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자기기술서인데 1년새 40점 올라..정호영 청문회 파행

박경훈 2022. 5. 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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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청문회, 시작부터 자료제출 미비로 공방
정호영 아들 자기기술서 도착하자 분위기 바뀌어
고민정 "주관 개입 외 설명 안 돼", 오후 7시 집단 퇴장
"국민연금 요율 인상 불가피", "尹, 40년 지기 아냐"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더불어민주당의 집단 퇴장으로 파행을 맞았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 아들이 같은 서류로 1년 만에 40점이 올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정 후보자는 국민연금의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요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피력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민주, 기존 의혹 확인 vs 정호영, 결백 주장 ‘공전’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정호영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시작부터 자료제출 미비로 한동안 공방이 오갔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아들의 병역 당시 MRI자료 등을 정 후보자가 개인정보 동의를 하지 않아서 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입시 공정성 문제를 밝히기 위한 장남의 입시 제출 자료와 다른 지원자들의 스펙 자료를 달라고 했는데 그 자료도 안준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를 둘러싼 대표적인 의혹은 먼저 ‘후보자가 경북대 병원 고위직으로 재직하던 시절, 자녀가 나란히 경북대 의대에 편입해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역(2급) 판정을 받은 아들이 경북대 병원에서 재검을 통해 사회복무요원(4급) 소집대상으로 판정이 바뀐 것도 논란이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위법 사항이나 도덕적, 윤리적 문제가 될 게 없다”며 일축했다. 정 후보자는 지명 이후 63건이나 해명자료를 내며 결백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여론은 냉랭했다.

정 후보자는 민주당의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868건의 자료 요청을 받았으며, 782건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했고 43건은 곧 제출 예정”이라며 “통장이나 광범위한 통화내용 자료 요청을 제외하고는 90% 넘게 요청 자료를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아들의 MRI 자료에 대해서는 오전 질의가 종료된 이후 인사청문위원들에게 제출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원하는 수준의 자료가 확보되지 않자 청문회는 기존 의혹에 대한 확인과 정 후보자의 결백 주장으로 공전을 거듭했다. 이후 정 후보자 아들의 자기기술서 서류가 도착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고민정 의원은 정 후보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과정에서 2017년과 2018년에 제출한 자기기술서가 동일한데도 점수가 40점 가까이 차이가 났다며 “주관적 개입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더이상 인사청문회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도 “지금까지 2017년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기피한 것은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워 그런 것 아닌가”라면서 “청문을 통해 진실을 밝힐 게 없다. 수사기관이 수사를 통해 밝힐 사항이다. 더이상 청문을 진행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퇴장하겠다”고 말했다. 오후 7시경 김 의원이 퇴장하자 여당 의원들도 모두 자리를 떠나며 파행을 맞았다.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강기윤 의원은 “의혹 제기가 맞지 않으니 퇴장을 하는 것 아니냐”며 “퇴장을 할 사유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정책적으로 눈여겨볼 내용은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 언급이 사실상 유일했다. 정 후보자는 “요율을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요율을 올리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되겠지만 전체적인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답변 중 여러 차례 ‘국민적 합의’를 언급했다.

민주 “버티는 이유, 협상용 마지막 버리는 카드”

이밖에 새롭게 확인된 것은 정 후보자가 윤 당선인과 40년 지기까지는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정 후보자는 김성주 의원으로부터 ‘윤 당선인과 40년 지기 맞느냐’는 질문에 “40년 지기라는 말은 잘못된 말”이라고 답했다.

그는 “당선인과는 대구에 발령을 받고 나서 1년에 두어 번씩 만났다”며 “저를 소개해 준 사람이 당선인과 40년 친구였다”고 관계를 설명했다. ‘친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정 후보자는 “그러니까 40년 지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1994년 대구지검 형사1부로 배치받아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의혹이 시원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 후보자의 낙마 여부는 정치적 판단에 달릴 전망이다. 이날 고영인 민주당 의원은 “정 후보자가 이렇게 버티는 이유는 협상용으로 마지막 버리는 카드로 사용하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경훈 (vi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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