요. 그 곳에서 ‘땡기는 것들’이 떠올라요. 사람들이 흔히 그러잖아요 ‘내가 여기 살아봐서 아는데’라고. 골목이라고 안 좋은 게 아니고, 대로변이라고 꼭 좋은 것도 아니고. 지나다니고 머물러보고 점심 먹어보고 저녁 먹어보고 하다보면 이게 맞겠다는 게 떠오르는 겁니다.”

-얼마동안 주민, 직장으로 변신을 하나요?

“일주일 할 때도 있고 보름할 때도 있어요. 더 긴 시간을 가져갈 때도 있고요. 물론 하루만 해도 딱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제가 브랜드를 여러개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그 지역을 머물다보면 필요한 게 떠오르고 그에 맞춰서 될만한 브랜드를 넣는 식인 거죠.”

일도씨패밀리의 김일도 대표가 서울 광화문 일도씨닭갈비 매장 앞에 섰다. 업계에서 그는 수염과 헌팅캡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다. /김지호 기자

◇장사는 인건비 따먹기다

김 사장은 메모광입니다. 매끼 식사를 하고 메모를 하고, 활발하게 소셜미디어에 자기의 생각을 정리합니다. 김 사장은 “메모가 아이디어의 원천”이라며 “직업병처럼 기록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렇게 책 3권도 썼습니다. 그가 쓴 책 ‘사장의 마음’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손님은 왕이 아니다. 손님은 손님이다. 우리 마음을 좀먹는 검은 손님 정도는 기꺼이 잃어주자.”

-장사하는 입장에서 손님은 왕 아닌가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제가 손님은 왕이 아니라고 한 건 부당하게 직원들을 대하는 손님들을 말하는 겁니다. 우리 잘못이라면 무조건 제가 가서 고개 숙이고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가끔 부당한 경우가 생겨요. 그럴 때는 결정을 내려야 하더라고요. 손님을 잃을 것인가, 직원을 잃을 것인가. 저는 직원들한테 얘기해요. ‘우리가 잘못하지 않은 것에 있어선 손님 안 받아도 되니까 당당하게 하자’고요.”

-그렇게 책에도 쓰고 직원들에게도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요.

“장사는 인건비 따먹기라는 말을 정말 실감해요. 외식업은 인건비 비중이 높아요. 그렇기 때문에 인건비를 많이 줄 수 없는 구조예요. 그런데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친절해야 해요. 돈도 많이 주지 않는데 감정노동을 강요하는 게 굉장히 어렵잖아요. 결국 할 수 있는 건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거예요.”

-돈을 많이 안 주는데 어떻게 자부심을 느끼게 하나요?

“어려운 일이죠. 제가 매일 서너군데 매장을 돌아요. 직원들에게 일부러 말을 많이 걸어요. 계속 이야기를 하고 고민거리 있다 싶으면 들어주려고 노력하고요. 관리라는 게 거창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을 잘 챙겨주는 게 관리라고 봐요. 제 지론이에요. 사실 직원들 입장에서 자기 몸 상하고 시간 써가면서 잘할 이유가 없어요. 잘할 수 있는 사람도 안 하죠. 하지만 결국 관계로 다가가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게 통하면 직원이 ‘그래 사장아, 내가 특별히 너를 위해서 조금 더 잘 해줄게’라고 생각해주는 거죠.”

-외식업 직원은 자주 바뀌지 않나요.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에요. 저희도 매달 구직 사이트에 수백만원을 써요. 최상단에 노출하려고요. 구직자들이 ‘아 여기는 그래도 돈도 쓰고 일 할 만한 곳이겠구나’ 느낄 수 있도록요. 저희가 동네상권에 많이 들어갔다고 했잖아요? 손님들과의 관계를 좋게 쌓기 위해선 직원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요. 그래서 직원들에게 잘해줘야 합니다. 다행히 군대 갔다가 제대하고 돌아온 직원도 있고, 잠깐 알바하려고 했다가 몇년째 하는 직원도 있네요.”

-특별한 직원 교육 방식이 있나요?

“새 매장을 오픈하면 제가 가장 신뢰하는 직원들을 투입해요. 비율을 신뢰하는 직원 8, 새로 뽑은 직원 2로 맞추죠. 기존에 저희가 추구하는 철학이랄지, 시스템이랄지 이런 것들이 서서히 물들어가게 하는 거죠. 시스템과 철학이 이식이 되면 점차 새 직원 비율을 높이는 구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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